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제회의에서 2021년 회계연도 결산 보고를 하고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제회의에서 2021년 회계연도 결산 보고를 하고 있다.

시기 놓친 시장격리 ‘도마’
여야 “정부 뒷북” 난타전
수확 앞두고 농가 불안감 해소 
선제·능동적 대책 마련 촉구
정황근 장관, 선제조치 약속

‘물가안정 1순위’ 두고도 논란
농가 손해 대책 마련 주문

“장관님! 풍년이 축복입니까, 원수입니까? 우리의 현실은 어떤거에요? 하늘이 준 풍년의 축복이, 원수처럼 느껴지는 게 현실입니다. 쌀값이 1년새 20% 이상 폭락했는데, 이게 정상적인 상황입니까?”(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

마침 ‘쌀의 날’이었던 8월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45년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진 ‘쌀값’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거듭 따져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충남 당진) 의원은 “정부가 3차례에 걸쳐 37만톤 규모의 쌀을 격리하는데 90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썼다. 하지만 타이밍이 늦은 데다 역공매 최저가 입찰 방식을 고집하면서 쌀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윤재갑(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도 “작년에 선제적인 시장격리가 필요하다고 그렇게 강조했지만, 당시 농식품부 장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며 “결국 뒷북을 치다보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형국이 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이양수(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의원도 ‘1년 전 상황’을 거론하며 같은 지적을 내놨다. 그는 “1년 전 같은 자리에서 전임 장관에게 2021년은 풍년이다. 최소 35만~45만톤은 격리해야 한다. 여야가 똑같은 목소리를 냈었다”면서 “그런데 당시 장관은 27만톤이면 충분하다고 했고, 아니나 다를까. 올해 쌀값이 이렇게 떨어졌다. 확실한 물량을 사전에 격리, 시장에 미리 신호를 줬다면 이렇게 가격이 떨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쌀값 하락 원인 두고 ‘공방’ 가열

시장격리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계속 뒷걸음치고 있는 데 대해 정황근 장관은 “당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소비가 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쌀 수급불균형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신정훈(전남 나주 화순) 의원은 “단순히 수급불균형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양곡 재고량이 180만톤에 달했던 2017년에도 이렇게 쌀값이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재고미는 75만톤에 불과했다. 그는 “쌀 수급 문제가 정확하게 쌀값에 연동되지 않는다. 정부가 쌀가격 정상화에 대한 정책 의지를 갖고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방향에 따라 쌀값은 결정돼 왔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올해 수확기가 매우 중요하며, 정부가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책을 수립, 신곡 수매와 관련한 농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전북 김제부안) 의원은 “쌀값이 이렇게 떨어지면 농업소득은 더 줄어들 것이다. 당연히 농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고, 불안한 농민들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올 수확기를 어떻게 넘어가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 시기만 잘 넘기면 현 정부가 설계 중인 전략작물직불제도나 분질미 대책 등을 통해 좀 다른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황근 장관은 “8월 말 재배면적 조사가 나오고 9월 15일면 금년쌀 생산량 추정치가 나온다. 그러면 수요를 감안해서 선제적으로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가공용 쌀’인 분질미 재배를 2000ha까지 늘리고, 이모작으로 밀·콩·조사료를 재배하는 농가에 ha당 250만원 수준의 전략작물직불제를 지급하면 충분히 농가소득 보전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논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또 나왔다. 신정훈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3년간 7만7000ha에서 논 타작물을 재배, 약 40만톤의 사전 격리효과가 있었다. 시장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그널을 줬고 쌀문제 해결에 기여한게 사실”이라면서 “내년에 예상되는 쌀대란을 어떻게 할 것인가. 2000ha의 분질미로는 전혀 해결할 수가 없다”며 대책을 물었다.

정 장관은 “타 작물 재배지원사업이 쌀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한 게 사실이다. 기왕이면 식량자급률 높이면서 수급조절 효과도 내기위해 분질미 플러스 전략작물 직불제를 도입하겠다는거다. 논 타작물 재배와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왜 농식품부 업무보고 1순위가 ‘물가안정’인가

이날 의원들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농식품 물가안정’을 1순위로 보고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제주 서귀포) 의원은 “농산물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인데도, 농산물을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국민들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 특히 생산비 급등으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농식품부는 추석물가 안정이 아니라, 물가를 낮춤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농가들의 손해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 마련에 힘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같은 당 안호영(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 의원은 “농축산물 가격을 희생시켜서 물가를 안정시키려고 하는 데 대해 농민들의 불만이 높다. 특히 가격이 높을 때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가격이 낮을 때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연 농식품부가 농민을 위하는 부처가 맞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황근 장관은 “국민들에게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농식품부의 주요 임주 중 하나다. 농민들의 불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적정한 가격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해 주는 게 농민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가격이 너무 오르면 수입이 늘 수밖에 없다. 최대한 균형감있게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쌀값 안정 대책마련’ 촉구 결의안 의결

한편, 이날 농해수위는 ‘쌀가격 안정 및 재고미 해소를 위한 정부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추가 상정,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의원들은 결의안에서 “3차례의 시장 격리에도 불구하고 쌀값은 45년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재해가 지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료가격 상승 등 생산비 증가한 상황에서 쌀값이 오히려 크게 떨어진 것은 농가의 경제적 이중고를 심화시키고 농업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쌀 수매를 담당하는 지역농협도 재고의 증가로 재정여건이 급격히 열악해지고 있다. 곧 햅쌀 출하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쌀가격의 신속한 안정을 위해 추가적인 시장격리를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쌀가격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을 적극 마련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소병훈 위원장은 “쌀이 흔들리면 대한민국 농업이 흔들린다는 생각으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하고, 특히 “농식품부 장관은 농민 편이어야 한다. 물가는 기재부에 맡기고, 농식품부 장관께서는 생산자인 농민 편에서 먼저 걱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이모저모  

산불 피해지역 긴급벌채 0.7% 불과=지난 3월 강원도와 경북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2만ha에 달하는 산림피해가 발생, 산림청이 긴급벌채자금으로 532억원을 배정했으나, 8월 12일 현재 벌채가 마무리된 면적은 전체의 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민의힘 안병길(부산 서·동구) 의원은 “지난 산불로 긴급 벌채가 필요한 면적 1198.6ha 중 벌채가 완료된 면적은 8.1ha에 그쳤다”면서 “벌채를 위해서는 산주의 동의가 필요한데, 산주의 실거주지 파악이 안돼 대다수의 산주 동의서가 반송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주소지가 안맞아 반송된 비율이 전국 평균 56%에 달한다. 경북은 63%가 돌아왔다”며 “긴급 벌채가 돼야 복구도 하고 집중호우로 인한 2차사고도 막을 수 있을텐데, 산림청이 우편물만 보내놓고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안 의원은 이에 산림청이 긴급 벌채시 산주의 실제 거주지와 휴대전화번호 등 필요한 개인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청년농촌보금자리 조성사업 확대를=더불어민주당 김승남(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은 ‘청년 농촌보금자리 조성사업’ 확대를 주문했다. 청년농촌보금자리조성사업은 농식품부가 귀농귀촌 청년들의 주거보육 부담 완화와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4개 지역(서천, 고흥, 괴산, 상주)이 시범 선정돼 단지별로 30호 내외의 공공임대주택과 공동보육시설 등을 조성 중이다. 이에 정 장관은 “4개소와 올해 1개소 등 5개소에서 추진되는 시범사업의 성과를 분석, 향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FTA 피해보전직불제 예산 불용 심각=지난해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 예산 집행액이 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충남 당진) 의원은 “지난해 책정된 예산 200억 중 193억원이 불용됐다. 지급 대상품목은 ‘귤’, 딱 한 품목이었다. 올해도 지난 6월에 피해조사를 했는데, 단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근데 예산은 200억 원이 책정돼 있다”면서 “있으나마나한 제도 아닌가”하고 물었다. 그는 “발동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해마다 나왔다”면서 “메가FTA로 농산물 시장개방 피해가 앞으로 더 커질텐데, 개선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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