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돈검정 현장을 가다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한국종축개량협회 종돈개량부 관계자들이 17일 삼우축산에서 종돈 검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 검정 성적을 토대로 농장 내 종돈 성적표가 매겨져, 농가에 자신들의 돼지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한국종축개량협회 종돈개량부 관계자들이 17일 삼우축산에서 종돈 검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 검정 성적을 토대로 농장 내 종돈 성적표가 매겨져, 농가에 자신들의 돼지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경기 양평에 위치한 ‘삼우축산’
17일 총 25마리 검정 진행
체중계 오르고 등지방 측정 등
평균치와 비교 선발·도태 활용
3년 지표 보니 꾸준히 나아져

“좋은 종돈 선발해 모돈 만들고
이웃 양돈장 공급, 산업 이끌어”

“이 삼겹살 정말 맛 좋다”라는 말을 안 해본 이가 있을까. 삼겹살을 비롯해 돼지고기가 주요 먹거리인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맛있는 돼지고기를 먹어봤을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입안에 풍미가 가득한 맛있는 삼겹살이 식탁에 오르기까진 어떤 과정들이 집약돼 있을까. 돼지 농가의 사육 노하우, 양질의 사료, 쾌적한 환경 등등 여러 노력과 정성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어야 하듯’, 그중에서도 ‘종돈’에서 답을 찾는 이들이 많다. 우수한 종돈이 맛있는 돼지고기의 시발점이라는 의미로, 우수 종돈 생산을 목표로 하는 종돈 검정사업 현장을 찾았다. 

#종돈장 종돈 검정받던 날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에 위치한 종돈장 삼우축산은 ‘삼우(三友)’라는 명칭이 말해주듯 세 명의 친구이자 건국대 축산학과 선후배들이 1994년부터 운영한 모돈 450두 규모의 종돈장이다. 현재 삼우축산을 이끌고 있는 한우혁(61) 대표가 5년 선·후배와 의기투합해오다, 선배가 은퇴한 4년 전부턴 후배와 둘이서 삼우축산을 이끌고 있다. 2인 체제 개편 뒤 새롭게 시설을 보수하고 축사를 증축하는 등 본격적으로 제2의 양돈산업을 진행하고 있는 삼우축산은 더 큰 도약을 위해 10년간 중단했던 종돈장 내 ‘종돈 검정’을 본격적으로 다시 하게 됐다. 

한우혁 삼우축산 공동대표는 “종돈 검정은 공익능력검정소에 종돈을 출품해 진행하는 검정과 직접 농장에서 하는 검정이 있었는데, 처음엔 공익검정소 검정에 더 집중했다. 하지만 각종 질병으로 종돈을 출품해 한자리에 모아놓고 하는 검정이 사실상 사라지게 됐고, 양돈업을 그만두려고도 했기에 종돈 검정을 멀리했다”며 “그러다 4년 전 종돈장을 새롭게 운영하면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종돈 검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삼우축산을 찾은 17일은 한국종축개량협회 종돈개량부가 삼우축산 종돈에 대한 검정을 진행하는 날이었다. 삼우축산은 비육 돼지의 모돈(F1)을 생산하는 순종 ‘요크셔’와 ‘랜드레이스’를 키운다. 이 요크셔와 랜드레이스 돼지와 관련해 검정이 진행됐다. 이날 검정은 총 25마리의 종돈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각 돼지가 한 마리씩 체중계에 올랐고, 등지방 측정기를 통해 여러 성적 지표가 나왔다. 곧바로 체중과 체장, 체고 등이 매겨지고 이를 종축개량협회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이외에도 혈통 등록을 통한 선대 형질까지 더해져 90kg 도달일령, 일당증체량, 등지방, 등심단면적, 정육율, 선발지수, 산자수 등 종돈 개량에 필수적인 사항에 대한 성적이 나온다. 이를 각각 육종가로 환산해 평균 육종가보다 플러스(+)나 마이너스(-)가 매겨져 농가가 선발이나 도태 등에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한 대표는 “좋은 종돈을 선발해 모돈을 만들고 이를 양평 등 이웃 양돈장에 공급하는 게 지역 양돈산업을 이끄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종돈업을 유지하게 됐다”며 “이를 위해선 내 종돈이 어떤 성적을 내고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했고, 이를 바탕으로 우수 종돈을 생산하고 싶었다. 이에 협회로부터 종돈 농장 검정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한우혁 삼우축산 대표(사진 왼쪽)와 송치은 한국종축개량협회 등록심사팀장이 3년간 축적된 유전자평가보고서를 보며 종돈 육성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한우혁 삼우축산 대표(사진 왼쪽)와 송치은 한국종축개량협회 등록심사팀장이 3년간 축적된 유전자평가보고서를 보며 종돈 육성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3년의 흐름을 겹쳐보니, 이날 검정 결과는 삼우축산 종돈이 양호하게 육성되고 있다는 지표가 나왔다. 종돈 관리 필수인 등지방 두께가 종돈장이 지향하는 12~13mm에 맞춰지고 있었고, 이외에도 관련 지표가 3년 동안 꾸준히 나아지고 있었다. 삼우축산의 종돈은 2020년 검정 첫해부터 꾸준히 자료가 축적돼 성적 변화 흐름을 손쉽게 분석, 지표로 삼을 수 있다.

한 대표는 “양평은 (수도권이란) 지역 특성이 있어 양돈업 규모를 늘리지 못하고 소규모 농가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종돈을 구입하는 것도 어렵다”며 “양평 농가를 비롯해 인근 양돈 농가에 좋은 품질의 종돈을 출하해, 궁극적으로 농장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맛 좋은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게 우리의 목표이자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양질의 종돈을 생산해내겠다는 삼우축산의 행보는 인근 양돈 농가에도 힘이 되고 있다. 

삼우축산을 통해 모돈을 수혈하는 김기동 대한한돈협회 양평군지부장은 “10여 년간 삼우축산 종돈을 공급받고 있다. 거리가 가까워 이동 중 돼지가 스트레스를 덜 받고 한 곳에서 오니 질병 등도 컨트롤이 가능한데다 수시로 통화하면서 문제점은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품질이 괜찮게 나오니 앞으로도 삼우축산 돼지를 계속해서 이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미니인터뷰-한국종축개량협회 종돈개량부 송치은 등록심사팀장
“종돈 검정이 한돈산업 발전의 첫걸음입니다.”

한국종축개량협회 종돈개량부 송치은 등록심사팀장은 17일 삼우축산을 방문해 종돈 검정을 진행했다. 또 2020년부터 축적돼 있는 삼우축산의 유전자평가보고서를 토대로 삼우축산 종돈의 현재 상황을 분석, 한우혁 삼우축산 대표에게 설명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논의했다. 

송치은 팀장은 “종돈 검정이 농장에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궁극엔 양질의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팀장은 “해당 종돈의 자체적인 검정 성적에 더해 혈통 등록으로 선대 형질까지 덧붙여져 해당 종돈의 검정 성적이 육종가로 매겨진다”며 “현재 30여 곳의 종돈장이 검정을 받고 있다. 이들 종돈장 중 입회 검정, 즉 종돈장에 우리가 직접 가서 검정하는 곳은 월 1회 이상 검정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송 팀장은  “모돈이나 비육돈 능력을 파악하려면 이들의 선대인 순종 능력을 알아야 한다 ”며 “내 농장의 종돈 성적을 알고 접근하는 농장과 모르는 농장은 소비자(양돈장) 신뢰도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돼지고기 품위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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