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충북 제천시 봉양읍에서 15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류호순씨의 하루 일과는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시작된다.충북여성농업인연합회 회장을 맡은 후 각종 회의나 행사에 참가하려면 이보다 더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기도 한다. 남들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려면 그만큼 더 부지런해야 하기 때문이다.특히 남편 최영락씨가 도의회 의원이 된 후 농업경영의 대부분 과정을 류호순씨가 담당하게 됐다.지난 82년 남편보다 일찍 후계자로 선정된 류씨는 초기에 한우를 사육해오다 86년부터 과수재배를 시작했는데, 농사일지 정리와 비료주기, 일꾼 섭외등을 혼자 담당한다. 과수외에 채소류 재배에서는 품목결정과 판로 확보 등을 남편이 맡는다. 결국 농업경영의 과정상에서는 류씨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시설채소를 재배하는 박춘옥씨(강원도 화천군)도 품목결정과 판매외에 경영과정의 잔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박춘옥씨는 “남편이 생산물 판매차 외출하면 생산물 포장까지의 모든 과정을 혼자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분야에 비해 시설채소를 재배하는 농가에서 여성의 역할이 더 큰 것같다”고 말했다.이같은 실례는 이들의 경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농업경영 과정에 노동투하량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해 비교한 농가경제통계연보에 따르면 가사노동시간을 제외한 농업노동시간이 지난 85년에 여성42.8시간, 남성 57.2시간이던 것이 95년에는 남성 51.8시간, 여성 48.2시간으로 나타나 갈수록 여성의 노동투하량이 증가함을 보여주고 있다.이같이 여성노동력 비중이 향상된 것은 여성의 힘으로도 농업경영이 가능할만큼 기계화됐고, 잔손을 많이 요구하는 시설농업이 대중화되는 등 사회적 변화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또 기존 생산위주의 농업형태가 생산은 물론 가공, 유통의 개념으로까지확대됨에 따라 남성은 주로 유통과정에 치중하게 되고 여성은 생산과정에서의 역할이 증대됐는데, 최근에는 농산물 가공산업에까지 여성농업인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여성농업인만으로 한과공장을 운영하는 편정옥(강원도 양구군)씨는 “생산한 농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중 하나로 가공산업을 시작했는데 주로 농한기 때 여성인력을 활용해 한과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이같이 여성농업인의 역할과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 조류다.이는 가족 중심의 농업경영체제가 이제 남성 위주가 아닌 부부간 공동경영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예이기도 하다.<최윤정 기자>발행일 : 97년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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