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 하얀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가 지났고, 또 가을의 한 가운데라고 하는 추분(秋分)이 지났다. 도내 7천여 농업경영인은 금년 농사의마무리를 위해 추수에 만전을 기울여야 할 때라 보인다.그러나 황금들녘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가슴은 무엇인가 막혀있듯이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 8월 폭우에 의한 농경지 유실로 한줌도 건질 수 없는 농산물과 막막한 수해복구가 하나이고,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농가부채 문제가 또다른 하나다. 이중 농가부채문제는 농민들을 그물망처럼 옭죄고 있어 그 고통의 깊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정부자료에 따르면 전체 농가부채는 28조8천5백억원 규모에 이르고 있으며,농가호당 평균부채는 2천만원 정도라고 추정하고 있다.현재 정부는 정책자금에 한하여 상환을 2년간 유예하고 상호금융대출금 금리 2% 인하를 협동조합에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같은 정부의 계획은 농민을 우롱하는 처사임에 틀림없다. 지난 대선에서현 정부는 농업인의 농가부채 해결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으나,이런 저런 핑계아래 농가부채 해결에 대해서 미진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한농연은 농가부채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부채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한농연에서 자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농업경영인들은 약 9천만원 이상의 농가부채를 짊어지고 있으며, 또 60% 이상이 상환 불가능한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상환이 불가능한 이유에 대해서는 과반수 이상이 과거 정부의 농정실패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부채에 비해 소득이너무 적다는 것과 IMF로 인한 농자재가격 폭등과 농산물 가격폭락 등이 주요원인으로 조사되고 있다.한농연이 농가부채 해결을 위해 요구하는 것은 정책자금의 상환유예와 금리의 5%로 인하, 정책자금 분할상환 3년 연장, 1억원 이상의 고액 부채농가에대해서는 추가지원 또는 제3자 인수 등이며, 상호금융에 대해서는 대출금리의 10%로의 인하와 상환연기 및 분할상환 등을 요구해 왔다.그러나 정부는 이중에서 정책자금의 상환연기만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농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그러면 왜 농가부채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필요한가? 첫째는 농가경제의 파산을 방지하고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농업생산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식량자급도는 쌀을 제외하면 20%에 못미치고 있으며, 쌀만큼은 자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농업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면 쌀의 자급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있다.둘째는 농가경제의 붕괴로 인한 국민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주곡의 자급이 안된다면 국민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셋째로 비농업부문과의 형평성 확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정부는 일부 기업의 몇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농업부문에 대해서는 투자를 게을리하고 있다. 농업도 산업이며, 농업인도 국민이다. 안보산업이며 환경산업인 농업의 가치를 인식한다면 농가부채는 전 국가적인 문제이며 정부에서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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