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난립방지 3법 왜 발의 됐나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최근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저주파 소음 피해에 따른 배상결정이 내려진 바 있는 영광의 육·해상풍력단지. 마을로부터 불과 500여m에서부터 5km 넘게 풍력발전시설이 들어서 있다.
최근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저주파 소음 피해에 따른 배상결정이 내려진 바 있는 영광의 육·해상풍력단지. 마을로부터 불과 500여m에서부터 5km 넘게 풍력발전시설이 들어서 있다.

확정된 ‘해양공간관리계획’ 상
에너지개발구역 ‘0.2%’ 뿐인데
해상풍력 허가 난 64곳 중 62곳
‘어업활동보호구역’에 위치
건설·수송비 절감 등 이유 커

대규모 발전사업임에도 불구
민간주도·지자체 소관 추진
계측기 설치·환경성 검토 등
별다른 제약 없이 허가 ‘도마 위’

바다를 끼고 있는 11개 시·도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마련 중인 해양공간관리계획이 전북과 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에서 모두 확정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를 통해 해상풍력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대부분의 사업구역이 해양공간관리계획 상의 어업활동보호구역과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사전에 사업성과 환경평가 등을 거쳐 계획입지를 결정한 후 사업을 추진한 외국 사례와는 달리 이같은 사전계획 없이 민간업자가 공유수면을 관리하고 있는 지자체의 허가만 받으면 해상풍력발전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한 탓에 해상풍력발전사업소가 난립하게 됐고, 어업활동보호구역과 겹치는 곳이 많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15일 하태경 국민의힘(해운대 갑) 의원이 ‘지역주민의 피해를 낳는 허술한 절차를 뜯어 고치겠다’며 공유수면법·해양환경관리법·해양공간계획법 등 이른바 ‘해상풍력난립방지 3법’개정안을 발의해 주목된다.

 

확정된 해양공간관리계획 들여다보니

해양공간관리계획이란 지난 2018년 4월 제정된 ‘해양공간계획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수립하도록 한 법정계획이다.

해양공간에 대한 사전적 통합관리 체계 없이 다양한 이용주체가 선점적으로 해양공간을 이용하면서 이용주체 간 갈등 유발은 물론 해양공간의 난개발이 우려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는 게 해양공간계획법이 제정된 이유였다.

해양공간계획법이 시행된 후 올 5월까지 해양공간관리계획이 수립된 곳은 △부산·부산인근 EEZ △인천·경기 △제주 △경남 △충남 △강원 △울산 △전남 등 총 9개 권역이다.

이들 권역의 총 바다면적은 7만4426㎢로 이중 45% 가량인 3만3496㎢가 어업활동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이어 군사활동구역이 1만6507㎢(22%), 환경·생태구역 5613㎢(7.5%), 안전관리구역 2928㎢(3.9%), 항만·항행구역 2817㎢(3.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해상풍력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는 에너지개발구역 지정 면적은 169㎢(0.22%)에 불과하다.

 

어업활동보호구역과 대부분 겹쳐

해양공간관리계획 상 어업활동호보구역으로 지정된 구역과 산자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해상풍력사업소 위치를 분석한 자료. 대부분의 발전사업허가 사업소가 어업활동보호구역과 겹치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양공간관리계획 상 어업활동호보구역으로 지정된 구역과 산자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해상풍력사업소 위치를 분석한 자료. 대부분의 발전사업허가 사업소가 어업활동보호구역과 겹치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양공간관리계획에 따라 지정된 에너지개발구역 면적이 전체 0.2%가량인 169㎢ 불과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산자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곳 64개소가 대부분 어업활동보호구역과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협해상풍력대책위가 확정된 해양공간관리계획 상의 어업활동보호구역과 해상풍력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64개소의 좌표를 비교분석한 결과 62개소가 어업활동보호구역 내 위치해 있으며, 이들 중 완전 중첩되는 곳만 16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어업활동보호구역과 해상풍력발전사업지가 완전 겹치는 곳은 울산지역 대부분과 전남 신안지역 3곳, 경남 통영지역 1곳 등이다. 이외 정부가 이미 해상풍력직접화단지로 지정한 전북 서남해풍력사업지역과 신안어의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46개소도 어업활동보호구역과 중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사업체 입장에서는 생산된 전기를 육지로 이송하는 과정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한편, 수심이 얕은 곳에 발전시설을 설치해야 건설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육지에 가까운 연안이나 섬 인근에 발전시설을 세워야 한다.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주요 어업구역과 겹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수협해상풍력대책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하지만 이를 중앙정부가 조정하는 과정 없이, 그리고 난립 방지를 위한 제도적 정비 없이 지자체 책임으로 풍황계측기 설치를 위한 점·사용허가를 내주도록 방치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대책위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로 추진되는 풍력사업, 그러나

수협해상풍력대책위가 해상풍력발전사업소가 난립한 이유를 ‘정부의 방치’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해상풍력발전사업 추진 절차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전원개발사업은 해당 발전소·발전용량 등이 확정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중앙정부가 수립하며,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산자부로부터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해상풍력은 대규모 발전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주도의 재생에너지발전사업이라는 이유로 지자체 소관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자자체를 통한 사업추진 과정에서도 별다른 제약이 없다. 산자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허가를 받기 위해 사전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풍황계측기는 지자체로부터 계측기 설치를 위한 점·사용허가만 받으면 된다.

이어 환경성 검토 등의 개별협의 과정에서 100MW이상인 경우에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환경부로부터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되는데, 환경영향평가도 발전사업자가 평가서 초안을 작성해 환경부에 제출하고 보완지시에 따라 본안이 완료되면 통과하게 된다. 이어 지자체로부터 발전사업부지에 대한 점·사용허가를 받으면 실제 준공이 가능해진다.

대책위 관계자는 “공유수면관리법 상 해역의 점·사용 허가권이 지자체로 이관돼 있지만, 점·사용 허가를 위한 입지 기준과 입지기준을 마련토록 하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해상풍력발전을 하겠다는 민간업체들의 발전용량이 대부분 100MW를 넘는데, 이에 해당하는 업체들이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보완을 거치면 대부분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민간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해상풍력사업에 뛰어드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개발지구 지정 면적 적다고 안심?

해양공간관리계획에 따라 확정된 에너지개발지구 면적이 전체 면적의 0.2%가량에 불과하다고 해서 수산업계가 안심할 상황도 아니다. 산자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곳이라 하더라도 전력개발촉진법에 따라 승인된 서남해풍력단지와 지자체로부터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획득해 최종 사업이 확정된 곳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소는 이번 해양공간관리계획 수립 과정에서 에너지개발지구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해양공간관리법에 따라 중앙정부·광역지자체 간 협의를 통해 마련한 해양공간관리계획과는 별개로 지자체의 인허가를 통해 민간해상풍력발전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해양공간관리계획에 따라 구획된 이용용도 이외의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이를 제재할 법적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해양공간관리법에 따르면 어업활동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 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는 사전에 해양공간적합성협의를 받거나 수립권자가 용도구역 자체를 변경해 해양공간관리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해양공간계획은 행정계획에 한해 적용되며, 별도 행정계획 없이 진행되는 개별이용행위에 대해서는 구속력이 없다. 전촉법(행정계획)에 따라 추진되지 않는 민간사업자의 해상풍력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또 민간해양풍력발전사업자의 해양이용행위로 대변되는 해양공간의 개별적 이용행위에 대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공유수면법 상 점·사용 허가 시 해양공간관리계획과의 부합여부를 검토하지 않아도 된다.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가 마련한 해양공간관리계획과는 별개로 시장·군수가 해역이용을 위한 점·사용 허가를 내줄 수 있다는 의미다.
 

하태경 의원 개정안 발의
“주민 의견 무시한 무분별 시설 설치 없도록 할 것”

공유수면법·해양공간계획법
해양환경관리법 등 3법 개정
설치 땐 시 위원회 심의·의결
설명회·합의서 작성 등 포함

#주목되는 ‘해상풍력난립방지 3법’개정안=이같은 상황에서 하태경 국민의힘(해운대 갑)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해상풍력난립방지 3법’ 개정안이 주목받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15일, 해상풍력시설 난립과 이에 따른 주민 피해를 예방하겠다며 공유수면법·해양공간계획법·해양환경관리법을 묶어 이른바 ‘해상풍력난립방지 3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공유수면법 개정안은 신재생에너지 설비나 건축물을 설치하려고 할 때 공유수면관리청(지자체)이 그에 따른 입지기준을 수립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공유수면관리청 소속으로 공유수면관리위원회를 두고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시 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또 해양공간관리법 개정안에서는 해양용도구역 지정목적과 다른 행위를 하려는 경우 용도구역변경 신청을 통해 승인을 받아야 하도록 했고, 해양환경관리법 개정안에서는 해역이용사업자가 해역이용협의서를 작성하는 단계에서도 미리 설명회 또는 공청회를 개최하는 한편, 협의서 초안을 주민에게 공람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하태경 의원은 “맹탕일 정도의 허술한 현행 설치 절차가 주민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해상풍력시설에 관한 설치 절차를 보완하고 개선해서, 주민 의견이 무시되고 자연경관이 훼손되는 무분별한 시설 설치는 더 이상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이긴 하지만 대규모 발전사업이라는 점, 최소 20년 이상을 독점적으로 해역을 이용하게 된다는 점, 해역이용을 위해 지자체로부터 이미 어업허가를 받아 동일한 해역을 이용해온 어업인들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관련 제도가 촘촘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역이용과 관련된 법률 중 현재 가장 상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해양공간계획법”이라면서 “지자체가 점·사용 허가 기준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 없이 중앙정부와 광역지가체가 마련한 해양공간관리계획을 준용하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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