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진근 충북대 교수 <>
농가부채가 농정의 핵심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정실패로 인한 농가부채는 감면해 주겠다”는 대선공약대로 농가부채를경감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농민단체와 적자재정 등을 이유로 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정부와의 첨예한 줄다리기가 그것이다.
IMF이후 계속된 농자재가격의 상승과 고이자율 등 생산비 상승요인에다 소비위축에 따른 가격하락 등으로 농가경제는 파탄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여기에다 수해가 겹치고 지난 시절의 정책자금 상환기일마저 박두함에 따라상호연대보증을 서준 농가들의 연쇄적 도산현상마저 크게 우려되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농가부채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대책의 필요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어떤 논리와 수단으로 부채문제에 접근할 것이냐하는 문제가 풀리지 않았을 뿐이다.
과연 부채란 어떤 뜻이고 농정실패로 인한 부채는 어떤 성격인가. 기업이돈을 빌려서 투자를 하면 수익이 발생하는 반면에 돈 값인 이자를 지불해야한다. 만약 수익보다 이자가 지속적으로 많은 경우에는 악성부채가 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건전한 부채가 된다. 또한 수익보다 이자가 큰 사업에 투자하도록 정부가 권장하였다면 정책실패로 인한 부채라 할 수 있다.그러므로 정부가 일차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악성부채 중에서 정부의 책임이 큰 부채라 할 수 있다. 만약 어떤 투자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익률이 예상보다 낮아진 반면에 이자율이 갑자기 높아져서 악성부채가늘어났다면 이 또한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된다.
일반적으로 농업부문의 수익률은 시중금리를 보상할만큼 높지가 않다. 이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상대적으로 낮은 정책금리를 적용하거나 각종보조를 통해서 농가들이 지불해야 할 금리부담을 낮춰주고 있다. 농업생산이 시장가격의 크기로 반영되지 않는 공익적 기능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국민경제적 입장에서 이를 보상해야 할 필요성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높은금리의 금융자금으로 인한 악성부채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농가가 융자를 얻어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어디까지나기업가적 판단에 의한 것이고 융자행위는 이자, 상환기일 등 조건을 미리승복한 계약행위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업여건이 나빠졌다고 해서계약을 어기고 부채감면을 요구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이러한 요구를 정치적으로 수용해주면 우리가 우려하는 ‘도덕적 해이’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농가부채문제의 해결은 근본적으로 농업생산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수단에 집중되어야 한다. 농가의 경영능력을 향상시키는 일, 농가소득을 안정시키는 일, 농산물 수취가격을 높이고 생산비를 절감하는 일 등이 그러하다.또한 농업의 산업적인 특성상 수익률 향상이 어려운 분야에 대해서는 다양한 직접지불제 등 소득보상적 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수단을 실현할 예산이 재정상의 이유 때문에 반영되기힘들다면 수혜대상을 엄격히 선별하여 상환을 유예시켜주고 이자율을 내려줄 수 있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IMF 위기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있는 근로자와 대기업을 위해서도 다양한예산지원과 부채경감대책을 실시하면서도 농가의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야 할 정부의 책임만은 굳이 외면해야 하는 까닭을 농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수 있는가. 전술적 차원보다는 원론에 충실한 정책선택이 새삼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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