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지난 2월 1차 입찰 유찰에
물량 늘려 2차 입찰 공고
“지금 수입해야 하나” 여론

쌀값이 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TRQ(저율할당관세) 쌀 구매입찰 공고를 내면서 시기의 적절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해 TRQ 쌀 입찰을 상반기에 4차례, 하반기엔 국내 여건을 감한해 2~3회 실시할 계획을 공지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aT는 지난 2월 8일 1차로 TRQ 쌀 구매입찰을 진행했다. 국가는 중국, 미국, 호주, 태국이며 물량은 약 8만톤 가량이다. 그러나 1차 입찰은 모두 유찰됐다. 이 결과에 대해 aT의 관계자는 “가격을 높게 쓴 것도 있을 것이고, 입찰이 성립이 안 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1차 입찰 유찰 이후 한 달이 되지 않아 aT는 지난 3월 13일 TRQ 쌀 2차 구매입찰을 공고했다. 2차 구매입찰 물량은 1차보다 약 4만2000톤이 많은 12만1668톤이다. 우리나라는 쌀 관세화 유예 종료 및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따라 매년 약 40만9000톤의 쌀을 TRQ 물량으로 수입하고 있다. 이번 aT의 입찰도 이 같은 연간 수입 양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가뜩이나 쌀값이 좋지 않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 TRQ 쌀을 수입해야 하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aT의 구매입찰 공고를 보면 2차 입찰이 마무리된 TRQ 쌀이 국내에 도착하는 기간은 이르면 6월말이나 늦으면 12월말이 된다. 국내 도입 시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심리’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 시장에서 쌀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쌀값 상승을 누르고 있는 요인 중에 하나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물량이 언제 시장에 풀릴지 모르는 ‘심리’가 깔려 있는 점을 들고 있다.

다수의 농협 통합 RPC(미곡종합처리장) 대표는 “(TRQ 구매입찰 소식이) 쌀값에 파장을 미칠 것이다. 쌀값은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소비량도 확 줄었는데 지금 시기에 쌀을 수입해야 하냐”는 격앙된 반응이 나온다. 민간 RPC에서도 “정부에서도 쌀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쌀까지 들어오면 쌀을 판매하는 입장에선 부담감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은 “쌀값이 상승하지 못하는 기조인데 aT가 수입쌀 구매 입찰에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수입 시기를 조절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T 관계자는 “TRQ 수입은 국가 간의 약속을 한 것이기 때문에 하지 않으면 반대급부가 생길 수 있어 (입찰을) 안 할 수가 없다”며 “입찰 시기와 관련해선 연내에 4만8000톤이 들어와야 하는데 한꺼번에 들어올 순 없다. 그래서 시기를 조정하는데 정부의 양곡창고 재고조사나 공공비축미 매입시기 등을 고려하면 실제 입찰을 하고 수입할 수 있는 시기가 많지 않은 애로사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 입찰은) 국내 수급상황과 국제 쌀 가격에 따라 변동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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