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공판장 경매중단 ‘초유 사태’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성출하기에 1만톤 입찰공고
“농민 죽든 말든 상관없나”
산지 농민 분노…정부 맹비난
TRQ 도입 계획 중단 목청


정부가 마늘 1만톤을 TRQ(저율관세할당) 물량으로 들여오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마늘 주산지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경남 창녕군과 합천군 등 마늘 주산지 농협공판장에서는 정부의 마늘 TRQ 도입 소식에 중매인들이 경매를 중단했고, 생산비 폭등과 수확량 감소로 어려움에 부닥친 산지 농민들은 성출하시기 TRQ 도입 계획을 밝힌 정부를 향해 강한 분노를 터뜨리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입찰 공고를 통해 신선통마늘(피마늘) 7916톤, 깐마늘 1700톤 등 약 9600톤의 마늘 TRQ 수입권공매 절차에 들어갔다. 공고에 앞선 21일 정부의 TRQ 물량 운용 계획이 알려지자 경남 창녕군과 합천군 6개 농협공판장에서 마늘 경매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동안 공판장에서 마늘을 매입한 중도매인들이 TRQ 물량으로 마늘 가격이 하락하면 큰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경매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은 “중도매인들을 설득해 22일에는 경매를 하자고 얘기가 됐는데 오전에 TRQ 입찰 공고가 나면서 경매에 참여하지 않기로 입장을 바꿨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한창 마늘을 내고 있는 농민들만 피해를 입게 되는데, 22일 공판이 열린 곳에서는 kg당 5000원대가 무너져 버려 피해가 현실화 됐다”고 말했다.

경남 합천동부농협 공판장에서 22일 거래된 대서종 마늘 kg당 평균가(등급 상)는 4779원이다. 

정부의 TRQ 물량 도입 계획이 발표되자 산지 농민들은 강한 분노를 표출하며, 정부를 맹비난하고 있다. 가뭄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인건비와 농자재비 폭등으로 생산비조차 건지기 힘든 상황에서 TRQ 도입으로 마늘값이 더 떨어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 특히 농가에서 출하할 물량이 아직 많이 남았고, 산지 마늘값도 하락하는 상황에서 TRQ 물량을 도입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성명경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창녕군연합회장은 “지금 시세에서도 20% 정도는 손해인데 TRQ 발표까지 나버리니 막막한 상황이 돼 버렸다. 마늘 경매까지 중단되면서 그 여파는 결국 다 농민들한테 돌아오게 돼 있다”며 “시기적으로 농가 물건이 아직 다 나오지도 않았는데 TRQ 도입 발표를 하는 건 농민들은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얘기다. 진짜 아스팔트 농사지으러 다 올라갈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그동안 해온 약속과 달리 정부가 아무런 협의 없이 TRQ 도입 계획을 밝혔다면서 마늘 TRQ 물량 도입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5월 1차 마늘수급위원회에서 TRQ를 도입하지 않기로 협의한 점, 6월 농식품부 장관 간담회에서 TRQ 운영 시 생산자단체와 협의 후 운영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거론하며 “정부의 마늘 TRQ 도입 계획을 접하고 보니 뭐라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치솟고 있다. 농식품부는 약속을 지키고 마늘 TRQ 도입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김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한창 출하해 어떻게든 소득을 보장받아야 하는 시기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입을 강행해 마늘 농가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해를 보게됐다”며 “6월에 열린 농식품부 간담회에서 장관이 TRQ 운영은 생산자단체와 협의해서 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는데, 지금은 침도 안 마른 상태에서 TRQ를 강행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또 “정부가 국내산 마늘을 비축해서 수급을 조절하겠다는 정책이 없이 물가가 요동치면 TRQ 물량을 가지고 와 조절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항상 문제가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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