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임대인 일방적인 위탁 포기로
농지 임차 못해 농사 위기까지

청년농 우선순위 배정 탓에 
농민들 “농지 뺏겨” 역차별 호소

청년농업인부터 우선순위로 농지를 임대하는 농지은행 농지임대수탁사업의 임차인 선정방식을 두고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년농업인들은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기존 농업인들은 역차별을 호소한다.

농지임대수탁사업은 농지 주인이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지를 위탁받아 농업인에게 임대하는 사업으로, 한국농어촌공사는 2022년 7월 1일 농지임대수탁사업의 임차인 선정방식을 변경, 시행했다. 모든 신규 임대차 계약은 공고를 통해 진행하고, 청년농, 20·30세대, 후계농업인, 귀농인, 일반농업인 순으로 임차인을 선정한다. 그러나 최근 농지임대수탁사업을 통해 농지를 빌리려던 청년농업인이 임대인의 일방적인 위탁 포기로 인해 농지를 임차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 청년농업인은 농사를 포기하기 직전까지 내몰리다 농지임대수탁사업이 아닌 직접 농지 구입하는 길을 선택했다.

경기 지역 청년농 A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공고 게시 후 농지임대수탁사업을 통해 농지(약 3300㎡)를 신청했다. A씨는 농지를 임차받는 우선순위에서 1순위로 심사를 받고, 농지를 기다렸다. 한 달여가 지나도록 연락받지 못하다가 농어촌공사 B지사 담당자로부터 ‘농지 임대인이 마음이 변해서 위탁하지 않기로 했으니 농지를 수탁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올 3월 농업경영체 등록을 앞두고 농사를 준비하고 있던 A씨는 농업경영체 등록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결국 큰 비용을 들여 농지를 구입했다.

이와 관련,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공사에 위탁했다가 포기하는 사례가 있긴 한데, 이를 세 번 연속할 경우 1년 동안 위탁을 받아주지 않는 것 외엔 특별한 제재사항은 없다”면서 “공사가 소유한 땅이 아닌 외부에서 들어오는 농지를 연결해주는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임대인의 의중에 따라서 농지 임차가 좌우되지 않도록 농지임대수탁사업의 농지 임차시 청년농을 비롯한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기존 농업인들은 임차 농지를 뺏길 수 있다며 역차별을 호소하고 있다. 농지임대수탁사업에서 농지 신청시 청년농을 우선 지원하고 있어 기존 농업인의 임차 농지가 청년농에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개인과 개인이 농지 임대차 계약을 맺고 농업경영체 등록 등이 가능했다. 그러나 불법 임차 농지 거래 가능성이 높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2022년 10월부턴 개인 간 맺었던 기존 임차 농지의 계약이 만료되면 농업인은 다시 공고를 거쳐 청년농과 마찬가지로 임차 농지를 새로 신청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기존 농업인은 우선순위에서 청년농에게 밀려 농지를 뺏긴 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이 때문에 농업인이 기존 임차 농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공고없이 농지를 우선 지원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개인간 농지 임대차 계약으로 농업경영체 등록을 했던 농가들이 갱신할 땐 농지를 내놓고 농지임대수탁사업 공고에 참여해야 하니 청년농에 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농지임대수탁사업의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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