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산비 시대, 생산성 높은 축산농가 ‘톺아보기’
③ 김태호 알곡한우농장 대표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울산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김태호 알곡한우농장 대표는 강도 높은 선발과 도태, 암소 개량, 기본에 충실한 꼼꼼한 관리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배합사료와 조사료 급여도 한우 등급에 영향을 주는 만큼 신중하게 급여하고 있다. 사진은 김태호 대표(가운데)가 알곡한우농장을 찾은 사료업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울산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김태호 알곡한우농장 대표는 강도 높은 선발과 도태, 암소 개량, 기본에 충실한 꼼꼼한 관리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배합사료와 조사료 급여도 한우 등급에 영향을 주는 만큼 신중하게 급여하고 있다. 사진은 김태호 대표(가운데)가 알곡한우농장을 찾은 사료업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최연소 대통령상·최고 경매가'    
연고도 없이 낯선분야 뛰어들어
사육 14년 만에 역대 기록 세워


‘역대 최고 경매가’, ‘최연소 대통령상 수상자’ 그리고 ‘독특한 이력.’
지난해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알곡한우농장의 김태호 대표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에서 한우 160마리(번식우 7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김태호 대표는 1976년생(수상 당시 47세)으로, 역대 최연소 대통령상을 차지했다. 또 그가 출품한 수상축이 종전 최고가(7046만 원)를 1000만 원 이상 뛰어넘는 8177만 원(경락가 ㎏당 13만 원)에 팔리면서 역대 최고 경매가를 달성했다.

특히 그의 수상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축산업과 전혀 상관없는 영남대 조소과를 졸업한 그가 2008년에 한우를 키우기 시작해 사육경력이 고작 14년(2022년 기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현재 한우가격 하락 여파 등으로 침체된 한우산업에 소신 있는 경영 철학과 개량 방향으로 높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는 알곡한우농장을 다녀왔다.

김태호 대표의 소를 키우기 전 직업은 프로핸들러다. 도그쇼에서 애완견을 데리고 출전하기 전 준비과정부터 출전해 심사받는 전 과정을 핸들링이라고 하는데 이런 핸들링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프로핸들러다. 또 개·고양이의 혈통 관리와 분양을 하는 브리더(breeder)도 또 다른 직업이었다. 각종 애견대회에서 상을 휩쓴 프로였지만 김태호 대표는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된다”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 등으로 한우 사육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 지역 한우가 유명한지 몰랐다. 소를 키워본 적도 없었지만 주변 권유 등으로 가축시장에서 암송아지 3마리를 구입하면서 시작했다. 사료를 주는 대로 쭉쭉 크는 모습이 너무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농업계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았던 것은 물론 축산업과 전혀 인연이 없었던 만큼 처음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김태호 대표는 “돈을 모으는 대로 임신우를 사왔는데 분만 후 무섭게 돌변하는 암소도 있었다. 출산한 소의 성향을 모른 채 갓 태어난 송아지를 돌보려고 우사에 들어갔다가 소에게 받혀서 붕~ 날아간 적도 있다. 축사에서 기어가면서 겨우 피했다”고 말했다. 또 “볏짚을 구하지 못해서 장비 진입이 어려운 논에서 허락을 받고 볏짚을 걷어온 적도 있고 왕릉에서 깎은 잔디를 받아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알곡한우농장의 성적은 급성장했다. 실제 대통령상을 받은 수상축 성적을 살펴보면 도체중량 629㎏, 등지방두께 12㎜, 등심단면적 145㎠, 근내지방도 9다. 등급은 당연히 1++A를 받았다.

다른 한우 농가들의 출하성적과 비교하면 알곡한우농장의 성적이 얼마나 빼어난 지 알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2021년도 축산물등급판정 통계연보)에 따르면 경락가격 상위 10% 소의 성적은 도체중량 449.9㎏, 등지방두께 12.4㎜, 등심단면적 106.7㎠, 근내지방도 8.4로 나타났다. 도체중량 차이만 약 180㎏에 달한다. ㎏당 1만6000원을 적용하면 김태호 대표는 상위 10% 농가보다 288만 원의 추가 수익을 얻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알곡한우농장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강도 높은 선발과 도태, 암소 개량에 중점 

애견업 종사 경험 토대로 
‘좋은 소 보는 눈’ 키워
‘온순함’ 기준 선발·도태
개량할수록 사람이 편해져


아무래도 축산업 경험이 없는 만큼 처음에는 소를 선발하는데 서툴 수밖에 없었다. 김태호 대표는 “처음엔 좋은 소를 보는 눈이 없어서 이상한(?) 소만 갖고 왔다. 결국 다 도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핸들러와 브리더로 애견업에 종사했던 경험은 좋은 소를 생산하는 기반을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됐다. 김태호 대표는 “애견업에 종사한 경험 덕분에 기본적인 혈통 개념이 있었다”며 “소를 보는 눈이 트인 후에는 괜찮은 소를 가진 농장을 찾아가 떼를 써서 받기도 했다.(웃음) 송아지 가격이 폭락했던 2010년대 초반에는 웃돈을 주고 송아지를 사오기도 했다. 그런 덕에 좋은 혈통을 가진 소가 우리 집에 다 있다”고 소개했다.

김태호 대표는 암소 개량에 중점을 두고 강선발·강도태를 원칙으로 적용하고 있다. 선발·도태 기준의 가장 최우선은 온순함이다. 그는 “한우 사육을 시작하면서 개량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정액은 (농가들에게) 똑같은 조건이다. 지난해 수상한 1~4등 농가 모두 똑같은 정액이다. 정액으로 할 수 있는 개량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좋은 암소를 보유하는 것이 개량의 성패”라고 설명했다.

김태호 대표는 좋은 암소를 만들기 위한 개량의 첫 번째 조건으로 온순함을 선택했다. 그는 “소의 온순함을 개량의 우선순위로 꼽는다. 그리고 등급과 후대성적, 혈통 등을 감안한다”며 “공격적인 소는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 비록 1++등급을 생산하는 소라도 공격본능이 강한 소는 과감하게 도태한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사람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송아지를 낳은 후 새끼를 쳐다보지 않는 소도 있다. 사람이 직접 송아지에게 젖을 먹일 정도라면 그건 소를 사육하는 것이 아니다. 수발드는 것이다. 그런 소도 정리한다”며 “송아지를 출산해도 어미가 알아서 초유를 먹이고 새끼를 돌보며 등급까지 잘 나온다면 얼마나 좋은 소냐. 개량 깊이가 깊어질수록 사람이 편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상을 수상할 만큼 오랜 시간 개량에 몰두하고 있고 고급육을 생산하는 농가이지만 김태호 대표는 농장 개량 점수를 10점 만점에 7점만 부여했다. 아직 갈 길이 남았다는 의미다.


 ‘기본에 충실’ 꼼꼼한 농장 관리 

농장 살림 직접 챙기며
개체관리 하나하나 수기로
대통령상 비법은 ‘고단백 사양’
라이그라스·옥수수도 키워


축종에 상관없이 성적이 우수한 농가들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호 대표도 기본에 충실한 꼼꼼한 농장관리를 강조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수기로 농장 기록을 관리하고 있는 점이다. 그는 “개체 관리는 일일이 수기로 한다. 그래서 누가 키웠는지, 도체중 등을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알곡한우농장엔 출하 차량이 있을 만큼 김태호 대표는 농장 개보수와 암소 수정 등 농장 살림살이 대부분을 직접 진행한다. 김태호 대표는 “조각을 전공하면서 배운 용접, 공구 다루는 법 등이 축사를 짓거나 개보수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는다. 또 소의 수정과 출하 등도 직접 한다. 한 번 지출할 땐 적을 수 있어도 그런 비용이 쌓이면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상 수상축을 낳은 엄마와 외할머니는 여전히 축사에서 번식우로 활동할 만큼 번식우 개체관리도 세심하게 진행한다. 조모인 소는 생후 140개월이다. 약 12년을 살고 있다. 김태호 대표는 “수상축 외할머니 소는 매년 한 번씩 발굽삭제를 하고 있다. 그렇게 관리한 소는 잘 걸을 만큼 관절에 좋다”고 설명했다.

사육월령이 긴 젖소는 우유 생산량 등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발굽삭제를 반드시 하고 있다. 반면 한우는 사육기간이 짧기 때문에 통상 발굽을 깎지 않는다. 하지만 오래 키우는 한우도 발굽이 자라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려면 발굽삭제가 필요하다. 김태호 대표가 나이든 소의 발굽을 관리하는 이유다.

축사 출입 시 방역복을 입는 것은 물론 전용 신발(장화)을 반드시 착용한다. 김태호 대표는 “방역은 농가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이라며 “손님이 농장을 찾으면 아무래도 소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해 자제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상을 차지한 수상축의 사양관리 노하우를 묻는 질문엔 “고단백 사양”이라고 응답했다. 그는 “대회 출품 소는 4~6월에 태어난 송아지 중에서 키 큰 송아지를 우선 선발한다. 체장이 길지 않으면 도체중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등지방두께와 등심단면적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농후사료를 약간 적게 주는 한편 단백질을 보강하기 위해 대두박을 드레싱해서 급여했다”고 팁을 공개했다. 또 “조사료포 2000평 규모에 라이그라스와 옥수수를 심고 있다. 거세우에겐 볏짚과 함께 페스큐와 연맥 등 건초 위주로 섭취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만간 새로운 축사를 짓는 공사가 마무리되면 최대 240마리까지 사육할 수 있는 축사시설을 갖춘다. 김태호 대표는 새로운 축사를 비육우 위주로, 기존 축사는 번식우·송아지 위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축사 공간을 여유 있게 두면 쾌적한 환경에서 소들이 자랄 수 있고 사고 발생률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맛 고려 사양관리, ‘주민과 상생’ 경영 철학 

구수한 한우고기맛 특징
마블링 적어도 감칠맛 자랑
상금 받아 ‘통 큰 기부’
축산 이미지 쇄신 노력 

대통령상 수상 상금으로 마련한 돈 1000만 원을 기부한 김태호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김태호 대표는 종종 도축된 자신의 소를 구입해 먹는다. 소비자들 입맛에 맞는 소고기를 생산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태호 대표는 “선진지 견학으로 찾은 일본은 이미 고기 맛을 반영하고 있었다. 소고기의 식감과 고소함 등을 판단해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다. 일본에서 높은 등급의 소고기는 34개월령 이상 사육된 소였다. 한우도 이런 맛을 가지면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고급육으로 출하해야 수입육과 경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입장에선 한우를 구매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중도매인들이 최종 소비자다. 그들은 소비 트렌드 등을 감안해 고기를 구입하는 만큼 그들의 의견에 맞춰 소를 키워야 한다”며 “내가 키운 소는 고소하고 구수한 맛이 있다. 마블링이 조금 적어도 감칠맛이 있다. 앞으로도 개량 방향은 맛에 신경 쓸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태호 대표는 지난달 28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성금 1000만 원을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상 수상으로 받은 상금으로 마련한 기부금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냄새 등으로 축산 이미지가 좋지 않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할 필요성도 느꼈고 대통령상 수상으로 돈도 번만큼 불우이웃을 돕자는 마음으로 기부했다. 나처럼 대통령상을 받은 분들이 기부하는 선례를 남기기 위한 생각도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열리는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도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그는 “대통령상을 두 번 연속 수상한 농가는 없지 않느냐. ‘최초로 두 번 연속 대통령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에 도전해보겠다”며 “소는 쾌적한 환경에서 자라고, 우리(김태호 대표 부부)는 안전하게 키우는 것이 나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열릴 시상식에서 김태호 대표가 또 다시 가장 높은 곳에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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