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전북대학교가 ‘한우, 탄소중립 경쟁력 세계 최상위 입증’이라는 제목으로 15일 배포한 보도자료가 눈길을 끌었다. 골자는 ‘한우의 탄소중립 경쟁력이 수입 쇠고기에 비해 29% 높다’는 내용이다. 전북대학교 동물분자유전육종사업단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산 쇠고기 생산량은 23만9000톤(2017년), 쇠고기 수입량은 34만4000톤(7개국 기준)이다. 이를 탄소발자국 수치로 환산하면 ㎏당 이산화탄소 상당량은 국내산 쇠고기 13.9, 수입산 쇠고기 17.9로 조사됐다. 국내산 쇠고기의 탄소발자국 수치가 낮은 것이다. 연구팀은 수입 쇠고기를 국내산으로 대체하면 자급률이 10% 증가할 때마다 34만5000톤의 온실가스가 감축된다고 분석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쇠고기를 수입하려면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자국에서 쇠고기를 생산·유통하는 경우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연구결과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정부의 행보는 앞뒤가 맞지 않다. 한편에선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4일 SK인천석유화학과 ‘환경 친화적 축산업 모델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탄소 저감을 외치면서 다른 한편에선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축산물 수입에 열을 올린다.

실제 지난해 계란가격 상승은 정부의 무분별한 살처분으로 국내 공급기반이 흔들린 여파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내 생산 안정책 보단 계란 수입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수입 계란의 일부를 폐기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그런데 올해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자 정부는 또 다시 할당관세를 적용한 수입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돼지고기 수입 확대가 국내 생산기반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우려스럽지만 정부 정책엔 국내 생산기반 안정과 자급률 향상을 찾기가 어렵다.

전북대는 국내산 쇠고기 보다 탄소발자국이 높은 쇠고기를 수입해 소비하는 형태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순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가 안정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국내 생산 기반 안정과 자급률 향상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국내 생산 기반 안정이 탄소중립에도 일조하고 농업 강대국의 식량 무기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최우선 방안이라는 점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이현우 축산팀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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