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두되 ‘권한’ 강화 필수…충분한 공론화 과정 거쳐야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농특위와 삶의질위원회의 통폐합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두 기구의 위상과 기능이 달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농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6년 정부세종컨벤션센터 4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농어촌 삶의 질 향상 컨퍼런스’.
농특위와 삶의질위원회의 통폐합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두 기구의 위상과 기능이 달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농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6년 정부세종컨벤션센터 4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농어촌 삶의 질 향상 컨퍼런스’.

▶어떻게 다른가

삶의질 위원회는 국무총리 산하
15개 부처 장관 ‘당연직’ 참여
한시 자문기구 농특위와 달리
관련 정책 총괄·심의 기능 있어
5년마다 ‘삶의질기본계획’ 수립

▶통합하려면 어떻게

단순 위원회 정비차원 접근 말고
통합 필요한지부터 면밀 검토
농업·농촌·농민위한 방안 따져야
두 기구 장점 살리되 단점 보완
위상 강화·실효성 제고가 핵심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특위)’와 ‘농어업 삶의질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위원회(이하 삶의질위원회)’ 통폐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실적이 저조하거나 기능이 유사한 정부 위원회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대통령실의 정책기조에 따른 조치인데, 통폐합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 데다 두 기구의 위상이나 역할이 달라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삶의질 위원회, 무엇을 했나

삶의질 위원회는 2004년 한·칠레 FTA협정 발효를 계기로 제정된 ‘농어업인의 삶의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에 관한 특별법(약칭 농어업인삶의질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다. 농어업인 등의 복지 증진과 농어촌의 교육여건 개선 및 지역개발에 관한 정책을 총괄·조정하고, 정부가 수립한 기본계획을 심의하며, 그 추진실적을 점검·평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농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 등 15개 부처 장관이 당연직 위원이며, 현재 9명의 민간위원이 위촉돼 총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농식품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15개 부처(차관)·6개 청(청장)이 참여하는 실무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전문지원기관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이 지정돼 있다. 농경연 내에는 ‘삶의질정책연구센터’가 있어 매년 삶의질 시행계획의 점검·평가 및 농어촌서비스기준 이행실태 점검·분석, 조사·연구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매 5년마다 ‘삶의질 향상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현재 총 51조 규모의 투융자 계획을 담은 제4차(20~24) 기본계획이 시행 중이다. 기본계획은 단일 부처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을 부처간 협업을 통해 수립하는 범부처 계획으로, 총리 주재 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며, 부처별 시행계획 및 지자체 계획의 지침이 된다.
 

농특위 활동의 성과, 그리고 한계

2019년 4월 출범한 농특위는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대통령’ 직속기구다. 5년 일몰조직으로 존속기한은 2024년 4월까지다. 대통령이 농정을 직접 챙겨야 한다는 농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설치됐다.

당연직 위원은 기획재정부·농식품부· 해수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식약처장 등 5명이다. 15개 부처 6개청을 포괄하는 삶의질 위원회와 비교했을 때 관여되어 있는 부처가 적은 대신, 민간위원이 25명으로, 삶의질 위원회 9명보다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여러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농특위는 지난 3년간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 틀 전환’이라는 중장기 농정 비전을 제시하고, 농협 선거제도 개선, 농지소유 및 관리 개선방안 마련, 국가 식량계획 수립 등의 농정 혁신과제를 제시해왔다. 2022년 3월말 기준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631개) 운영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농특위는 21/1분기~22/1분기까지 회의실적이 20회, 각종 워크숍과 간담회, 현장방문 등이 140회에 달할 정도로 타 위원회에 비해 활발하게 움직여왔다.

하지만 농특위의 경우 단순 자문위원회로 행정기관의 소관 사무에 관해 ‘자문’만 할 뿐 행정적인 권한이 없어 의결 사안에 대한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때문에 농특위는 나름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의결을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한계가 분명했다.

반면 삶의질 위원회는 미약하지만 관련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심의·조정기능을 갖고 있다. 특히 전문지원기관인 농경연이 매해 연차보고서를 통해 부문별 추진과제 및 성과지표를 점검하고, 부문별·지역별 농어촌서비스기준 이행실태를 점검, 그 결과를 매년 6월 말까지 국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서로 다른 성격, 활성화 위한 공론화 필요

이처럼 농특위와 삶의 질 위원회는 설치 배경과 목적, 법률적, 행정적 성격이 서로 다르다. 따라서 통폐합 논의는 단순히 위원회 정비라는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농업, 농촌, 농민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통합이 필요한 것인지, 가능한 것인지 살펴보고, 두 기구를 각각 강화할 것인지, 통합할 것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만일 통합을 한다면 두 기구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에서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질 정책에 관여했던 한 농경연 관계자는 “농특위는 5년 한시의 자문기구이고, 삶의질 위원회는 상시적인 심의기구로 성격이 다르고, 각 부처 장관인 당연직 위원도 삶의질 위원회가 훨씬 많다”면서 “만일 통합한다면 법 개정이 요구되며, 대통령 소속이라는 농특위의 장점과, 정책을 총괄·조정하고, 기본계획을 심의하며, 그 추진실적을 점검·평가하는 삶의질 위원회의 장점을 잘 살려야 농업·농촌·농민을 위한 실효성 있는 위원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두 기구의 통합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은 이해를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 삶의질 위원회의 기능을 농특위로 단순 흡수하는 쪽으로 논의를 이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2004년 삶의질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4차까지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는 과정에서 제도적인 기반을 어느 정도 탄탄하게 다져왔고,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각 부처들이 농촌 관련 정책들을 계속 하게끔 만든 것은 사실”이라는 것.

이에 그는 “급하게 논의를 서두르기보다는 바람직한 통합 방안에 대해 충분히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현 삶의질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올리고, 균형발전위원회의 균특회계처럼 삶의질 위원회가 예산 수립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특별회계를 만드는 게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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