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준 상명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즐겨야 돈도 벌고 성공’ 인식하는 젊은이
기성세대가 2030 문화 이해하도록 교육
혁신적 시각으로 이끌 농촌변화 수용을

“교수님, 새로 오신 사장님이 너무 좋아요. 입사 1년차 사원들과 간담회를 하셨는데, 저희 한데 빨리 경력을 쌓아서 좋은 회사로 이직하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이직하기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게 지원도 많이 해주신대요. (신입사원) 모두 너무 사장님이 좋다고 했어요.”

“사장은 신입사원에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고, 대기업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그 말을 듣고 좋아했다고???”

며칠 전 한 대기업의 식품 계열사에 입사한 졸업생과 식사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다. 50대 이상의 분들이 보면 정말 이상한 이야기일 수 있다. 사장은 신입사원에게 빨리 회사를 그만두라고 격려(?)를 한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신입사원은 빨리 회사를 그만두라고 하는 사장의 말에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20년 전 똑같은 상황에서 사장이 똑같은 말을 했다면 회사가 뒤집혔을 것이다. 그리고 신입사원들은 명예퇴직 당하는 것이 아닌가 불안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사실 지난 3년간 마케팅 교수로서 기업의 초청을 받아 가장 많이 강의를 했던 주제는 간부급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같은 2030)의 문화와 이해’였다. 이 외국인은 미국사람이나 중국사람 같은 외국인이 아니다. 50대 이상의 눈에 비친 2030(20대와 30대)이다. 

많은 분들이 한국에는 서로 다른 3개 국가의 국민이 모여서 살고 있다고 한다. 먼저 후진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60대 이상의 국민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태어나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 열심히 노력했던 분들이다. 또 한 그룹은 중진국 국민으로 성장한 40대와 50대이다. 마지막으로 선진국 시민으로 태어난 2030들이다. 이런 세 국가의 국민들은 너무도 다르게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는 대통령 선거에서 세대별로 극단적으로 갈라지는 투표성향, 정치권에서 보여주고 있는 전쟁에 가까운 세대별 갈등을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갈등의 해법이 잘못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세대 간 갈등은 솔직한 대화로 풀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실제로 그럴까? 기업 대상 연구 결과를 보면 솔직한 대화는 자칫 갈등만 더 증폭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만 하면 성공하거나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관점은 후진국과 중진국의 논리다. 선진국에서는 적용 안된다. 2030들은 똑똑해서 이 사실을 설명은 못해도 감각적으로는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열심히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똑똑한 2030은 더 이상 그런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고 현실을 모른다고 말할 것이다. ‘열심히 일해야 성공하는’ 것은 후진국과 중진국을 살았던 40대 후반 이상의 국민들에게는 진리다. 하지만 선진국에 온라인 환경인 지금은 ‘즐겨야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한다’가 단순한 믿음이 아닌 청년들에 대한 진실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기업들이 연구를 했다.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2030에게 처음에는 ‘열심히 일해야 승진하고 성공한다’를 교육했다. 이 교육은 완전한 실패했다. 하지만 연구를 거듭한 끝에 기업들은 새롭게 2030들을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하는 세 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첫 번째는 ‘경력 쌓아서 더 좋은 회사로 빨리 이직해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2030들은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서 경력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때문에 더 열심히 일도 한다. 뭔가 이 회사에서 성과를 만들어내야지 자신의 좋은 경력이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기존의 업무 방식에 대해서 꼭 필요한 것을 빼고 가르치지 않도록 했다. 왜냐하면 더 훌륭하게 일을 가르쳐주는 선배들이 인스타그램에, 블로그에, 유튜브에 가득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배우는 것이 회사내 선배에게 배우는 것보다 더 일을 잘 처리하게 되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2030에게 기존 회사 문화를 교육하지 않았다. 반대로 기존 사원들에게 신입사원 세대의 문화를 교육했다. 그러자 2030 청년들이 더 창조적인 방법으로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되었고 회사 내에서 혁신이 일어났다.

청년농 육성은 한국 농업에 있어서 미래를 밝히는 가장 큰 과제이다. 공공농지와 주택 배정이 이번 정부의 큰 실천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청년농이 농촌에서 자리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청년농에게 기존 농촌 공동체 문화를 교육해서 기존 농촌 공동체에 자리잡게 하겠다고 하는 것도 현재 2030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이미 기업들에서 실패를 확인한 방법이다.

우리는 2030을 대했던 선진 기업들의 노력들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말 청년농을 육성하려면 농촌 마을의 기성세대 분들에게 2030의 놀라운 문화를 이해시키는 교육을 우선해야 한다. 그리고 2030의 혁신적인 시각으로 농촌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기존 세대가 가지고 있던 농어촌의 전통문화도 중요하지만, 2030이 가지고 있는 선진국의 문화를 중심으로 우리 농촌이 재편되었을 때 청년농과 선진농업은 우리 농촌에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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