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조달 전환…농업계 우려 ‘현실로’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국방부의 군 급식 제도개선이 대기업 참여와 수입 농산물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9월 국방부 앞에서 군납 농가들이 군 급식 제도개선 철회를 요구하며 1인 릴레이 시위를 하는 모습.
국방부의 군 급식 제도개선이 대기업 참여와 수입 농산물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9월 국방부 앞에서 군납 농가들이 군 급식 제도개선 철회를 요구하며 1인 릴레이 시위를 하는 모습.

수의계약 30% 자율선택 
외국산 가공품 ‘두 배’ 이상 늘어

2개 사단·11개 급양대 ‘가공품’은 
대기업 조달액 점유율 66% 달해  
2025년 전량 경쟁체제 전환 땐
군납 농어민 피해 확대 불보듯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청문회서
“우리 농산물 식단 확보 최선”
국방부 논의 등 정부 의지에 달려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군 급식 제도개선이 대기업 참여를 확대시키고 외국산 농산물 공급을 늘리는 창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부터 기존 지역 농·축·수협 수의계약 물량의 30%를 품목 자율선택으로 정하면서 이 같은 성향은 두드러지고 있다.
국방부는 그동안 지역 농·축·수협과 수의계약 형태로 운영하던 군 급식 조달체계를 오는 2025년 이후 전량 경쟁조달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지역 농·축·수협의 수의계약 물량의 30%를 품목 자율선택으로 정했다. 여기에 2023년에는 50%, 2024년에는 30%로 축소하고 2025년에는 전량 경쟁조달로 전환할 방침이다.
 

수입 농산물로 군 장병 급식을?

농업계는 지난해 국방부가 군 급식 제도개선을 발표할 당시부터 ‘경쟁조달이 본격화될 경우 대기업 위주의 공급과 저가 수입 농산물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를 지속 피력해 왔다. 이러한 우려는 국방부가 지난해 실시한 시범사업과 올해 30% 품목 자율선택의 결과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국군납농협조합장협의회(이하 군납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방부는 3가지 방식(취사장 민간위탁 제외)을 통해 군 급식 식재료 조달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국방부가 실시한 3가지 방식은 전자조달시스템(eaT) 및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활용하는 학교급식시스템과 방위사업청을 활용한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이다. 

그 결과 eaT를 활용한 군 급식 경쟁조달에서는 국내산 농축수산물(원물) 조달은 감소하고 외국산 농산물이 허용되는 공산품, 이른바 가공품의 조달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산품의 조달은 금액을 기준으로 7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군납협의회는 분석하고 있다. 이는 2021년 공산품 비중 34%에 비하면 2배가 넘는다. 이는 시범사업이 진행될수록 가공품 비율이 늘어났다. 실제로 금액을 기준으로 한 가공품의 점유 비율은 2차 경쟁조달에서는 52%에서 3차 73%, 4차 73%, 5차 75%다. 
이러한 현상은 국방부가 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 농축수산물과 가공품의 비중을 입찰업체 자율에 맡기면서 발생한 것이다. 2021년 군 장병 부식비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가공품의 비율이 약 66%와 34%였던 것이 현재는 역전된 셈이다.

이처럼 외국산 농산물을 원재료로 허용하는 공산품의 구매 비율이 높다 보니 시범사업에 포함된 군 장병들은 자연스럽게 외국산 농산물을 먹게 됐다. 
 

군 급식까지 파고드는 대기업

저가 수입 농산물이 확대된 것은 물론 대기업 위주의 공급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군인권센터가 발표한 대기업과의 유착 정황은 차치하더라도, 올해 실시된 군의 7개 사단과 14개 급양대의 가공품 조달 결과를 보면 씨제이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등 대기업 계열의 식자재 업체 참여 수가 9건에 달한다. 특히 2개 사단, 11개 급양대의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계약된 대기업 계열 식자재 업체 참여는 총 13건 가운데 8건으로 60%가 넘었다. 계약금액 역시 전체 계약금액 430억원 가운데 이들 대기업 계열 식자재들이 283억원의 계약을 따내 전체의 약 66%를 점유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국방부가 군 급식 조달체계를 경쟁조달로 전환하겠다고 실시한 첫 해부터 농업계의 우려는 현실화된 것이다. 더 나아가 내년부터 수의계약 물량을 절반으로 줄일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더욱이 현행 공산품 위주의 경쟁입찰을 확대하게 되면 수입 원자재를 사용하기 힘든 농·축·수협의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기존 수의계약으로 군납을 하는 지역 농·축·수협의 피해와 조합원인 농어민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군납협의회 관계자는 “애초 국방부의 군 급식 조달체계 변경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았다. 수입 농산물이 장병들에게 확대되는 것은 물론 일부 경쟁입찰은 기존의 수의계약보다 비싸기까지 하다”며 “앞으로 국방부의 계획대로 진행되면 농산물의 계획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농민들도 대기업의 소작농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까지 나온 자료들만 봐도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군납협의회 소속 농협들도 군의 요구에 맞게 규모화와 전문화를 추진할 계획인 만큼 현 시점에서 더 이상 (군 급식 경쟁입찰 계획이) 진행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의 해결 의지에 달려

군 급식 조달체계 문제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은 당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에게 군 급식 조달체계의 문제를 지적하며, 해결 의지를 물었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은 “(군 급식 조달체계가) 최저가 입찰방식이니 국산을 제치고 외국산이 들어가고 있다. 장병의 건강 문제도 있고, 식량안보와도 관계가 있다. 이 문제를 국방부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성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 역시 “군 급식체계에 우리 농산물이 구체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시설이 전혀 없다. (장관 후보자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으며, 이개호 더불어민주당(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국방부가 작년에 마련한 개선안은 개악안이다. 개악안을 하루빨리 재정비해 건강한 음식을 군 장병들이 먹을 수 있도록 농식품부가 농민들 입장에서 적극 노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제가 장관이 되면 국방부와 협의해 안정적으로 우리 국산 농산물이 군 장병들의 식단에 오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결국 군 급식 주무부처인 국방부와 농산물 공급을 담당하는 농식품부가 이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협의를 진행하느냐가 향후 문제를 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업계는 지난해 국방부의 방침이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이었다는 분위기가 강한 만큼 향후 새 정부 주무부처의 협력에 결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명규 화천농협 조합장은 “대통령이 선거기간 동안 공약으로 군 급식체계를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했다. 대통력의 공약이 지켜지리라 믿고 기대한다”며 “만약 공약이 지켜지지 않으면 농민들은 또 다시 농사를 뒤로하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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