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비닐하우스 필름 제조업체 11곳
공정위 과징금 부과에 억울 호소

농협 전년대비 5% 인하 요구에 
인하폭 최소화 논의 담합 해석

주요 원자재 에틸렌값 상승에도
2016~2018년 총 15%나 내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비닐하우스 필름 제조업체 11곳이 담합한 것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들 제조업체들은 원재료 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농협의 지나친 가격 인하요구에 따른 ‘대항적 행위’에 불과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6일 필름 제조사 11곳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총 9억6800만원을 잠정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격담합’과 ‘거래상대방 제한’, ‘입찰담합’을 한 혐의를 받는다. 11개 필름 제조사는 일신하이폴리, 삼동산업, 태광뉴텍, 광주원예농업협동조합, 흥일산업, 상진, 자강, 동아필름, 별표비니루, 진주원예농업협동조합, 경농산업 등이다. 

비닐하우스 필름 거래는 크게 단위농협과 이뤄지는 ‘계통거래 및 자체거래’와 농자재상사, 인터넷 등으로 이뤄지는 ‘민수거래’로 나뉜다. 계통거래와 자체거래의 경우 매년 초에 농협경제지주가 업체들과 개별적으로 협상한 가격으로 필름을 거래한다. 

공정위는 2018년 필름 제조업체들이 계통거래에 앞서 2018년 3월 21일부터 4월 4일 사이에 3차례 만나 비닐 가격을 전년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인하 폭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봤다. 중개기관인 농협경제지주가 전 품목 가격을 전년보다 5% 인하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들 업체들이 주력 판매 품목 대신 비인기 제품가격을 대폭 내리는 식으로 계통거래 가격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 2018년부터 총 30여 차례에 걸쳐 가격 할인을 최소화하는 등 영업 과정에 있어서도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제품을 판매하는 지역농협에 장려금 지급이나 기존 단가보다 추가할인 없이 납품하자고 필름 업체끼리 합의했다는 지적이다. 

농업용 필름 제조업계에서는 행위만 보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농협에서 농가 경영 안정을 목표로 필름 단가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2016~2018년까지 필름 가격을 낮춰온 배경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담합의 주요 목적인 영업이익을 꾀하기보다 최저임금 상승 및 유가 인상 등 제반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주장이다. 농업용 필름 업계에 따르면 계통거래 단가는 매년 5%씩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총 15% 인하됐지만, 주요 원자재인 에틸렌 가격은 지속 상승했다. 

또한 영업 과정과 관련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자구책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계통거래 단가를 5% 인하한 상황에서 복수의 지역농협이 연합해 필름 가격을 추가로 15~17% 낮춰달라고 하는 등 요구 수준이 지나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필름 업계에서는 공정위에서 부과한 과징금과 관련 정식 판결문이 나오면 법적 대응 여부도 검토하겠다는 반응이다. 

농업용 필름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담당한 조사관도 ‘대항적 카르텔’이라고 설명할 만큼 농업계의 상황을 알면 억울한 측면이 강하다”며 “이번 공정위 조사와 관련한 정식 판결문이 다음 주면 나오는 만큼 필름 조합 차원에서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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