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충북 제천농협과 경북 칠곡 약목농협 등 조합장과 임직원들의 공금횡령,불법 대출 등 잇따른 비리 및 조합 부실화와 관련, 농수축협 일선조합의 감사기능과 중앙회의 지도·감독기능이 무력한 것으로 평가돼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특히 조합의 이런 비리에 대해 지도감독 책임이 있는 중앙회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어 차제에 중앙회 검사기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이번 사례는 지도·감독체계라는 제도적인 측면과 농협중앙회의 감독권 집행에 대한 의지부족 등 두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농·수·축협법과 정관에 따르면 일선 조합의 경우 조합원 투표에 의한 선출직 비상임감사 2명을 두고 조합 재산 및 업무집행 상황에 대해 감사를 하고 있다. 이들 감사는 재산 및 업무집행상황 감사권, 부정사실보고권, 의견진술권 대표권, 임시총회 소집권을 가지고 있다.또한 중앙회는 조합에 대한 감독기관으로서 법과 정관에 따라 지도검사와감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중앙회의 주요 권한은 △업무 전반에 대한 지도,회원검사권, 사업상 필요한 규정·지시시달권, 조합총회소집요구권 등 지도권 △조합의 차입한도 및 동일조합원 대출한도 승인권 △주무부 장관에 대한 건의 및 의견제출권이 있다.그리고 △조합에 대한 특별조치신청권, 조합의 설립·합병·분할·해산인가시 및 조합원의 결의취소 청구시와 장관의 조합 해산명령시 의견제출권△농림부 장관의 위탁에 의한 조합사업 승인권, 조합 청산사무 감독권, 전문농협 구역조정권, 조합직원 위법행위 징계요구권, 조합 일상업무감사 및그 결과에 따른 필요한 조치권 등 다양하고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농협중앙회는 이런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본부 23명을 포함해 각 지역본부에 1백48명의 검사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 인건비와 경비는 연간 70억원을 웃돈다. 축협은 49명에 29억6천만원, 수협은 12명에 3억6천만원, 임협은 11명에 4억2천만원이다.중앙회의 지도감사는 조합본소에 대해서는 2년에 1회, 지소는 3~4년에 1회꼴로 4~6일간 업무와 회계 전반에 대해 실시하도록 되어 있지만, 주로 법령, 정관, 규정 등의 위반여부를 집중적으로 본다.한편 농림부장관이 주무장관으로서 포괄적 감독권을 행사하며, 신용사업의경우 재경부장관과 합의해 감독한다. 이외에 한국은행과 은행감독원장이신용사업에 관한 감독권을, 국회는 국정감사권을 가지고 있다.이처럼 겉으로 보기에 철통같은 지도감독이 수행되는 것 같지만, 그러나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것과 같이 현행 지도감독체계는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조합의 경우 농민조합원인 감사들이 회계와 감사지식이 부족해 짜임새 있는 교육이 필요한데도 중앙회 차원의 교육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농협중앙회의 경우 조합장들의 반발로 감사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 96년에 와서야 재개됐다.이번에 문제가 된 제천농협 류태형 조합장의 경우 피복비와 공제권유비 횡령문제를 밝히려던 감사를 대의원총회를 통해 제명하는 등 감사의 권위가조합 임직원들에 의해 무시되고 있다.또 조합에 대한 중앙회의 지도감사는 자체감사와는 무관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그 결과도 조합장에게만 통보되고 있다.뿐만 아니라 중앙회는 신용·경제사업을 수행하면서 회원조합과의 관계에서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는데도 지도감사를 하고 있어 투명성과 독립성을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더욱이 현행 규정 가지고는 중앙회에서 시달한 규정과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조합이나 위법을 저지른 임직원에게 퇴출조치 등 강력한 규제가 불가능하다.특히 중앙회 지도감사로는 조합장 등 임원은 징계 자체가 불가능하게 돼있고, 조합직원에 대한 징계요구만 가능하다.조합장들의 경우 회장에 대한 선거권이 있기 때문에 중앙회가 조합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감사인력이 신용사업, 경제사업 등 타부문과순환보직제로 운영되는 점도 전문성 확보가 어려운 요인이다.이번 제천농협 비리사건과 관련해서도 농협중앙회 검사부가 “검찰이나 법원이 개입된 만큼 그쪽의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수수방관하는자세를 보이는 것은 중앙회 지도감독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사례다.더욱 희극적인 것은 농협중앙회가 제천농협의 비리를 지도감독을 통해 사전 예방하지 못했을뿐 아니라 자체개혁기구인 ‘농협개혁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했다는 점이다.정부의 감독기능도 문제다. 자주적인 생산자단체에 대해 감독권한이 막강해 자율성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으면서도, 이런 비리나 부실문제를 사실상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담당 관료들이 협동조합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한 것도 걸림돌이다.따라서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지도감독체계를 확립하는 개혁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협동조합에 대한 감사의 투명성과 전문성을강화하고 자율적인 감독체계를 확립하며, 책임경영을 정착시키는 방향으로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지도감독체계 개혁방안으로 일선조합의 경우 독일, 일본 등 외국처럼 이사회와 대등한 회의체기관으로 감사회를 두는 방안, 중앙회의 지도감사시 조합 자체감사가 참석하는 방안, 상임감사를 두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외부감사의 결과를 총회에 가감없이 보고하는 것을 강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감사의 객관성이므로 조합과 이해관계가 얽힌 각 중앙회가 지도감독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중앙회와 독립된 ‘농림수산협동조합 감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히 제기된다. 이 독립기구는 현행예산과 기구, 인력만 활용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이상길 기자>발행일 : 98년 7월 27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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