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발 FTA ‘한파’에 꽁꽁 언 ‘농심’

바쁜 농사일에국회 앞 집회도 못가고가슴만 ‘답답’시설포도 무너지면노지도 ‘휘청’대책없는 개방에 ‘분노’겨울 한파가 거센 12월 말 국내 포도 생산량의 약 14%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김천지역의 포도농가를 찾았다. 김천시 봉산면 일대의 대다수 농가들은 포도농사를 짓고 있으며, 노지포도 뿐만 아니라 하우스 포도 재배를 겸하고 있는 농가가 많아 한·칠레 FTA 국회비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FTA가 체결될 경우 당장 내년 봄 하우스 포도 출하와 맞물리게 될 칠레산 포도 수입 여부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것. 3800평 규모의 노지포도와 600평 규모의 하우스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김천시 봉산면 신암리 김주석(43·한농연봉상면 회장)씨는 한·칠레 FTA 비준 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던 구랍 29일, 다른 농민들은 여의도 국회 앞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했는데 하우스 손질 때문에 함께 올라가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또한 김씨는 “지금 여기서 농사일을 할 것이 아니라 국회로 가서 칠레산 포도가 못 들어오도록 하는게 시급한데, 농사일이 바빠 못가고 있다”며 “한·칠레 FTA가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내년 농사가 다 부질없는 일이 아니겠냐”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김씨와 같은 마을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정원식(45)씨는 “약 2500평 정도로 하우스 포도를 재배해 6월 경에 수확을 하는데 칠레산 포도가 수입되는 3∼6월과 재배 시기가 맞물려 타격이 심할 것 같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한 정씨는 “몇해 전 정부가 권장하길래 자부담 50%를 부담해 포도저온저장고를 짓느라 빌린 융자금 5000만원도 아직 못 갚고 있는데, 이제 와서 칠레와 FTA를 체결하면 우리 농민들은 다 죽으란 말이냐”며 정부 정책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또한 전덕수(60·김천시 봉산면 신암리)씨는 “정부에서는 칠레산 포도가 들어오는 시기가 하우스 포도 재배시기와 맞물려 노지포도를 짓는 농가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결과적으론 포도 수입으로 대다수 하우스 재배농가가 노지포도 재배로 전환할테고, 그러면 결국 노지포도의 홍수 출하로 노지포도 재배 농가의 피해도 상당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한국포도회 여봉길 이사(김천시 봉산면·김천포도협의회 임원, 직지포도협의 총무)는 “칠레산 레드글로벌 등의 포도가 대량으로 수입될 경우 국내산 포도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정부가 내놓고 있는 피해 보상액으론 김천시 포도농가를 보상하기에도 부족하다”며 정부의 대책 없는 농산물 시장 개방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여 이사는 “칠레산 수입 포도에 계절 관세를 매긴다고는 하지만, 단가가 워낙 낮은 탓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가격경쟁에서 국내산 포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FTA 체결 이후 국내 포도 농가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농가 손실을 보전해 줄 직접직불제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성제ch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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