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59조4000억 ‘역대 최대’ 불구
소상공인 손실보전에 집중

비료가격 인상 지원예산은
600억 원, 전체 0.1% 불과
농협 분담률 30→60%로 올려

윤석열 정부가 역대 최대인 59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키로 했지만, 농어민 지원은 ‘속빈강정’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료가격 인상분 지원과 관련,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비중을 줄이고, 농협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분담률을 조정해 결과적으로 농업분야에 배정된 정부 지원예산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농가경영 부담을 낮추기 위해 비료가격 인상분 지원을 직접 언급했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왔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합사료 구매자금 지원의 경우에도 이차보전 지원에 그쳐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코로나 완전극복과 민생안정’이라는 주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추경안을 의결했다. 올해 들어 두 번째인 이번 추경은 역대 최대인 59조 4000억원으로, 기존 최대 규모인 2020년 3차 추경(35조1000억원)보다 24조3000억원이나 많다.

이번 추경은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600만∼1000만원 상당의 손실보전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데 대부분 사용되며, 비료와 사료 가격 인상에 따른 농가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농어민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비료와 사료 원료구매·경영 안정자금 지원 규모를 기존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리고, 무기질비료 가격 인상분의 80% 지원 및 배합사료 구매자금 이차보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농업계는 이번 추경안이 졸속으로 편성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초 정부는 비료가격 인상분에 대해 정부 30%, 지자체 20%, 농협 30%의 분담률을 계획했지만, 국무회의에서 정부 10%, 지자체 10%, 농협 60%로 분담률이 조정됐다.

이에 따라 비료 가격 인상분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은 600억원으로, 전체 추경 예산의 0.1%에 불과하며, 상대적으로 농협 측은 분담률이 대폭 상향되면서 이전보다 1800억원의 초과 지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상임대표 이학구)는 “농업인이 실질적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농협에 부담을 전가, 말만 추경이지 사실상 농업계 내부에서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것과 같다”면서 “매년 추경 편성 때마다 정부가 농업관련 재원을 끌어다 쓰고 있다”고 규탄했다. 실제 지난 2021년도 제2차 추경 재원으로 목적세인 농어촌특별세(농특세)를 활용해 논란이 된바 있다.

사료업계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상기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해상운임 상승 등이 맞물려 국제 곡물가가 급등,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추경에 사료 원료구매 자금 확대 등이 담기길 바랐지만 사실상 배제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밀가루 제분업체에 대해선 원료 매입을 지원해주는 반면 사료업계는 이번 추경에서 소외된 데 대한 허탈함도 느껴진다. 사료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밀가루만을 물가 안정의 전부인 냥 보고 있다. 사료 가격 안정이 결국 축산 농가 경영난 해소와 더불어 물가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추경에 대한 아쉬움과 답답함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5월 16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농업분야 추경안 졸속편성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비료 가격 인상분 국고 지원 분담률 재조정 △사료 가격 지원 △에너지 바우처 지급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기노·김경욱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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