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유통공사 ‘대한민국 식량안보 심포지엄’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식량안보 심포지엄`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식량안보 강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식량안보 심포지엄`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식량안보 강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식량 4/5 해외공급에 의존
우리나라에는 위험한 상황
곡물비축단지 조성해
적정 재고량 확보 시급

식량·식품 콤비나트 조성
최적 부지로 새만금 주목

투입비용 등 엄밀한 설계 필요
정부 부처간 협업은 물론
사료·식품업계와 공감대 필수

주요 곡물 수출국들의 ‘식량 무기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곡물자급률이 20%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갑작스런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초식량의 ‘공공비축’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비축 확대를 위한 구체적 대안으로는 새만금 부지를 활용한 ‘식량·식품 종합 콤비나트’ 조성이 제시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공동 개최한 ‘대한민국 식량안보 심포지엄’에서는 ‘세계 식량위기와 대한민국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국제 곡물시장은 ‘공급자 우위’ 시장

“국제 곡물시장은 대규모 농업자원을 보유한 소수의 수출국과 4대 곡물 메이저 기업(ADM, Bunge, Cargil, LDC)이 장악한 공급자 우위 시장이다. 여기에 농산물 특성상 자국내 소비를 충당하고 남는 부분을 수출하는 구조여서 수급 및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 가령 생산이 10% 줄면 공급량은 1/3로 줄어든다.” ‘국제 곡물시장 현황 및 전망’에 대해 발표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종진 연구위원은 국제 곡물시장의 특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내년 이후 곡물가격이 일정정도 하락한다고 해도 2015~2019년 수준과 비교하면 50% 정도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향후 미·중간 패권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세계 농산물 가격의 변동성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그는 “국제곡물 가격의 급변동은 국제 곡물시장의 수급 요인에 더해 세계사적 사건, 세계 경제위기와 중첩되어 나타난다”며 “유가 등의 원자재 가격, 세계 경기, 달러화 가치 등 세계 경제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국의 식량보호주의 경향이 심화되며 식량안보 위기감이 커지자 정부도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농식품부 변상문 식량정책과장은 “앞으로 식량 공급망 문제는 일시적이거나 우발적 충격이 아닌 상시화된 구조적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면서 “이에 정부는 식량주권 확보를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밀·콩 자급기반 확충과 직불금 지원 확대, 민간 전문기업을 통한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 말까지 향후 자급률 목표치와 안정적인 식량 확보방안이 담긴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속가능한 공공비축 모델 찾아야

한만우 aT 미래사업협력부장은 이날 △국내 식량자급률 제고와 △해외 안정적 공급망 확보 에 더해 공공비축을 통한 국내 적정 재고량 확보가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상기후와 빈번한 감염병, 분쟁 등으로 인한 자국우선주의와 식량 무기화 현상은 필요 식량의 4/5를 해외 공급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실로 당혹스럽고 매우 위험천만한 상황”이라면서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안에 곡물비축단지를 만들어 수입곡물을 포함, 적정 재고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주변국들은 이미 체계적인 공공비축정책을 시행 중이다. 1959~1961년 사이 대기근이 발생, 약 3000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식량 부족으로 사망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중국의 경우 벼, 밀, 옥수수, 대두 등 주요 곡물 소비량의 1년치를 중앙정부가 비축하고 있다. 지방정부도 주산지는 3개월, 소비지는 6개월 이상 소비량을 비축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탄탄한 해외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쌀 100만톤, 밀 2.3개월분, 사료곡물 1개월분 이상을 비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쌀 공공비축을 시작, 연간 80만톤(TRQ물량 포함)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쌀 이외 곡물의 공공비축량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콩 2만5000톤-밀 1만7000톤 등). 사료곡물은 전무하다.

이에 aT는 지난해부터 곡물비축기지가 포함된 ‘식량·식품 콤비나트(연관기업 생산 집적지)’를 새만금 부지에 조성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콤비나트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토지가 필요하고 또한 수출입을 고려한 항만도 필요한 만큼 새만금이 최적지라는 것이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새만금항에 곡물비축 사이로를 건설하고, 이 사이로 근방에 제분공장, 제과공장, 착유공장, 사료공장 등을 집적화, 한 단지 내에서 원료 수납, 가공이 이뤄질 수 있다면 물류비 절감은 물론 가공비용 최적화로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이상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조교수는 “식량 콤비나트 조성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재정당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투입비용이나 기업의 수요, 지속가능한 시스템에 대한 보다 엄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식량안보를 위해 △식량 공급망에 대한 조기경보체계 강화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 구호 확대 △직불제 및 수입보장보험 등 농가 경영안정화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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