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기록적인 쌀값 하락에
수 십 억대까지 적자 우려
조합원인 농민 피해 불가피
국회도 대책 마련 목소리

쌀값 하락과 쌀 재고량 증가로 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의 대규모 적자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지 농협 RPC에 따르면 기록적인 쌀값 하락으로 올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협 RPC별로 적게는 수 억원에서 많게는 수 십억원까지 적자가 날 것으로 우려된다.

그 결과 농협 RPC는 물론 지역 농협들이 출자해 설립한 통합 RPC의 적자가 고스란히 해당 농협의 피해로 이어지고, 이러한 농협의 피해는 조합원인 농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자가 큰 일부 농협의 경우 내년 조합원을 위한 각종 사업의 차질도 불가피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에 현장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올해 벼 수매와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RPC의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1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이원택 더불어민주당(전북 김제·부안) 의원은 “단위 농협이 지금 다 적자 상태다.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까지 적자가 예상된다. 그래서 (일선) 농협의 적자를 어떻게 보전할 것이냐를 농협중앙회와 같이 대책을 꼭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협중앙회에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요구에 농협중앙회도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역 농협들의 요구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다방면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책 발표 시기는 이르면 금주 중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현재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농협 RPC 적자 해결을 위한 방안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RPC의 적자 폭이 큰 데다 손실이 난 농협이 적지 않아 예산확보나 농협과의 조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남 지역의 한 통합 RPC 대표는 “지자체에선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지만 현재 진척된 내용은 없다. RPC의 적자 폭이 커지면서 지자체의 지원 금액도 만만치가 않아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협중앙회나 지자체들이 RPC의 적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 것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현 상황을 수수방관하면서 대책마련을 농협중앙회나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처럼 농협중앙회와 지자체가 지원을 하게 되면 앞으로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지금처럼 무관심과 무대책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현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농협 RPC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지원을 한다면 그만큼의 예산이 다른 곳에 쓰이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겠냐. 지자체도 마찬가지다”며 “올해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정부가 너무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협 RPC 관계자 역시 “(지금 상황은) 정부가 대안을 못 내니까 중앙회나 지자체가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또 정부가 손을 놓게 되지 않겠나. 이런 식의 지원은 득이 아니라 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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