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새의 소중한 밑거름"87년부터 13년간 한농연에 몸 담아온 염광식 회장. 그동안 조직 일이라면 밥 먹다가도 뛰쳐나가 가족들의 애를 무던히도 태웠다. 공무원들과 얼굴 붉히며 싸우면서도 농민들을 위한 일이라면 언제나 당당했던 그. ‘도끼’라는 무시무시한 별명도 그래서 얻었다. 이제는 젖소 열심히 키우며 고생한 가족들에게 보답하겠다는 그에게선 ‘한농연 사랑’이 흠뻑 묻어난다.“홀가분한 기분으로 농사일만 열심히 하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걱정스러운게 한농연 조직과 많은 정이 들었나봅니다.”지난 4일 오후. 평택시 고덕면 좌교리에서 13년간 한농연 조직생활을 마감하고 농사꾼으로 돌아와 낙농일에 전념하고 있는 염광식(46)씨를 찾았다. 염씨는 집 앞 3백여평 텃밭에서 옥수수 씨앗을 파종하고 소먹이를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86년 농민후계자로 선정된 염씨는 87년부터 고덕면회 총무·면회장, 평택시연합회 사무국장·부회장·회장을 거쳐 경기도연합회 감사를 역임하기까지 13년간 한농연에 몸 담으며 농민권익보호와 농업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했다.“활동하도록 도와준 가족에 감사”“이제는 머리 아픈 조직생활에서 벗어나 부인 시름도 덜어주고 젖소만 키우려고 했는데 왜 또 찾아와서 꼬득이냐”며 핀잔(?)을 주는 염씨지만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옛 친구를 만나 회포를 풀 듯 지난날을 회상한다.“조직 일이라면 밥 먹다가도 뛰쳐나가 가족들을 애태웠죠. 그래도 그런 남편, 아버지가 뭐가 좋은지 다 이해하고 감싸준 가족들, 특히 용기를 주며 내조를 잘해 준 부인한테는 너무 고마워요.” 한번은 젖소 착유를 하면서도 다음날 있을 농민총궐기대회 걱정으로 착유할 소를 빠뜨려 밤 늦게 울부짖는 소 울음 소리에 그때서야 정신을 차려 늦은 밤 다시 착유를 했다며 쓴웃음을 짓는 염씨는 그만큼 한농연과 농업을 걱정했던 것이다.평택시회장시절 행정기관, 농·축협 등과 수많은 마찰이 있었으나 염 회장 앞에서 그들의 ‘안된다’는 논리는 모두 핑계에 불과했다.농민 요구 사항은 ‘도끼’ 같이 해결“그들은 해결 방법이 있는데도 전문능력이 없고 농업을 우습게 생각하고 귀찮아서 해주지 않는 것이 비일비재했다”는 그는 이럴 때마다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해줄 때까지 합리적이고 정당한 주장을 내세워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켰다. 그래서 공무원, 회원들 사이에 붙여진 그의 별명은 ‘도끼’다. 직접 해결할 시간이 안되면 접수된 민원사항중 간단한 것은 간사가 해결하게 하고 중요사안은 또 그가 ‘도끼’처럼 나서 농민들의 권익을 보호했다.“자금지원 받으려고 머리를 조아리기 보다 농민 지위향상과 농업기반 확립을 위한 농권보호 차원의 정당한 지원을 요구했기에 항상 당당했죠.” 염씨는 전문성을 요하는 농업직 공무원, 농·축협에 무능력자가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을 비난하고 농업단체장, 농업직 공무원들이 소외받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언제나 함께하는 회원 ‘값진 재산’“조직내 선·후배, 동료들과 부대끼며 많은 것을 경험하고 보고 배워 식견이 넓어졌습니다. 항상 부딪치고 싸웠던 공무원들도 이제는 모두가 소중한 동반자며 재산입니다”염씨는 예전에 얼굴을 붉히며 싸웠던 공무원, 농·축협 직원들과 정이 들어 친한 친구가 됐다고 한다. 다같이 농업을 위해 함께 하는 동료들이기 때문에 소중하다고. 그러나 더욱 더 소중하고 값진 재산은 언제 어디서나 농업의 발전된 앞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농연 조직과 12만 농민 회원들이라고 강조한다.파종 중에 트랙터가 고장나 불만스런 표정으로 시내로 부품을 구입하러 나가는 염씨를 보면서 앞으로 농민편익·권익보호를 위한 한농연의 역할은 더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평택=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이장희leejh@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