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한과·부각 생산업체 등
원재료가격 급등에
생산비 크게 올랐지만
추석선물 주문량 감소
전통장류도 수요 줄어


국내 전통식품업체들이 민족의 대명절 추석 대목을 맞았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주문량 감소와 생산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추석경기는 절망적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 17일~20일 서울 코엑스에서 ‘2022 한가위 명절선물전’이 개최됐다. 매년 열리는 명절선물전은 전국의 250여 식품제조업체가 참여해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난 18일에 행사장을 방문했을 땐, 한눈에 보기에도 예년에 비해 현저히 관람객의 수가 줄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선물세트 계약과 판매를 기대하며 참여한 업체들도 예년보다 한산한 분위기에 실망하는 분위기였다. 

강원 홍천군에서 수제 전통장을 만들어 판매하는 A 대표는 올해 추석경기를 ‘절망적’이라고 평가했다. 이틀 동안 기업 선물세트 관련 상담은 단 한 건이었고, 이마저도 성사되지 못했다. A 대표는 판매 부진의 원인을 ‘소비 변화’로 판단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며 집에서 요리하지 않기 때문에 명절선물로 장류를 선호하지 않는 기업의 수가 늘고 있다는 게 A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지속해서 전통장의 수요는 줄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겹쳐 소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매년 명절선물전에 참가했지만 내년부터는 참가하지 않고, 또 장류를 매년 생산하던 것에서 이제는 격년 생산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더욱 심각한 전통식품업체들도 있다. 올해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중단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으로 인해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생산비가 오른 전통한과와 부각 생산 업체들이다. 전남 구례에서 표고부각을 생산해 판매하는 허재철 ㈜화엄골 대표에 따르면 소비자가격 빼고 모든 가격이 상승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식용유 가격이 3배가량 올랐고, 인건비와 운송비, 포장비 등도 20%가량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부각 한 봉지(100g)의 소비자 가격을 기존 7000원에서 서서히 8000원까지 올려봤지만 판매율이 30% 이상 떨어져 다시 가격을 내렸다. 가격을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로 선물세트 주문량도 줄어 경영에 대한 고심이 큰 상황이다.

허재철 대표는 “명절 한 달 전에는 평소보다 발주량이 200% 이상 증가했는데 이제는 거래처에서 주문량이 평소의 절반 수준”이라며 “원재료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상황에서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겹쳐 적자를 면하는 게 목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평소에 인기가 많아 생산량이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했던 한과업체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제주도에서 감귤한과인 과즐을 생산해 판매하는 강문정 귤향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올 추석경기가 최악이라고 전한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만 하더라도 명절 한 달 전에는 송장을 정리하고 선물세트를 포장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지금 주문량은 예년의 30% 수준이란 것이다. 과즐 생산에 많이 투입되는 식용유와 밀가루 등 가격이 2~3배 올랐지만 제품 가격도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어 경영난이 더 심화되고 있다.

강문정 대표는 “원래는 서울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가하지 않아도 관광객 대상 판매량과 선물세트 주문량이 많았는데 이제는 평소의 30% 수준이라 조금이나마 더 판매하기 위해 박람회에 참가하게 됐다”며 “원재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경기가 어려워져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이고 가격에도 민감해져 쉽게 소비자가격을 올리지도 못해 난처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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