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물이 죽어가고 있다. 모든 생명의 원천이랄 수 있는 물이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축산오뇨수, 쓰레기, 기타 오염물질로 죽어가고 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등 4대 강은 물론이고 이들에 딸린 지천, 저수지 심지어지하수마저 각종 오염물질로 썩어가고 있다. 이제 산골지역 일부를 제외하고 그대로 사람들이 마실수 있는 물이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전세계적으로물부족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보고가 속속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오염에 따른 깨끗한 물의 부족현상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전망이다.특히 안전한 고품질 농산물생산으로 농업경쟁력을 확보해야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는 농업쪽에서도 물의 오염문제는 먼산의 불구경하듯 지나칠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물 오염에 대한 각종 조사자료들은이같은 심각성을 뒷받침하고 있다.환경부가 지난해 주요하천과 호수에 대한 수질조사결과 수질오염은 심각한수준으로 나타났다.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의 중하류지역의 경우 생활용수나 농업용수로사용되기 위해 총질소(T-N), 총인(T-P) 등이 검출되지 말아야 하나 이들이검출되고, 생화학적 산소요구량도 허용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오염이 심화되고 있다. 영산호·대청호 등 호수들도 총질소가 허용기준치를 넘어서 검출되고 있다.이와 함께 농업용수로 직접 사용되고 있는 저수지와 양수장의 물도 오염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어촌진흥공사가 전국 1백50개 농업용수 수질측정망으로 지정된 저수지와 양수장, 보 등에 대한 수질조사를 한결과 전국 각 지역별로 1~2개씩 총 20개가 부유물질과 산성도, 화학적 산소요구량 등이 기준치를 훨씬 초과해 농업용수로 사용하기에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일부지역의 저수지에서는 장기간 사람의 체내에 축적되어도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양은 아닌 극미량이긴 하지만 중금속이 검출된것으로 나타났다.이들 20개 저수지, 양수장의 수질오염의 주요 요인은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축산오뇨수인 것으로 분석됐다. 농진공 담수연구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농업용수로서 수질이 나쁜 지역 20개중에서 생활하수가 주요 오염인자로 조사된 곳이 12곳, 축산오뇨수가 4곳, 공장폐수가 3곳, 기타 1곳 으로나타났다.이처럼 하천과 호수의 오염 뿐만 아니라 채소, 화훼, 축산농가들이 많이사용하는 지하수마저도 오염과 각종 요인에 의해 농업용수로 부적합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농민들과 농업관련단체에서 의뢰한 지하수의 농업용 적합여부에 대한 조사에서 총55건 중에서 6건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특히 첨단농업기술인 양액재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농업분야에서도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수의오염정도가 양액재배가 불가능해졌다는 판정을 받고 있다. 경남농촌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김해평야 등 일부지역에서는 중탄산이온, 칼슘, 마그네슘성분 등의 오염으로 양액재배가 곤란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 양액재배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사기관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으나, 더 이상의지하수오염은 농업기술의 첨단화를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가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물문제는 이제 더 이상 도시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농업과 농민의 생존, 그리고 국민전체의 건강한 삶을 확보하는데 있어 깨끗한 물은하나의 관건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농축산물의 생육에 필수적인 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우리나라 농업의 위기를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염된 농업용수로 농작물이 재배된다는 가정이현실화되고 소비자들이 우리농산물을 외면하는 상황은 농업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물 문제의 본질이 있는 것이다.안전하고 깨끗한 농업용수의 확보는 국가의 핵심적인 과제의 하나로 다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뿐만 아니라 농민들도 물문제의 중요성과심각성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이같은 물문제에대해 농민들이 농축산물을 생산하면서 체험했거나 아니면 여러경로를 통해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농업인들중에서 양액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경우나 축산 등 기타 농업을 하면서 청정수를 얻기 위해 정수기를 구입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청정수를 얻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 못지 않게 깨끗한 농업용수확보를 위한 조직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농어촌의 생활환경을 깨끗하게 지키는 것과 함께 공장폐수, 축산오뇨수에 의한하천오염을 막기 위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제고와 구체적인 실천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바로 나와 가족, 이웃의 안전, 나의농축산물의 안전을 위해 물에 대한 관심과 보호활동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황성희 기자>발행일 : 97년 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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