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 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쌀값 폭락, 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선 쌀값 폭락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쌀값 폭락, 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선 쌀값 폭락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정부, 2021년 쌀 시장격리 과정
미곡 수급대책 공표 의무 무시
‘장관 재량권 남용’ 물량 축소
최저가 입찰방식 채택 등 통해
‘자동격리제’ 입법 취지 무력화

6차례 걸친 재고미 방출도 한몫
“진상조사 후 농가 배상” 주장

45년만의 쌀값 대폭락을 두고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양곡관리법에서 정한 시장격리 요건을 정부가 지키지 않으면서, 쌀값 폭락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특히 2021년 쌀 시장격리 과정에서 고의적인 양곡관리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진상조사 후 정부가 농민들에게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선 소병훈 농해수위원장 등의 주최로, ‘쌀값 폭락, 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는 ‘2021년산 시장격리에서 나타난 양곡관리법의 문제’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의 양곡관리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승수 대표는 “정부는 2020년 양곡관리법 개정 취지에 대해 수급 불안 시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양곡 시장의 불안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 가격 안정을 유도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고, 이는 ‘자동시장격리제’ 도입으로 받아들여졌다”면서 “그런데 정부는 2021년 쌀 시장격리에서 신속하게 대응하지도, 예측가능성을 확보하지도 않고 오히려 시장격리 시기와 물량을 자의적으로 결정했다. 이는 양곡관리법의 입법 취지를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근본적으로 훼손시킨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승수 대표는 2021년 쌀 시장격리가 위법한 근거로, 10월 15일까지 미곡 수급안정 대책 미수립, 시장격리 물량 축소, 최저가 입찰 방식 등을 지목했다.

하 대표는 “2021년 10월 8일 통계청은 쌀 예상 생산량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소 21만톤 이상이 초과 생산될 것으로 예측했고, 11월 16일 실제 생산량 조사 결과애선 27만톤 이상 초과 생산을 예측했다”면서 “정부는 양곡관리법에 따라 미곡 수급안정 대책을 10월 15일까지 수립·공표할 의무가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이는 명백한 양곡관리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양곡관리법에서는 쌀 가격과 수급 불안 해소를 위해 10월 15일까지 미곡 수급안정 대책을 수립 및 공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어 하 대표는 “정부는 2022년 2월에서야 1차 시장격리를 했는데, 물량을 20만톤으로 책정했다. 양곡관리법에는 ‘최소한 초과생산량 이상’을 시장격리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농식품부 장관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저가 입찰방식도 양곡관리법의 입법 취지를 위반한 것이다. 왜냐면 시장격리는 공공비축미 매입 절차를 따르도록 돼 있기 때문에 최저가 입찰이 아닌, 공공비축 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끝으로 하 대표는 정부의 위법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농민들에게 쌀값 폭락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대표는 “양곡관리법을 누가 위반하고, 어떠한 의사결정으로 인해 쌀값이 폭락했는지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특히 하락한 쌀값으로 인해 농민들이 굉장히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정부가 어떻게 배상할지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쌀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구곡 재고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부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쌀값 상승을 빌미로 재고미를 방출한 것이 원인이란 지적이다. 종합토론에서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구곡 재고량에 대해 소비감소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재고미 방출에 있다”면서 “2020년 흉년으로 인해 쌀값이 상승하면서 정부가 재고미를 6차례에 걸쳐 방출했고, 양곡 방출 재고가 2021년 수확기와 결부되면서 지금의 재고량으로 남았고,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폭락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 정부 입장

쌀값 하락 원인 인정했지만
양곡관리법 위반은 선 그어

농식품부는 시장격리가 늦어지면서 쌀값 하락이 커진 것은 인정했지만, 양곡관리법 위반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날 종합토론에 참여한 전한영 식량정책관은 “농식품부는 10월 8일 양곡수급안정대책위원회를 거쳐 10월 12일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시장격리 물량을 정확히 산정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당시 쌀 생산량이 느는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기현상도 있었고, 전북 지역 신동진벼를 중심으로 도열병 피해가 상당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정부 입장에선 격리 물량을 발표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전한영 식량정책관은 “돌이켜 보면 그때 시장격리 물량을 발표하지 못한 것이 지금의 쌀값 폭락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 건 분명히 맞는 것 같다”면서 “법령 위반 지적이 나왔는데, 이런 부분이 향후 쌀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곡 재고 문제와 관련해선, 전한영 식량정책관은 “21년산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쌀 재고량이 저희도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것 같다”면서 “그래서 산지의 재고량이 얼마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하고 있고, 구곡 재고가 신곡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되면 격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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