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가을 날씨.태풍 ‘얘니’에 이어 제대로 환한 날이 없는 가을날씨 때문에 지난 달부터 시작한 물벼수매가 지지부진하다. 98년 물벼수매현장은날씨 때문에 수확이 늦어져 물벼수매계획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미뤄진 물벼가 쏟아져 들어오면 미곡종합처리장은 제때 건조기 투입을 하지 못해 또한바탕 난리를 겪을 게 뻔하다. 계약재배농민의 도복 피해벼를 품질인증미에서 제외하는 문제도 난제. 농민들은 계약대로 받아달라고 요구하지만 미곡종합처리장으로서는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민간임도정공장 등의 가격경쟁도 문제. 또 사실상 보름이면 끝나는 수확기에도 불구하고 25일동안 건조하는 것으로 계산해 놓아 건조능력이 부족한 것도 해결과제로, 물벼수매현장서 나타난 문제점들이다. 15일 밤 12시. 제현율 등급 도입에 앞장선 농협으로 기록될 김제 진봉농협. 1톤 트럭이 5~6대씩 줄을 서 있는 미곡종합처리장 앞 마당은 대낮처럼환하다. 오후 3시부터 계속 이어지는 1톤트럭의 물벼투입행렬은 12시가 되도록 이어진다. 트럭이 미곡종합처리장 투입부 앞에 멈추자 8~9명의 일꾼들이 우루루 차위에, 옆에 위치를 잡고 해포작업을 한다. “전부 농협 직원이다. 일꾼에게 맡겼었는 데 하루 일하고 다 도망갔다.”강석진 조합장은 직원이 밤새도록 작업하는 것이 못내 미안한 표정이다. 작업반장(?)으로 불리우는 전명수 전무는 아예 군화를 신었다. 바지와 신발에녹색테이프를 두세바퀴 돌려 벼 낟알이 신발 안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완전무장을 했다. 그래도 벼가 쏟아질 때 이는 먼지구름은 어쩔 수 없이 모자위, 옷위에 쌓였다. “계획량이 제대로 들어오지 못했다. 날씨가 풀리면 한꺼번에 밀려 올 것이다. 비상이다.” 궂은 날씨로 수확이 지연되면서 계획출하가 안돼 한꺼번에 물벼가 몰릴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밤새도록 넣어야지요. 할 수 있나요” 먼지를 뒤집어 쓴 직원이 한마디 한다. 대책이 없는 것이다. 진봉농협은 지난 96년부터 제현율 기준으로 자체등급을 매기고 있다. 동진벼의 경우 제현율 83%이상을 1등, 81~82% 2등, 79~80% 3등, 77~78% 4등,75~76% 5등. 일반벼는 81%이상 1등에서 2%단위로 5등급을 매긴다. 문제는가격. 진봉농협은 40kg기준 정부수매단가와 같은 5만2천원을 쳐주고 있다.그런데 일부 민간경쟁자들이 5만5천원에 사겠다고 나서 조합원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연산을 속이거나 섞지 않고는 정상적인 가격을 뽑을수 없는데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혼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정부수매곡 가격마저 흔들리고 있다. “일부 민간미곡종합처리장은 정부수매곡을 정부수매가격보다 kg당 13원을 더 주겠다고 하면서 농민을현혹시키고 있다. 물벼정부수매량은 확보만 하면 내년 3~4월에 자기상품으로 인수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은 자기돈 13원만 들여서 정부수매량을 확보하고 이를 인수받아 장사하려는 수법이다.” 정부수매곡에 대한 가격마저혼란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품질인증미로 조합원이 도복피해립을 계약대로 받아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난제중의 난제. 도복피해립은 동할미 발생이 높고 현백률도 낮다. 조합원설득이 쉽지 않은 부분이다. 미곡종합처리장의 건조능력을 25일간 건조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것도 현장에서는 문제다. 미곡종합처리장은 벼의 품종을 달리 심어 건조기의 가동률을 높이도록 계획했다. 그러나 벼 품종을 다양화해 수확기를 늘리는게 쉽지않다. 오히려 건조기간을 15일로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벼 품종을 바꾸려는 노력이라면 차라리 건조능력을 확대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더현실적이라는 이야기다.<안기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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