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조사료 안정적 기반을 다지자
<상>‘수급 비상’ 국산 조사료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급등하는 조사료 가격으로 소 사육농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볏짚 가격 인상률은 지난해 보다 20%를 훌쩍 넘어섰고 각종 국내산 조사료 가격도 20% 이상 올랐다. 가격은 치솟았지만 양질의 조사료를 충분히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여건에 소 사육농가의 어려움만 가중되고 있다. 결국 국내 조사료 생산기반이 탄탄해야 수입 조사료 공급불안에 대처하고 생산비 안정 등에 대처할 수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에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조사료 생산·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국내산 조사료 생산기반의 안정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폭등하는 국내외 조사료 가격

2020년보다 52.2% 상승
수입산 인상폭 웃돌아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여파로 조사료 가격은 급격하게 올랐다.

실제 NH 한우 월간 리포트 9월호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당 수입 조사료 가격은 톨페스큐 376.5원, 티모시 552.4원, 연맥 391.1원, 라이그라스 346.0원으로 조사됐다. 2021년 평균 가격 대비 톨페스큐 27.5%, 티모시 29.9%, 연맥 19.6%, 라이그라스 29.6% 상승했다.

국내산 조사료 가격 인상 폭은 수입 조사료 인상폭을 상회했다.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 같은 국내산 조사료 가격은 ㎏당 210원으로, 2021년(154원) 보다 36.4% 상승했다. 2020년 보단 52.2% 치솟았다. 한우 농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생볏짚 가격은 194원으로, 2021년 평균 가격(150원) 보다 29.3% 급등했다. 2020년 가격(143원)과 비교하면 35.6% 폭등했다.

가뜩이나 배합사료 가격 상승 여파로 생산비가 오른 축우농가들은 조사료 가격마저 치솟으면서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조사료업계에 따르면 300~400㎏ 크기의 랩핑된 볏짚 가격은 지난해 개당 6만5000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이미 9만~10만 원 정도에 거래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도 지난해 7만5000원이었지만 올해는 12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경기 고양시의 한우농가, 이재은 씨는 “충청권에서 이미 8만 원에 판매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류비 생각하면 10만 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연간 400개 정도 써야 하는데 인상폭 2만 원만 계산해도 생산비가 800만 원 올랐다”고 호소했다.
 

턱없이 부족한 국내산 조사료

조사료 자급률 81%라지만
품질 낮은 볏짚 68% 달해
전문가들 “허수” 입모아

정부 생산정책 지속성 불투명
품질 들쑥날쑥해 농가 외면
축산업계 해법 찾기 고심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조사료 총 소요량 482만 톤 중 국내산 조사료 물량은 392만3000톤에 달한다. 국내산 조사료 자급률은 무려 81.4%.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허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392만3000톤 중 조사료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볏짚의 비중이 약 68% 달하는 등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와 호밀, 옥수수 같은 사료작물의 비중은 불과 28% 수준이다.

조사료업계 관계자는 “수치상으로는 조사료 자급률이 80%를 넘는다. 하지만 저질 조사료인 볏짚 비중이 매우 높다. 이를 제외한다면 실질적인 조사료 자급률은 30% 수준이다. 조사료 자급률이 높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산 조사료가 부족한 원인은 여러 가지다.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조사료 생산 정책이 지속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에 시행했던 논 타 작물 재배 지원 사업은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할 경우 일정 금액을 지급한 사업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됐다. 당시 조사료를 재배할 경우 ha당 430만 원을 지원하는 등 작목별로 280만 원(휴경)에서 430만 원(조사료)까지 지원금을 지급했다. 해당 정책은 쌀값과 수급 안정 등을 목적으로 진행됐고 조사료 생산 확대 등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시범사업 종료 후 공익직불제 시행으로 해당 사업은 본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경남의 한 조사료업체 관계자는 “논 타 작물 재배 지원 사업 시행 당시 옥수수와 사료용 벼를 재배하면서 축산 농가들에게 도움이 됐다. 하지만 꾸준하게 사업 추진이 되지 않으면서 현장에선 내년에 과연 해당 사업이 진행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조사료 대신 쌀을 심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종근 서울대 교수는 “정부는 국내산 조사료 생산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10~20년 전부터 진행했다. 농가들은 해당 정책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고 각종 장비를 구비했지만 이듬해에 해당 사업이 사라진다면 농가 입장에선 불안하지 않겠느냐”면서 “3년을 진행했던 논 타 작물 재배 지원 사업도 종료되면서 현장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국산 조사료의 들쑥날쑥한 품질도 농가들이 국산 조사료를 외면하는 이유다. 수입 건초에 비해 과다한 수분 함량, 부패 또는 이물질이 들어간 경우가 빈번해 국산 조사료에 대한 축산 농가들의 신뢰는 높지 않다. 농가들이 국산 보다 수입 조사료를 선호하기 때문에 국산 조사료 생산기반 확대도 더딜 수밖에 없다. 

강원 원주의 한 낙농가는 “정부에서는 강원지역에서도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를 재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조사료를 직접 재배·생산해봤지만 날씨 등을 감안하면 투입 대비 타산이 맞지 않는다. 생산을 포기하고 국산 조사료를 구매했지만 제품마다 품질이 균일하지 않고 샘플과 실제 물건도 다른 경우가 적잖았다”며 “해당 업체에 문제점을 지적하면 그냥 먹이라고 한다. 반면 수입 건초는 품질이 균일하다. 그래서 재작년부터 전량 수입 건초를 이용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농가들의 반응은 정부기관의 조사료 관련 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국립축산과학원이 2020년 조사한 조사료 이용 및 유통확대를 위한 축산농가 국내산 조사료 의식 조사에 따르면 국내산과 수입산 조사료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낙농가들은 수입산 5.42점, 국내산 3.99점을, 한우농가들은 수입산 5.25점, 국내산 5.18점을 부여했다. 수입산 조사료에 대한 만족도가 국내산 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또 현재 국내산 조사료 사용 비율이 한우농가 84.6%, 낙농가 75.8%, TMR공장 69.0%인 가운데 2025년 조사료 수입 자유화 이후 국내산 조사료 사용 비율을 묻는 질문에 한우 농가 39.8%, 낙농가 15.9%, TMR공장 18%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김종근 서울대 교수는 “국내산 조사료는 사일리지 위주로 유통된다. 그런데 사일리지의 수분 함량은 보통 60% 수준이다. TMR 배합 시 각종 영양소 함량을 높이고 싶어도 수분 함량이 높은 국내산 조사료는 한계가 있다. 사람과 동물 모두 하루 섭취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반면 건초의 수분 함량은 7~8% 정도라서 영양소 함량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농가들이 수입 건초를 선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조사료 가격이 폭등하면서 국내 생산기반을 더욱 안정화시켜야 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결국 조사료 수급이 급한 축산업계는 하천부지의 조사료 자원 활용, 산림 부산물의 조사료화 등 해결 방안 모색에 나섰지만 궁극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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