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수확량 감소·등급하락에 연거푸 한숨만

4일 오전 10시 청송군 현동면 도평리 남청송 농협 앞 추곡 수매현장.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농민 50여명이 몸을 잔뜩 웅크린채 도평리 남청송농협 앞 수매검사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여성농민회에서 수매를 준비하는 농민들을 위해 차와 어묵, 소주 등을 준비했지만 대다수 농민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예전의 추곡수매 현장과는 달리 왁자지껄한 술판도, 좋은 등급을 받아 기뻐하는 농민들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수확량 감소와 등급하락에 상심한 농민들의 담배연기만 수매현장에 가득했다.“이자도 못 갚게 생겼어…”이곳 청송군 현동면은 지난 태풍 ‘매미’로 청송군 지역에서 가장 피해가 큰 곳 중 한곳이다.이날 벼 15가마니를 수매한 남상윤(현동면 개일리·48)씨는 “올해 수매 판정에서 10가마니는 1등급, 나머지는 2등급을 받았다”며 “올해 태풍으로 도복된 벼가 많아 수확량이 약 40% 감소한 데다 등급도 작년 보다 나쁘다”며 줄담배를 피워댔다. 1200평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남씨의 벼농사 소득은 약 200만원 가량으로 작년에 비해 30%이상 감소했다.김정섭(현동군 월매리·70)씨도 “태풍으로 논에 물이 들고 도복된 벼가 많아 수확량이 30%이상 감소했는데 등급마저 예년보다 낮게 받았다”며 “올해 같이 자연재해가 심한 해에는 농사짓고 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50년 농사경력의 오동일(현동면 월매리·70)씨는 “태풍으로 고추농사도 망쳤는데, 쌀 30가마니 마저 전부 3등급을 받았다”며 “올해에는 대출원금 뿐 아니라 이자 갚기에도 모자란다”고 토로했다. 남희수(현동면 개일리·38)씨는 “87가마를 수매했는데 태풍으로 물이 들어 등급이 작년보다 못하다”며 “정부가 119조원의 투융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올해 당장 수매대금으로 대출금과 연체이자를 갚을 수 없어 또 빚을 내야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50%이상 논농사 직불제를 실시해도 살아 남을 농가가 적은데 20%대의 직불제는 생색만 내지 정작 농가의 소득보전에는 별 도움이 되질 않는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수매현장을 찾은 남종식 청송군의원은 “우리지역 쌀 수확량이 태풍으로 인한 수해와 병해충으로 크게 줄어 등급도 예년보다 못한 것 같다”며 “논농업직불제를 최대 50%이상 확대하는 등의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하지 않으면 농민들이 농사를 계속 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이날 수매검사를 맡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주동철 주사보는 “오늘 수매에는 총 2657대 중 특등 234대(8.8%), 1등 1713대(64.6%), 2등 558대(21%), 3등 139대(5.1%), 등외 13대(0.5%)로 지난달 현동지역 1차 수매 때 보다 특등과 1등급의 비율이 낮다”고 밝혔다. 지난해 현동면 전체 추곡 수매량은 총 5460대로 이중 특등 446대(8.2%), 1등 4148대(76%), 2등 832대(15.2%), 3등 34대(0.6%)이며 등외 등급이 없었으나 올해는 특등과 1등급 비율이 작년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민들의 한숨 섞인 넋두리를 뒤로한 채 수매현장에 지펴 놓은 장작불의 희미한 연기만 피어오르고 있다.
조성제ch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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