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 90년 이후 최악의 봄가뭄이 이어져 모내기는 물론 밭작물 파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부지방 가뭄현장을 찾아 실상을 알아본다.지난 16일 오후 2시 연천군 전곡읍 은대리 들녘.한창 물을 대고 모를 내어야 할 때이지만 극심한 봄 가뭄으로 바싹 마른논에 푸석푸석한 흙먼지만 날리고 있다. 어디선가 갑자기 사이렌소리가 들리더니 소방차 2대가 메마른 대지에 연신 물을 퍼 나르고 한방울의 물이라도 더 얻기 위한 농민들의 몸부림은 애처롭기까지 하다.“모가 말라 죽어 못자리를 다시 하려는데 이걸로는 어림도 없지. 장마철까지 비가 안 온다니 앞으로가 큰 걱정이야.” 김이봉(68·은대2리)씨는 70평생에 이런 일은 처음이란다.이형권(45·은대1리)씨도 20cm 이상 자라 타죽고 곪아 썩는 모를 보며 발만 동동 구르다가 모를 내기로 결심하고 정식할 논에 모판을 실어나르고 있다. “못자리 설치비용과 농약값, 인건비도 만만치 않은데 또 빚더미에 나 앉게 생겼어요. 양수장이나 폐쇄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곪아 썩은 모를 솎아내던 박승창(60)씨가 푸념을 늘어놓는다. 연천군의 곡창지대인 수백만평의 은대리 들녘이 사상 처음 이 같은 가뭄피해를 입은 이유는 인근 차탄천의 양수장 폐쇄 때문이라고 농민들은 주장한다. 3년전만 해도 연천군 일대에 4개의 양수장이 설치돼 있었으나 농업기반공사 연천·포천지부가 관리비용 절감차원에서 3개를 폐쇄하고 은대리에서 10km이상 떨어진 고문리 양수장만 가동시키고 있다는 것.이형권씨는 “공무원들은 책상머리에서 펜대나 굴리고 있으니 현장사정을 너무 모른다”며 “농업기반공사 수리담당은 고작 2명뿐이고, 군의 한해대책도 소방차 동원밖에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연천=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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