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자조금 ‘기업의 한우사육분야 진입 실태조사’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상당수 한우 농가들은 기업과 농·축협의 한우 사육 진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자본의 시장 잠식으로 일반 한우 농가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위탁사육농가와 20두 미만 소규모 농가는 기업 자본에 대한 반감이 상대적으로 적어 한우 가격 하락과 생산비 증가 등으로 향후 농가 경영 불안정성이 지속되면 이 같은 반감이 좀 더 낮아져 기업의 한우 사육 진출이 더욱 가시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민경천)가 최근 발표한 ‘기업의 한우사육분야 진입 실태조사’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서 이 같이 확인됐다.

증가하는 비농업인들의 한우 사육

기업, 한우 6만1296마리 사육
농·축협은 6만4728마리 키워
2017년 3월 대비 2021년 1월
비농업인 사육 증가율 85%
총 증가율 27%보다 3배 높아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7개 기업이 134곳의 농장에서 6만1296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지역별로 경북이 7개 기업·84개 농장, 2만9384마리로 가장 많았고 충남(10개 기업·16개 농장, 8208마리)과 경기(4개 기업·6개 농장, 2873마리)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별로는 민속LPC 3만두(73곳), 하림그룹 9000두(11곳), 이지바이오 7000두(13곳) 등으로 조사됐다. 농·축협은 94개 조합이 368개 농장을 운영 중이며 6만4728마리를 사육하고 있고 지역별로는 전북이 2만1687마리(10개 조합·145곳)로 최다두수로 확인됐다.

이에 따른 비농업인(기업축산농장, 농·축협, 한우조합)의 한우 사육은 크게 증가했다. 비농업인의 한우사육 증가율은 2017년 3월 6만9248마리(한우자조금 2017년 조사)에서 2021년 1월 12만8393마리로 85%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우 사육두수가 27%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비농업인의 한우 사육 증가율이 3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상당수 한우 농가들, 기업과 농·축협 한우 사육 반대

농가 93.5% 기업진출 반대 반면
20두 미만 농가는 반감 적어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611명의 한우 농가를 대상으로 기업자본의 한우 산업 진출에 대한 농가들의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 농가의 93.5%(545곳)가 기업자본의 한우 사육 진출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찬성 입장은 6.5%(38곳)에 불과했다. 반대 이유는 분명했다. 반대에 손을 든 농가들의 69.4%(378명)는 ‘기업자본의 시장 잠식으로 인한 일반 한우 농가 피해’를 가장 우려했다. 또 ‘공급과잉에 따른 한우가격 하락’(17.4%·95명), ‘한우산업 정책 수혜 대상에 포함할 경우 일반 농가의 상대적 피해’(6.6%·36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기업자본의 한우사육 진출을 찬성한 농가들은 ‘계약 사육농가에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 제공’(16명·42.1%), ‘한우사육 생산성 증가’(13명·34.2%) 등을 이유로 꼽았다.

농·축협이 생축장에서 비육우를 사육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높았다. 조사 결과, 농가들의 83.2%(479명)는 농·축협이 생축장에서 비육우를 사육하는 것에 반대했다. 찬성은 16.8%(97명)에 그쳤다.

기업의 한우사육을 제한해야 된다는 부분에 대한 농가들의 의견을 묻는 질문에 ‘찬성’ 80.7%(474명), ‘반대’ 19.3%(113명)로 나타났다. 기업 자본을 통한 위탁사육에 대해선 ‘반대’ 81.9%(479명), ‘농가 선택에 맡겨야 한다’ 15.2%(89명), ‘찬성’ 2.9%(17명)로 확인됐다. 농축협의 위탁사육에 대한 의견도 ‘반대’가 68.4%(418명)로 가장 많았고 ‘조합과 조합원의 선택’(20.5%·120명)과 ‘찬성’(7.9%·46명)이 뒤를 이었다.

다만, 농가 유형별로 볼 때 위탁사육 농가와 20두 미만 소규모 농가는 기업 자본에 대한 반감이 적어 향후 비육우 가격 하락과 생산비 증가 등에 따른 경영 불안정성이 지속된다면 이 같은 반감은 좀 더 낮아질 수 있고 그만큼 기업의 한우 사육 진출이 좀 더 가시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실제 기업 자본의 한우사육 진출에 대한 농가 의견을 사육규모에 따라 분류해본 결과, 20두 미만 농가의 11.9%가 찬성, 전체 평균(6.5%)의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위탁사육 농가의 찬성 비율도 9.1%로 나타났다.
 

건전한 한우 사육생태계 조성하려면?

수익성 악화에 위탁 희망 늘어
기업 시장점유율 확대 우려 
농가 지원 늘려 경쟁력 높여야

연구팀은 송아지 가격과 한우 도매가격이 하락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배합사료와 조사료 가격이 각각 20%, 50%로 폭등해 수익률 악화를 걱정하는 농가를 중심으로 기업의 위탁사육을 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같은 현상이 기업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결국 향후 대규모 기업 자본의 사육부문 진출이 본격화되면 장기적으로 산업 구조의 독과점화를 촉진해 이익 대부분이 소수의 대규모 축산 기업에 귀속되고 소비자와 사육농가의 후생을 포함한 사회적 후생이 현재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연구팀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시키고 규제 등을 통해 확장을 억제시키는 것은 물론 전업농과 중소농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경쟁력을 높여 기업과 농업인 간 공정한 경쟁 구도를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기업 점유율이 확대돼 농가 피해가 가시화된다면 유통산업발전법처럼 기업 진입을 제한하는 규제 도입,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같은 직접적인 확장 억제, 보험법·방송법처럼 수직계열화업체의 독점력을 약화하기 위한 조항 등을 활용해 농업인의 한우 사육을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한우 농가를 위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기업 등 비농업인 사육주체는 프로그램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송아지 안정제 개편을 통한 한우 안정제 확대 적용, 친환경 한우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선택 직불제 도입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우 농가 중심의 생태계 구축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가칭)한우산업기본법을 제정해 하나의 법률에 기업 축산 규제, 친환경 축산 전환 등의 프로그램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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