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안형준·최영진 기자] 

한 해 180억 원 예산 투입 
국내 유일 김치연구 정부기관
‘김치’ 둘러싼 대내외 위협 속
통폐합 위기 딛고 6년 존치
연구시스템 재편 여론 고조


11월 22일은 올해로 세 번째 맞는 ‘김치의 날’이다. ‘김치종주국’에서 김치를 알리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김치의 날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내외 여건들과 무관치 않다. 김치와 김치산업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대외적으로 위협과 기회가 양면의 동전처럼 자리하고 있다. 한류 문화에 힘입어 높아진 ‘K-FOOD’ 위상으로 대표 주자인 김치가 수혜를 보고 있는 한편 중국의 ‘김치 동북공정’ 논란이 한층 빈번해지고 강도도 거세지고 있다.

국내 여건은 이보다 더 암울한 상황이다. 김치 원재료인 배추와 무 재배면적이 줄고 이상기후 영향으로 작황도 예상하기 어려워 수급 불안이 반복되고 있다. 김치를 ‘금치’로 몰고 있는 언론들의 호들갑은 소비자의 뇌리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 소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농산물 수급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중국산 수입 김치는 별다른 제재 없이 ‘김치종주국’의 식탁을 차지한 지 꽤 됐다. 

중앙정부와 관련 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농림축산식품부의 김치 관련 예산은 초라한 실정이다. 2018년 5억5000만원(김치품평회 2억원, 김치교육지원사업 1억원, 김치자조금 2억5000만원), 2019년 5억5000만원, 2020년 9억원으로 연간 예산이 10억원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2020년 8월 김치산업진흥법이 시행된 이후 편성된 2021년부터 예산이 대폭 확대 추세라는 점이 다행이다. 2021년 23억5000만원, 2022년 33억원에 이어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2023년 예산은 78억원으로 편성됐다. 관련법에 따라 김치 주산지에 김치원료공급단지 구축을 추진하면서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김치산업 관련 연구를 전담하는 국내 유일의 정부기관으로 세계김치연구소라는 곳이 있다. 2010년 1월 MB 정부의 한식세계화 추진으로 설립된 과기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데, 한 해 예산은 180억원(2022년 기준)을 웃돈다. 중앙정부의 김치산업 육성 예산의 몇 배가 되는 규모다.

하지만 연구 성과 미흡 등의 이유로, 다른 연구조직과의 통폐합 대상에 거론되는 등 부침이 심하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녹록하지 않은 산업 여건 속에 세계김치연구소의 필요성 여론에 따라 2022년부터 2027년까지 6년간 존치 결정이 났고, 현재 중장기 관점의 역할 및 정체성 수립 등 방향을 재설정 중이다. 한국농어민신문은 11월 22일 김치의 날을 맞아 세계김치연구소의 역할과 과제를 짚어봤다. ▶관련기사 5면

‘김치의 날’ 제정 취지는 김치산업진흥법에 나와 있다. “김치산업의 진흥과 김치 문화를 계승·발전하고, 국민에게 김치의 영양적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11월 22일을 법정기념일로 정했다. ‘11월 22일’이라는 날짜 의미는 김치 소재 하나하나(11월)가 모여 22가지(22일)의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다. 마침 이 날을 전후해 많은 이들이 김장을 하는 때이기도 하다. 김장김치를 담그는 곳곳에서 ‘김치의 날’ 얘기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특별취재팀=고성진·안형준·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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