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은 쌓여만 가고 사료 값은 밀려 있는데, 한마디로 죽으란 얘기밖에 더 됩니까.”전북양계조합이 농림부로부터 사업정지 조치를 받은 지 11일째 되는 지난 5일. 전북 김제시 용지면 봉의리에서 송원농장을 운영하는 박광식(46) 조합원은 정부를 원망했다.“생산 농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다음에 조합에 대한 조치가 이뤄졌어야 하나 이건 순서가 잘못돼 애꿎은 양계농가만 피해를 보게 됐어요.” 15년째 축산업에 종사해 온 박씨는 1만2000수의 산란계를 사육하고 있으나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 돼 버렸다.박씨의 농장에서는 1일 9000여개의 계란을 생산하고 있으나 매일매일 쌓여만 가고 있는 계란을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전북양계조합이 사업정지 처분되면서 양계조합의 계란 집하 기능이 감소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온도가 상승해 냉장 시설을 갖추지 않은 박씨 농장의 계란이 폐기 처분될 위기에 처해 있다.박씨는 전북양계조합에 계란집하장이 운영된다고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현재 30%정도만 수거하고, 결재도 계란이 판매돼야 이뤄지기 때문에 대금을 받을 기약이 없다. 만약 판매되지 않으면 계란 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또 나머지 70%의 계란은 일반 상인에게 판매해야 하나 제 가격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조합의 정지명령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상인들도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싸게라도 계란을 처분해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기존의 농협사료는 사업정지가 취해진 지난달 26일부터 공급이 중단돼 다른 일반업자로부터 1개월간 외상조건으로 사료를 구입하고 있으나 계란이 제 가격을 받지 못하니 사료를 구입하지 못해 폐사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우려된다.칠순 노모와 함께 살고 있는 박씨는 “계란 생산비도 못 건지는 바람에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아들 하숙비도 주지 못해 통학을 시켜야 할 입장”이라며 “자식농사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와 있다”고 말했다.조합 사업정지 명령 후 박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수면제를 복용해 가면서 잠을 청하고 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양민철yangmc@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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