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철 한국농업경영인경남도연합회 정책부회장 <> 한차례 태풍이 휩쓸고 간 들판을 바라보면 가슴이 쓰리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뜨거운 가을햇살로 무럭무럭 알곡이 여물어 가던 벼들이 이제는 죄다쓰러져, 바람이 불어도 황금물결 일렁이지 않는 풀죽은 들판으로 변한 것이다. 이 벼들이 어떻게 자란 벼들인가? 폭우도 헤치고, 수개월 계속된 흐린 날씨도 끝내 버티어낸 농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배인 농사가 아니었던가? 그나마 9월의 늦더위로 평년작을 뛰어넘는 풍년이 들었다고 온 국민이 좋아했는데, 막판의 태풍으로 농민들의 가슴에 멍이 들었다. 하지만 농민들을 더욱 울분에 차게 한 것은 이번 피해가 단순히 태풍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인재(人災)라는데 있다. 지난 9월 30일 태풍이 닥친다는 일기예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에 대비해야 할 농조직원들이 ‘농조통합반대’ 집회에 가기위해 수문관리인도 제대로 남기지 않아, 엄청난 피해를 자초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경남진주시 진산농조의 경우 직원 50여명 중 30여명이 집회에 참석하는 바람에인력부족으로 문산읍 관내 배수문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5백ha의 농경지가 침수되어 수천만원의 피해가 발생하였다. 또한 기타지역에서도 농조직원의 물관리 대응이 늦어지면서 침수피해가 예상보다 늘어나 비를 맞으며 논물을 빼는 많은 농민들을 허탈과 분노에 떨게하였다. 이같은 피해는 경남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는소식을 접하게 되면 농조직원들의 입에 발린 통합반대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가를 실감할 수 있다. 수문이 고장난 것을 알면서도, 폭우로 벼가 침수되면 큰 피해가 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청사에 모이는 농조직원들이 어찌 ‘개혁할 테니 통합하지말라. 우리가 수로관리의 전문가이니 통합하면 수로관리가 부실해 진다’고강변할 수 있단 말인가? 일부러 수로를 관리하지 않아 피해를 보게 만들어농림부가 곤란해지도록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분노한 농민들 입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태풍이 몰아치고 있는데도 물관리를 포기하고 통합반대 집회에 참석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처벌받아 마땅하다. 특히 농림부는 태풍피해를 예상하고 비상근무를 지시했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농조직원들이 이를 무시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이다. 아흔아홉의 땀방울로 힘들게 지은 벼농사가 농조직원들의 잘못으로 망쳐진것에 대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어떻게든 농조직원들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더이상 농민들의 분노가 증폭되기 전에 농조직원들은 농민들에게 무릎꿇고사죄하고, 더이상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속한 통합추진에 동참해야 할것이다. 그 길만이 조금이나마 자신들의 잘못을 감할 수 있는 길이다. 농민을 위해 얼마나 봉사하는가가 소속이 어디인가보다 훨씬 더 중요한다는 것을 하늘은 이번 태풍피해를 통해 준엄하게 보여 주었다는 사실을 농조직원들은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