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농촌재단 창립 31주년 ‘한·독 국제심포지엄’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대산농촌재단은 지난 10월 25일 미래가 있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을 주제로 창립 31주년 기념 한·독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대산농촌재단은 지난 10월 25일 미래가 있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을 주제로 창립 31주년 기념 한·독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미래가 있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을 주제로 대산농촌재단(이사장 김기영)이 마련한 ‘창립 31주년 기념 한·독 국제심포지엄’이 지난 10월 25일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을 위해 대산농촌재단은 독일에서 요셉 히머(Josef Hiemer) 전 캠프텐 농업국장, 칼 립헤어(Karl Liebherr) 켐프텐 농업직업학교 명예교감, 토마스 프뤼거(Thomas Pfluger) 빌트폴츠리트 시의원 등 3명의 전문가를 초청했다. 3년 만의 공백을 깨고 지난 5월 재개된 유럽농업연수 참가자들이 현지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보고 배웠다고 꼽았던 이들이다.

김기영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가 유럽에서 보고 들었던 새로운 정보와 체감했던 변화를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이번 심포지엄을 기획했다”면서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식량·에너지 위기 극복의 열쇠를 찾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의 좌장은 김창길 서울대학교 특임교수가 맡았고, 신수경 사무국장이 전체 사회를, 독일에서 온 박동수 전문통역사가 순차 통역을 진행했다.


세션1 / EU의 농업·농촌 정책과 국민의식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대응 역점”

자발적 생태보전활동 참여 유도
비료 20%·제초제 50% 감축키로
소농 보호 ‘재분배 직불’ 늘리고
청년농 직불도 최장 5년 지급

요셉 히머
요셉 히머

“EU의 새로운 공동농업정책(Common Agricultural Policy, CAP)은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할 것이다.” 요셉 히머 전 캠프텐 농업국장은 26개 회원국간 논의가 길어지면서 2년(2021~22)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되는 CAP(2023~27년)의 중심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그린딜(Green Deal)과 팜투포크(Farm to Fork) 전략이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경작지의 4%를 휴경하고, 유기농 비율 25% 달성을 목표로 2030년까지 비료 사용량의 20%, 제초제 사용량의 50%를 줄이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독일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현재 13% 수준인 유기농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히머 박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식량 문제가 위태로운데 이걸 꼭 지금 시작해야 되느냐는 논란이 제기됐지만, 결국은 시작해야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농업인들이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직불금이 지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EU는 새로운 CAP에서 자발적으로 생태보전활동에 참여하는 농민들에게 추가보조금을 지급하고, 소농을 보호하기 위한 ‘재분배 직불’ 예산 비중을 7%에서 12%로 높이며, ‘청년농 직불’ 예산 비중도 최소 3%로 올리기로 했다. 청년농 직불금은 현재 ha당 134유로로, 최대 5년간 120ha까지 지급이 가능하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친환경농가의 비율은 5% 정도밖에 되지 않고, 지난 30년 사이 농지 면적은 25% 이상 줄었다. 청년농의 비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면서 “이렇게 빠르게 농지가 사라지고, 청년농업인이 극단적으로 적은 상황을 감안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매우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나 농업경영 다각화를 위한 노력도 결국 일정한 수준의 농업활동 기반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땅과 사람의 문제가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식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과장은 “미중 무역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그동안 식품도 얼마든지 수입해 올 수 있다는 신념이 깨졌다”면서 “굳건한 식량주권과 안정적인 해외공급망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새정부가 직불제를 5조원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한 만큼 EU의 직불모델이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션 2 / 농민 자격증, 품격과 책임
“3년 과정·졸업시험 통과해야 농민 자격”

학교-현장 잇는 듀얼시스템 주목
계약서·사고보험도 반드시 필요

칼 립헤어
칼 립헤어

독일 농업직업학교의 핵심은 학교와 농업 현장을 연계하는 ‘듀얼시스템’이다. 3년 과정 중 1학년 때는 일주일에 4일 학교교육을 받고 1일은 마이스터가 있는 농장에서 실습을 한다. 2~3학년이 되면 거꾸로 현장에서 4일, 학교에서 1일 이론교육을 받게 된다. 3년 과정을 마치고 학교에서의 이론시험, 본인이 실습한 농장에서의 실습시험 등 졸업시험을 통과해야 EU와 국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농민 자격증’이 생긴다.

캠프텐 농업직업학교의 칼 립헤어 명예교감은 “학교에서는 제대로된 교육이 이뤄지는지, 실습농장에서는 적절한 직업훈련이 이뤄지는를 관리감독하는 감독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바이에른주는 농림부가, 다른 연방주는 농업회의소가 전체 교육과정을 계속 감독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습농장주는 반드시 마이스터 자격증이 있어야 하며, 견습생과 실습비용·휴가기간 등이 명시된 계약서를 체결하고, 반드시 사고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김현묵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교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69개의 농업계 고등학교가 있는데, 졸업전에 1주일 이상 현장실습을 이수하게 돼 있지만 그나마도 농장이나 목장 등 생산농가로 현장 실습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독일의 직업학교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완벽한 농업인이 될 수 있도록 듀얼시스템을 실천할 수 있는 시범학교 운영을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실습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매우 큰 사회적 이슈가 돼 현장실습이 위축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만큼 안정적으로 안심하고 현장실습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세션 3 / 에너지 자립,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재생에너지 통해 연간 700만 유로 수익”

인구 2600명 ‘빌트폴츠리트’
수익금은 마을에 전부 재투자 

토마스 프뤼거
토마스 프뤼거

에너지 자립마을로 유명한 빌트폴츠리트는 총 인구 2600여명의 지방자치단체다. 2000년 1월 13일 “2020년까지 100% 에너지를 자급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기후보호모델’을 채택한 이후, 2022년 현재 바람과 태양, 물, 나무, 그리고 축분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통해 전기 자급률 828%, 난방 자급률 60%를 달성했다. 빌츠폴츠리트가 신재생에너지로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700만 유로. 토마스 프뤼거 시의원은 “이같은 수익금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고 마을에서 순환하며 마을에 전부 재투자되기 때문에 마을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했던 것은 시민참여”라고 강조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2000년 탈핵선언 이후 20년을 이어 온 독일정부의 일관성 있는 에너지 전환 정책과,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도울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 등이 톱니바퀴처럼 촘촘하게 맞물려 돌아갔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를 전담하는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농촌을 모르고, 농식품부는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게 문제”라면서 “부처간 칸막이를 깰 수 있는 제도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경수 고산퍼머컬처 센터장은 “빌트폴츠리트 사례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실천에 농촌이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 등 다양한 농촌의 에너지 자원을 연결,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한 점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소득이 한계에 봉착, 농업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농업 현실에서 에너지 전환을 통해 지역내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고, 주민들의 소비지출을 줄일 수 있다면 농촌 재생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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