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국내 농업·먹거리에 미치는 영향은’ 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지난 13일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이개호·신정훈 의원 공동 주최로 ‘CPTPP, 국내 농업·먹거리에 미치는 영향은’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지난 13일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이개호·신정훈 의원 공동 주최로 ‘CPTPP, 국내 농업·먹거리에 미치는 영향은’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SPS 수입제한 완화 ‘위협’

사과·배·복숭아 등 개방 직격탄
국가별 SPS 기준 적용하면
사과는 연간 5980억 원
배는 2090억 규모 피해 추정
뉴질랜드·칠레·일본 등 압박 우려

정부는 “농어민과 충분히 소통”
가입 숨고르기 재차 확인 불구
협정문 한글 번역본은 물론
과수분야 피해예측도 미공개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서두르지 않고, 농어민과 충분히 소통하겠다는 입장(▶본보 6월 10일자 3면 참조)을 재차 밝혔지만, CPTPP 협정문의 한글 번역본은 물론, 과수분야 피해 예측결과 등 주요 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기존 FTA와 차별화되는 CPTPP의 ‘분쟁해결절차’가 우리 농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CPTPP, 국내 농업‧먹거리에 미치는 영향은’이란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이개호·신정훈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선 CPTPP로 SPS(동물 및 식물위생조치) 장벽이 무너질 경우 과수산업 절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 측도 이에 대해 일정 부분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예측결과는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권혁정 전국사과생산자협회 정책실장은 종합토론에서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CPTPP 가입 시 국가별 SPS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사과산업의 피해가 연간 5980억원, 배 산업의 피해가 연간 209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국내 사과와 배 시장의 50%에 육박하는 막대한 피해”라며 “전 세계 사과 생산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와 수확시기가 겹치지 않는 뉴질랜드 사과는 신선도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매우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문한필 전남대 교수도 뉴질랜드와 일본, 칠레, 호주 등과 같은 국가에서 사과, 배, 복숭아 등 과수 품목의 SPS 관련 수입제한 조치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분쟁해결절차가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교수는 “CPTPP 농업 관련 규범의 경우 SPS 투명성, 지역화, 동등성 조항의 구체화, 분쟁해결절차 마련 등이 WTO SPS 협정이나 기존 FTA 협정과 차별적인 부분”이라며 “분쟁해결절차에 회부되면 수출국이 패널로 참여하기 때문에, 수입국 입장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사과 등 과수 품목의 수입이 허용될 수 있고, 우리나라 입장에선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임영조 농림축산식품부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과장은 “SPS 분석은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나름대로 분석을 해본 결과, 사과와 배, 복숭아 등 과수분야에서 큰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사과의 경우 중국산이 현재는 수입이 안 되고 있지만, 향후 급식·외식 등 저가시장으로 수입될 우려가 있고, 뉴질랜드 사과도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피해분석 결과 공개에 대해 임영조 과장은 “CPTPP 반대가 심하다보니 품목별로 대화를 많이 못했는데, 앞으로 정부가 품목별로 어떻게 분석했는지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혀 청중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중국 가입 가능성 높지 않아”

정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CPTPP 가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고, 핵심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중국의 CPTPP 가입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안창용 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협정상품과장은 “지난 정부에서 CPTPP 가입 시간표를 정해놓고 성급하게 서두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고, 의견수렴 절차가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농어민들의 거부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미국과 중국의 CPTPP 가입 가능성은 높진 않지만, 전략적으로 먼저 가입신청을 해놓지 않으면 민간품목 보호 등 협상과정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CPTPP 가입과 관련해 안창용 과장은 “지난해 9월 가입 신청 후 현재까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국의 가입 논의가 끝난 다음 검토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중국의 가입에는 장애물이 많다”면서 “일본과 호주 등은 지정학적인 외교문제로 논의를 안 하고 있고,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과 USMCA(북미자유무역협정)에 가입이 돼 있는데, 이 협정에 따르면 비시장권경제 국가들과 FTA를 못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CPTPP를 추진하고 있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CPTPP 협정문의 한글 번역본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정부 측은 공식적인 번역문이 없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임영조 과장은 “협정문의 한글 번역본은 협상 후 비준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면서 “한글 번역본도 없이 협상하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는데, SPS와 분쟁해결절차 등 세부내용 파악을 위해 내부적으로 한글 번역본이 있지만,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산자부 안창용 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CPTPP 국회 보고 일정에 대한 질문에,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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