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산 저장배추 전수조사 현장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지난 6일 전남 해남군 문내면 무고리 배추밭에서 인부들이 겨울배추를 다듬어 포장상자에 담고 있다. 해남에서는 예년보다 10~15일 빠르게 겨울배추 수확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전남 해남군 문내면 무고리 배추밭에서 인부들이 겨울배추를 다듬어 포장상자에 담고 있다. 해남에서는 예년보다 10~15일 빠르게 겨울배추 수확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절기상 경칩인 3월 6일 전남 해남군 문내면 일대 배추밭에서는 막바지 겨울배추(월동배추) 수확작업이 한창이었다. 개구리는 잠에서 깨어나지만 노지에서 수확한 겨울배추는 도매시장에 바로 내는 물량을 제외하고, 저온창고에 들어가 봄배추가 나오기 전까지 시장 출하를 기다린다.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대아청과(주)는 이렇게 저장된 배추(저장배추)를 해마다 전수조사하고 있다. 저장배추 전수조사는 저장물량 출하시기를 조절하고 출하물량 등락 폭을 완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6~7일 양일간 해남과 무안 일대 배추밭과 저온창고를 돌며 진행된 2023년산 저장배추 전수조사 현장을 동행했다.
 

수확 현장 분위기 예년보다 시기 빠른 편1월 한파피해가 변수

3월 6일 겨울배추 주산지 해남에서는 겨울배추 수확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예년보다 수확 작업이 다소 빠르게 끝나는 편. 화원면에서 만난 산지유통인 이덕영 씨는 “올해 생육 상태는 좋은 편이었으나 한파 피해로 인해 절반 정도밖에 수확하지 못한 밭도 있었다. 이제 수확할 밭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올해 겨울배추는 지난 1월 하순 있었던 한파 피해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아청과 조사치에 따르면 한파 전 창고에 저장한 물량과 한파 이후 창고에 저장한 물량 비율이 약 7대3 정도로 추정된다.

오현석 대아청과 영업1팀장은 “한파 피해로 저장이 많이 안 될 것으로 봤는데, 현재 조사치로는 한파 피해 이후 들어간 물량이 약 3000대(5톤 트럭 10톤 적재 기준)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못한 물량이 많이 저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파 이후 입고된 저장배추는 출하 시 겉잎을 떼어내는 재작업을 하거나, 품위 하락을 막기 위해 출하를 앞당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 다만 한파 피해를 입기 전 입고된 물량은 수율이 예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고행서 영업2팀 차장은 “현재 상품성이 낮은 것들이 꽤 들어간 것으로 판단되는데 자연 감모를 감안한다 해도 얼마나 소비되느냐가 관건”이라며 “하지만 올해 같은 경우 소비가 워낙 부진하고 김치공장에서도 보유 물량이 많은 것으로 파악돼 가격을 견인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장물량 전수조사 결과 ‘촉각’ 6일 기준 9500대유통인 “더 적을 것”

저장배추는 3월 중하순부터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될 전망이다. 전수조사를 시작한 6일 현재 대아청과가 예상한 2023년산 저장배추 물량은 약 9500대(2022년산 7915대)로 당초 예상보다는 많은 물량이 저장에 들어갔다는 판단이다.

오현석 영업1팀장은 “관측 중앙자문회의에 때 KREI(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도 저장물량이 9만톤(차량 9000대) 내외라고 했는데, 우리 전수조사에서도 그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저장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시세는 7000원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산지유통인들은 조금 다른 의견을 냈다. 이준식 한국농업유통법인 정책부회장은 “직감적으로 지금의 조사치는 좀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 예측이 틀릴 수도 있지만 주변 얘길 들어보면 창고에 들어간 물량도 줄었고, 한파로 인해 자연 감모도 한 30% 이상 일어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장물량도 중요하지만, 저장배추를 소비하는 기간도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현덕 해남그린나래 대표는 “올해 같은 경우 평소보다 저장배추 출하가 10일 정도는 당겨서 나올 전망인데 그렇게 되면 봄배추가 나오기 전까지 먹을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며 “올해 품위가 안 좋다니까 창고에서 품위를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평소보다 저장배추 출하 시점이 앞당겨 짐에 따라 대아청과의 2023년산 저장배추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에는 저장물량이 당초 조사치보다 줄어들 전망으로,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월 하차거래 앞둔 현장 반응
장기적으로 경쟁력 제고 기대 속 ‘재’ 관행 폐지 효과에 귀추

중도매인 가격 책정 시 
기존과 같이 ‘재’ 고려 우려
“농민에 이익 돌아올까” 의문
산지유통인간 양극화도 걱정

오는 4월 1일부터 가락시장에서는 배추 파렛트 단위 하차거래가 전면 시행된다. 이에 대아청과는 이번 저장배추 전수조사 과정에서 간담회를 열어 산지유통인들로부터 파렛트 하차거래를 앞둔 준비상황도 점검했다.

주중재 해남무진유통 대표이사는 “아직 한 번도 안 가본 길이라 당연히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겠지만 준비를 잘한다면 장기적으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본다”면서 “중도매인 입장에서도 차 한 대를 다 사는 게 아니라 파렛트 단위로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차거래의 순기능으로 볼 수 있는 ‘재’를 없애는 효과가 출하농민들에게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차상거래 물량의 20%는 2등품으로 간주하고 경락가의 60%를 적용하는 ‘재’가 관행이었으나, 파렛트 단위 하차거래에서는 ‘재’를 적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출하자들은 중도매인들이 파렛트 단위 출하가 이뤄져도 기존에 재가 있는 것을 고려해 가격을 매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산지유통인 홍진현 씨는 “현재 배추를 비용이 더 들더라도 겉잎을 다듬어 상품성 좋게 박스에 넣어 출하하고 있는데, 도매시장에서는 그 만큼의 가격을 쳐주지 않고 있다”며 “파렛트 하차거래로 가야하는 방향성은 맞더라도 시장에서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해 줄 때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규모를 갖춘 산지유통인과 그렇지 못한 산지유통인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파렛트 단위 거래가 정착되면 오히려 도매시장 경유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섞여 나왔다. 또 해남보다는 경사가 많은 강원지역 배추 출하 시기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김민수 해남녹색유통 대표는 “여러 우려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배출 물류의 한 획이 그어지는 것으로 본다”며 “기존에 전혀 없던 방법을 찾아가는 건데 아마도 지금 산지에서 일하는 유통인들에게 상당히 큰 변화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이상용 대아청과 대표이사는 “2010년 배추 파동을 겪으며 전수조사를 통해 사전에 수급 균형을 맞춰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 10년을 넘겼다. 현장 의견과 충돌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런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전수조사 결과치가 최대한 객관화 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이 마무리되면 차상거래는 할 수 없는 만큼 파렛트 출하는 꼭 필요하다”며 “4월부터 시행될 하차거래 준비에 만전을 기해주시고, 대아청과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적극 협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남=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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