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국민검증단 전문가 발표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CPTPP 가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 CPTPP 국민검증단 전문가 위원 발표회’에서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CPTPP 가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 CPTPP 국민검증단 전문가 위원 발표회’에서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부분 회원국과 이미 FTA 체결
실질GDP 경제성장 효과는 
0.33~0.35% 정도에 그칠 듯

민감품목 추가개방 가능성 높고 
TRQ 쌀 수입 확대도 불가피 전망
사과 피해액만 연 5980억 추산

정부가 가입을 추진 중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경제 효과는 적은 반면, 농업분야에는 매우 큰 타격을 입힐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협상과정에서 양허제외 및 검역조치로 문턱이 높았던 민감품목의 추가개방 가능성이 높고, 국내 쌀값에 큰 영향을 미치는 TRQ(저율할당관세) 수입 확대도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CPTPP 가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 CPTPP 국민검증단 전문가 위원 발표회’가 개최됐다. CPTPP 가입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등이 공동 주최한 이날 발표회에선 CPTPP 가입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적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CPTPP의 거시경제적 영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이 CPTPP에 가입할 경우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실질GDP의 0.33~0.35%에 그칠 전망”이라며 “이는 CPTPP 가입의 경제적 효과가 사실상 인정받기 어려운 정도에 그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것으로, 표준오차의 크기에 따라서는 0.33~0.35%는 통계적으로는 0과 다르지 않은 값일 수 있고, 일정 신뢰수준에서는 마이너스 값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가 FTA로 불리는 CPTPP의 경제 효과가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가 멕시코와 일본을 제외하고, CPTPP 회원국 대부분과 양자 FTA를 체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FTA를 공격적으로 체결해왔고, 한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2017년 세계 GDP의 72%에서 2022년 85%를 기록했다.

나원준 교수는 “정부 정책을 지원할 목적으로 국책연구기관에서 제공한 수치가 실제보다 저평가된 결과이긴 어렵다”며 “의도적으로 CPTPP의 경제 효과를 긍정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설계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결과 값의 신뢰성은 더욱 낮다”고 덧붙였다.

백일 울산대학교 교수도 ‘CPTPP, IPEF 협상과 상품제조부문 영향과 분석’이란 주제발표에서 같은 주장을 폈다. 백 교수는 “기존의 FTA 효과 예측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성장률 예측 결과를 내놓는 것은 미국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엄격히 말해서 한국의 CPTPP 참여에 따른 경제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CPTPP로 인해 일본과의 협상이 잘못될 경우 부정적 효과도 우려된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주요 무역 흑자국이자 느슨한 FTA(RCEP) 체결국으로, CPTPP는 사실상 한일 FTA와 다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은 ‘CPTPP 한국농업에 미치는 피해’란 주제발표를 통해 민감품목의 추가개방 가능성, 특히 TRQ(저율할당관세) 쌀 수입확대 우려를 제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40만8700톤의 TRQ 쌀을 매년 수입하고 있다. TRQ 쌀 물량은 한국 쌀 수요량의 10%를 차지하며, 쌀 수급과 가격 등 국내 쌀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수미 팀장은 “CPTPP 회원국 중에서 호주, 베트남은 쿼터를 배정받아 한국에 TRQ 쌀을 수출하고 있는데, 쌀 TRQ 증량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실제로 일본은 지난 CPTPP 협상에서 호주에 쌀 TRQ 제공을 협정했고, 향후 한국도 CPTPP 협상장에 나서게 되면 이와 유사하게 TRQ 물량 증량을 요구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CPTPP 회원국 중 뉴질랜드, 칠레, 멕시코, 일본 등은 현재 SPS(위생 및 식물위생조치)로 인해 수입이 금지돼 있는 신선과일에 관심이 큰 상태로 알려져 있다. SPS 규정강화로 수입조치가 변경되거나 철폐돼 사과와 배가 수입될 경우 생산 감소로 인한 직·간접적 농업 GDP 피해액만 사과 연평균 5980억원, 배 209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수미 팀장은 “사과의 경우 우리나라 품종 대다수가 일본 품종이며 일본의 고품질 사과가 수입되면 고급 사과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며 “뉴질랜드산 엔비사과, 로얄갈라, 브래번, 퍼시픽로즈 등이 우리나라 부사와 맛이 비슷하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국내 과수농가에 큰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표회는 중간보고 형태로 진행됐으며, 오는 10월말 ‘CPTPP 국민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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