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비상경제장관회의 열고
유류세 37%까지 인하 결정

1년 새 면세유 가격 두 배 올라
이번 조치와 직접 연관 없고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도 
농기계는 지급대상서 제외 

정부가 유가상승 부담완화와 농축수산물 수급안정 등 민생 물가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지원대상에서 농민은 철저히 소외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농민들이 사용하는 면세유 가격이 2배나 폭등한 상황에서, 이번 유류세 인하 조치는 면세유 가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대상에서도 농기계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 하우스 난방을 위한 면세 실내등유 사용 급증에 대비한 선제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지난 19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당면 민생 물가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유류세 인하폭을 30%에서, 최대 한도인 37%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조치로 7월부터 휘발유는 리터(ℓ)당 57원, 경유는 38원, LPG는 12원이 추가 인하될 예정이다.

이번 정부 대책과 별개로, 전국 667개 농협 ‘NH-OIL 알뜰주유소’에서 연중 일반주유소 대비 면세유는 리터당 39원, 과세유는 리터당 24원씩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지원책을 내놨지만, 면세유 가격 인상폭을 감안할 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22년 6월 20일 기준 면세유 평균가격은 리터(ℓ)당 경유 1615.12원, 실내등유 1409.71원으로 나타났다. 2021년 6월 20일 기준 경유 803.97원, 실내등유 750.32원과 비교하면, 불과 1년여 만에 2배나 폭등한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도 농민들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유가가 기준가격(1700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지원대상은 화물 44만대, 버스 2만대, 연안화물선 1300대 등이다. 

특히 해수부의 경우 면세 경유 가격 급등에 따라 약 3만2000명의 어업인을 대상으로 5개월(6~10월)간 기준가격(1100원/ℓ)을 초과한 유류비의 50%(최대 112.5원)를 지원하는 ‘어업인 유가연동보조금’을 추진하는데 반해, 면세 경유 사용량이 많은 농기계는 지원사업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수확기 농기계 사용을 시작으로, 겨울철 난방유 사용 급증 등 면세유 부담이 날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지만, 정부는 뚜렷한 해법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면세유 자체가 세금을 100% 감면한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지원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는 면세유 사용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국제 유가 등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최범진 정책실장은 “면세유 가격 인상으로 농가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특히 기후변화와 인력난 심화 속에서 생산성 유지를 위해 시설, 농기계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에너지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가을철 수확기, 겨울철 시설 농가의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정치권에서 농업분야 에너지 지원 방안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물가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가격이 불안정한 감자·양파·마늘 등은 6~7월 비축물량을 방출해 시장에 공급하고, 감자 등 부족한 농산물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긴급 수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단기간 내에 수입 및 재배면적을 늘리기 어려운 배추·무 등에 대해서는 출하조절시설, 채소가격안정제를 통한 수급조절을 병행할 방침이다.

축산물의 경우 유통·가공업계와 협력해 돼지고기 할당관세 물량 5만톤을 신속히 수입하고, 필요시 할당관세 물량 5만톤 증량을 추진한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