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물가 잡기란 미명 하에 가해지는 정부의 돼지고기·계란 가격 누르기 행보에 축산 농가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생산자와의 충분한 소통이나 축산 현장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정부가 ‘가격만 잡고 보자’는 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료가격 등 생산비 급등에
양돈농가 시름 깊어지는데도
돼지고기 할당관세 확대 
농식품부 관계자 가공공장 찾아 
‘수입산 활용’ 읍소 발언까지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선 이미 확정된 수입산 돼지고기 5만톤 할당관세 물량의 신속한 수입 결정과 더불어 필요시 5만톤을 증량하겠다는 합의까지 이뤄졌다.   사진 출처=기획재정부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선 이미 확정된 수입산 돼지고기 5만톤 할당관세 물량의 신속한 수입 결정과 더불어 필요시 5만톤을 증량하겠다는 합의까지 이뤄졌다.    사진 출처=기획재정부

지난 19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선 이달 초 발표한 돼지고기 할당관세(무관세) 물량 5만톤의 신속한 수입 결정에 더해 필요시 할당관세 물량 5만톤을 추가 증량하겠다는 내용이 합의됐다. 양돈농가들은 이미 5만톤 무관세 결정 후 보였던 정부 행보에 크게 실망하고 있던 차였다. 다른 부처도 아닌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들이 돼지고기 가공공장을 현장 점검하고 관련 업계와 대형유통사 간 간담회까지 진행하며, “수입 돼지고기를 많이 사용해 달라”고 읍소하는 식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 

하반기 사룟값 추가 인상이 예고되는 등 생산비가 급등하는 반면 등급판정 마릿수는 증가가 예측돼 양돈 현장의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는 시점에 재차 수입산 돼지고기 5만톤을 증량하겠다고 했으니, 농가 답답함은 극에 달하고 있다. 

양돈업계 한 관계자는 “돼지가 태풍이 오거나 기상이변으로 생산 물량이 갑자기 사라진 상황도 아니고, 수급은 충분히 좋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욱이 농식품부에서도 밝혔듯,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한 건 두 달이 채 안 됐고, 가격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며 “국내 산업에 대한 관심 없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할당관세 카드를 휘두르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농식품부 관계자들이 찾아야 할 곳은 수입돼지고기 가공·유통업체가 아니라 생산비 급등에 신음하는 축산 현장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질병·더위에 산란률 저하 불구
‘닭 많은데 계란값 왜 못내리나’
정부 압박에 양계농가 답답


계란업계에서도 현장을 외면한 정부의 ‘계란값 인하 요구’에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는 지난 20일 국제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와 유통비용 등이 크게 인상돼 관련 업계 전반에 위기론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계란 가격 인하를 요청하고 있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별포장업협회에 따르면 정부가 유독 계란만은 서민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유통업체에 관련 쿠폰을 지원하며 1년이 넘도록 계란 판매가격 인상을 누르고 있다. 이로 인해 산지와 유통업계를 잇는 선별포장업체들의 완충작용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심각성을 인지한 유통업체들이 이달 초 계란 가격을 소폭 인상하자, 정부는 바로 유통사 대표 간담회 등을 통해 계란 가격 인하를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협회는 “계란산업 종사자들은 정부의 차별적 태도에 강한 불만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산란계 생산 현장에서도 ‘닭이 많은 데 왜 계란 가격을 못 내리느냐’는 식의 정부 압박에 답답함을 토로한다. 정부는 축산관측에 산란계가 증가한 부분을 이유로 들지만 산란계 농가들은 현재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IB(전염성기관지염) 등의 소모성·호흡기 질병 확산에 이른 더위, 큰 일교차 등으로 산란율이 70%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보통 90% 이상의 산란율을 보여야 하지만 절반 아래로 떨어진 농가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충북의 한 산란계 농가는 “(세종시와)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물론 기획재정부에서도 찾아와 왜 계란 가격이 높냐, 담합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압박까지 한다”며 “이는 생산성 저하와 생산비 급등에 신음하는 농가를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솔직히 계란값은 저평가돼 있고, 10년 넘게 어느 분야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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