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영상매체와 인스턴트 음식이 문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요즘, 아무리햇살 고운 가을날이라지만 고궁을 찾는 이들은 확실히 특별한 존재들이라할 수 있다. 하물며 이른 아침 집을 나서 백일장에 참석하고 있는 이들은얼마나 아름다운 심성을 지닌 이들이겠는가.벤치 이곳 저곳에 흩어져 원고지에 또박또박 자신의 꿈과 미래를 펼쳐보이는 모습은 잠시 세상의 힘겨움을 잊은 여학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바로 그런 이들이 모여 만들어낸 작품들이어서였을까, 적지 않은 작품수를 받아든심사위원들은 우선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책임감은 곧바로 작품에 대한 무게로 이어졌다. 참가작품중 1차로 15편을 간추리기로 하였는데 읽다보니 예심을 넘긴 것만도 25편이 넘어선 것이라 결코 예비작가라는 선입관으로 후한 점수를 준 것이 아니었다.은상을 받은 추경숙의 ‘텃밭속의 작은 행복’은 세심한 관찰이 돋보이는글로 문학의 맛도 아는 작품이었다. 변미희의 ‘이 가을에 느끼는 고향과농업’은 시야를 적절히 안배하고 문장을 다루는 솜씨가 좋았다.장려상을 받은 허정분의 ‘김장’은 우리 일상사에서 가장 흔한 일을 따뜻한 인정 속에 담아냈으며 권정자의 ‘가을을 보내며’는 여성 특유의 날카로운 서정이 눈에 띄었다.문제는 이정예의 ‘가을’과 강혜정의 ‘신토불이’였다. 모두 우수한 작품임에는 틀림 없었으나 두 작품은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가을이현실에 대한 미세한 관찰과 미학적 승화가 뛰어나다면 신토불이는 오늘의농어촌이 당면한 과제를 정확히 부각시킨 힘찬 작품이었다.논쟁의 논쟁 끝에 우리는 이정예의 ‘가을’에 대상을 주기로 합의했다.심사를 마친 뒤 식사를 하면서 심사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예비작가들의 탄생에 크게 만족해 했으며 그들이 계속 꿈을 펼쳐 나가길 기원했다.<현기영·박철, 소설가>발행일 : 97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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