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태풍 '매미' 로 인근 인지천이 넘처 영양군 석보면 주남리 서정호 씨의 담배 건조창고가 붕괴된 채 방치돼 있다.

연말연시.대도시의 화려함은 없다.논 잃고, 집 잃고...생계마저 막막한 농민들의 한숨이그 자릴 대신할 뿐.늦어지는 복구.빚은 자꾸 느는데,내년 농사는 또 어떻게 될까.지난 9월 태풍 ‘매미’가 할퀴고 지나간 경북 북부의 청송과 영양의 산골 마을엔 연말 대도시 번화가의 화려한 네온장식 대신 태풍과 겨울 한파에 지친 농민들의 한숨 소리만 가득하다.지난 태풍 ‘매미’때 가장 피해를 많이 본 곳 중 하나인 영양군 석보면 수해 지역은 복구가 한창 진행 중인 곳과 태풍이후 아수라장으로 방치된 논과 들이 공존하고 있었다.이곳 주민들은 복구 후 풍성한 들녘에 대한 희망과 더 이상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를 현실에 대한 불안감으로 혼란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태풍 ‘루사’의 피해 복구가 끝난 지 채 석달이 지나지 않은 농경지에 또다시 닥쳐온 태풍으로 사과와 수박 농사를 전부 망친 이병국(45)씨는 “작년부터 2년을 연이어 태풍피해를 입다보니 빚만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해 태풍 ‘루사’ 피해 복구를 위해 농협에서 대출한 융자금 이자를 갚기 위해 또다시 융자를 내야 할 상황”이라고 한숨만 내쉬고 있다.이씨의 경우 농협에서 대출한 금액이 1억원을 넘어 더 이상 대출이 안되자 생계 유지를 위해 현재 2000여만원의 사채까지 쓰고 있다. 그나마 이씨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연이은 태풍으로 농경지뿐만 아니라 가옥과 담배 건조창이 파손돼 올 겨울 추위를 피할 곳조차 없게된 서정호(50)씨는 부쩍 담배 태우는 횟수가 늘었다.서씨는 “올해 태풍으로 건조창에 건조 중이던 담배잎을 전부 날려 소득이 전혀 없는데 집 마저 파손돼 한 겨울 추위에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한탄했다. 청송군 현동면 월매동 김정섭(70)씨는 태풍으로 침수된 논을 바라보며 “올해 침수로 벼농사를 망쳤다”며 “올해 물이든 논은 내년에도 병해충이 많을 텐데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특히 올해 태풍으로 고추농사도 망쳐 올 겨울 생계가 망막하다며 하늘을 원망했다.만신창이가 된 농경지의 언 땅을 복구해가며 재기의 의욕을 다지는 농민들도 있다.김도흠(43)씨는 “1000 여평의 논이 산사태로 흙더미에 묻혀 올해 농사를 전부 망쳤지만 농사를 포기 할 순 없다”며 “논에 흙을 퍼내 내년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청송군 현동면 개일리 남상학(59)씨는 돌더미에 묻힌 논을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손수 복구하고 있다. 남씨는 “내년 봄 다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힘들어도 지금 복구를 해두지 않으면 안된다”며 “농사꾼은 농사를 짓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며 재기의욕을 다졌다.한편 경북 북부의 청송·영양지역 수해 복구는 간헐적으로 진행돼 본격적인 복구는 설계용역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 이후에나 시작될 예정이다.
조성제ch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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