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정부 ‘격리 의무화 안된다’
쌀 공급 과잉구조 더 심화
연 1조 넘는 재정 투입 불구 
쌀값 하락세 지속 불가피

민주 ‘법률 개정취지 왜곡’ 
재량권 남용탓 쌀값 폭락 야기
재정·농정당국이 자초한 일
타작물 지원 늘리면 풀 수 있어

한농연 “법 개정 재고” 주문

쌀 초과 생산량 격리 의무화와 논타작물 재배 지원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개정안 시행시 그 효과를 두고 농림축산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이학구)는 “2023년 농업예산에 전략작물직불과 논타작물재배 지원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책의 지속성 및 실효성 확보를 위해 그 효과를 면밀히 점검한 후 법 개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격리 의무화시 공급과잉 심화, 쌀값지지 어렵다”

농식품부는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효과분석’을 근거로 “시장격리 의무화시 쌀 공급과잉 구조가 심화돼, 해마다 1조원이 넘는 재정 부담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쌀값은 장기적으로 현재 수준(18만7000원/80kg)보다 낮은 17만~18만원에서 하방 정체될 것”이라면서 시장격리 의무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연평균 약 20만1000톤 규모인 쌀 초과생산량이 43만2000톤으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타작물 지원과 시장격리 의무화 동시 시행을 가정한 것으로, 시행 초기 타작물 전환면적이 확대돼 벼 재배면적이 줄면 쌀 과잉규모가 감소해 쌀값이 일시적으로 오르지만, 이후부터는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배면적 감소폭이 둔화돼 다시 초과 공급량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30년 쌀 공급량은 63만톤 이상 남아돌고, 쌀 격리비용으로 1조4000억원 규모가 소요되며, 쌀값은 17만2000원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추산이다.

농식품부 전한영 식량정책관은 “쌀 소비는 계속해서 감소하는데 반해 격리의무화로 쌀 생산감소폭이 축소되면 공급 과잉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면서 “타작물 재배 지원을 통해 쌀 생산 감축을 유도해야 하는데, 남는 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게 되면 타작물 전환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쌀 증산을 유도하는 시장격리 의무화와 쌀 생산 감축을 위한 타작물 전환 정책을 동시에 시행하는 모순적인 상황으로 비효율과 재정 낭비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양곡관리법 개정 취지 왜곡” 맹비난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농경연의 분석이 양곡관리법 개정 취지를 또다시 왜곡했다”며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은 2021년산 쌀값 하락시 정부가 법상 임의조항을 악용해 수확기에 시장격리를 하지 않아 쌀값 폭락 사태를 야기했기 때문으로, 재정·농정당국이 자초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농경연은 시장격리 미의무화시 재정당국의 재량권 남용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 쌀값 폭락시 발생할 농가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쌀 시장격리 의무화시 막대한 재정 투입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 민주당은 “쌀 시장격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논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을 제대로 펼치면 된다”고 반박한다. 민주당은 “이번 법 개정이 쌀 시장격리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라는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고, “과잉상태에 있는 쌀을 타작물로 전환해 쌀 과잉도 해소하고 타작물의 자급률도 확대, 시장격리 조치가 가급적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농연 “법률 개정 효과 면밀히 점검해야”

한편, 한농연은 “농경연의 분석대로 초과물량을 정부가 매입해도 구조적인 쌀 공급 과잉으로 쌀값이 지속해서 하락한다면 농가는 이전보다 더욱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도 쌀값이 하락한다면 예산 운용의 효용성을 고려해 법률 개정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시장격리를 의무화할 경우 타작물 전환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쌀 수급불균형 해소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밀·콩 등의 자급률 제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2023년 농업예산에 전략작물직불과 논타작물 재배 지원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효과를 면밀히 점검한 후 법률 개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60일 경과 시점인 18일까지 법사위 심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임위에서 본회의 부의 요구가 가능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정부 여당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어서 양곡관리법을 둘러싼 대치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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