최근 한우산업이 소비위축과 사육두수 급증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생산비 이하의 소값폭락등 일대 위기를 맞고있다. 이에따라 본지는 현재 당면한한우산업의 문제점 분석과 함께 송아지 가격안정대사업등 한우를 살릴 수있는 정부의 효율적 정책 방향을 제시코자 한다. 특히 일선 가축시장의 소값폭락 실상은 물론 양축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한 한우산업의 현실진단과 양축농가를 대상으로한 설문조사를 통해 한우경쟁력 제고방안을 집중 조명해 본다.<충남 광천 가축시장>1월 4일 새벽 4시경.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 충남 홍성의 광천 가축시장은어둠이 짙게 깔린 이른 새벽부터 한우를 사고 팔려는 양축가들로 북적대고있었다. 더구나 양축가들에겐 남다른 의미가 담긴 정축년 소띠해를 맞아 열리는 첫 번째 장날답게 여느때보다 더욱 부산한 모습이다.그러나 이같은 움직임과 달리 양축가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다름아닌소값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한우 사육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더 이상 한우를 못 키우겠다”며 농가들끼리 주고 받는 넋두리에서 이를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드디어 5시 개장시간. ‘이번 장에는 가격이 좀 오르겠지’라는 일말의 기대속에 거래가 시작됐으나 막상 거래가격은 양축가들을 외면했다.이날 광천 가축시장의 큰소 평균 거래가격은 연말연시를 앞두고 약간 회복세를 보였으나 5백kg 기준으로 암소 2백54만4천원, 수소 2백60만2천원으로한달전보다 각각 2.2%, 5.6%, 1년전보다는 암수 모두 무려 25% 가량 폭락한것. 특히 송아지가격은 암송아지 1백만원 수송아지 1백27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절반가격에 거래됐다.수소비육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는 임종구씨(55세, 충남 홍성군 홍동면 홍원리)는 수소 6두를 생체 kg당 5천1백-5천3백원선에 판매한후 “단순히 소값만 폭락한게 아니라 현재 출하하는 한우밑소의 당시 구입가격이 2백20만원대인데다 사료값 폭등 등을 감안할 때 두당 50만원 이상 손해를 봤다”며푸념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임씨는 또 소값폭락으로 손해가 막심한데 정부로부터 몇 년전 지원받은 5천만원의 축사시설자금에 대한 원금상환이 조만간 시작될 경우 한우사육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이에대해 광천 가축시장 담당자인 서모씨는 3백만두선에 육박할 정도의 한우 사육두수 폭증과 지난해 3월 광우병 파동이후 소비악재로 인한 극심한수급불균형이 이러한 가격폭락 사태를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소값폭락보다 심각한 문제는 생산비 이하의 송아지값 폭락으로 번식사업이 크게 위축 한우 생산기반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익명을 요구한 충남 부여의 한 번식농가는 13두의 송아지를 1백만원대에출장시겼으나 거래가격이 원하는 가격보다 10~20만원 정도 밑돌아 폐장시간인 오전 8시까지 단 한 마리도 팔지 못한채 되돌아 가면서 “더 이상 생계유지가 어려워 번식사업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허탈한 심정을 털어놨다.더구나 가축시장 담당자인 서모씨는 최근 송아지값 폭락에 따른 농가들의번식사업 기피뿐 아니라 임신우 출장두수가 급증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며“이처럼 임신우가 무분별하게 출장 도축될 경우 생산기반에 미치는 부정적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이재헌(41세) 광천 가축시장 중개인은 이에따라 “현 한우산업의 위기를극복하기 위해선 하루속히 소값과 송아지값 안정을 통해 생산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현래로선 송아지 가격안정대사업의 추진 등 양축가들이 안심하고 한우사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정책이 무엇보다필요하다”고 강조했다.<전남 장성 가축시장>속칭 사구(4,9)장이라는 전남 장성 가축시장, 올해 첫 거래가 시작된다는점을 생각하면 장터를 메운 사람들의 마음엔 어느정도 희망이 있을법한데상황은 정반대다.새벽 5시 8분에 5개월령 수송아지가 98만원에 첫거래되면서 지난해말 이후계속 하락세가 이어졌고 거래동향을 파악하려던 번식사육농가들의 침울한표정이 되살아났다.이날 장성가축시장은 8시 반까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3백두 출장에 총2백50두가 거래됐다. 그러나 눈에 띄게 송아지 출장두수는 저조해 22두에15두만 거래됐는데, 지난해 평균 73두 출장에 50여두 거래실적과 비교하면70%이상 줄었다는 계산이 나온다.거래가격도 당연히 헐값. 4-5개월령 암수 송아지가격은 평균 99만원, 1백만4천원으로 지난해 평균 가격보다 무려 28%나 하락했다.5백kg이상 큰소는 2백44마리 출장에 2백16마리가 거래됐는데, 올해 소값 전망이 불안하다는 농가들의 인식이 팽배해져 출하물량이 지난해 평균 1백80여두 보다 60마리 이상 증가했다.큰수소 3마리를 끌고 나온 삼서면에 김상복(42세)씨는 이중 2마리를 이날시장거래 최대 가격인 kg당 5천5백원(3백10만원)에 판매했다. 그러나 김씨는 “지난해 이맘때 송아지를 1백90만원에 샀고 사료비가 70만원정도 들어간 것을 계산하면 결코 알맞은 가격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반면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한 주인공은 정모(50세, 장성군 황룡면)씨로 5백60kg 수소를 2백40만원에 넘겼다. 허탈한 모습으로 발걸음을 선술집으로돌리던 정씨는 “도대체 1년동안 뭘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인건비는고사하고 손해보는 짓을 한 자신이 실망스러워 현재 20두의 한우를 처분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토로했다.시세파악을 위해 나왔다는 이종록(70세, 장성군 삼서면)씨는 “그동안 번식사육과 비육을 동시에 해왔는데 송아지가격이 대폭 떨어지고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당분간 번식사육은 중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에대해 파장직후 만난 중개인 문한수(43세, 12년근무)씨는 “송아지가격안정대책이 가장 시급한 시점인데 오늘 시장상황에서 나타났듯이 송아지 출장두수의 감소에도 불구 가격은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생산비절감 차원에 앞서 농가들이 불안감을 떨치고 안정적인 한우사육을 할수 있도록 소값안정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엄일용.유영선 기자>발행일 : 97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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