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이사장(녹색병원 명예원장)

[한국농어민신문]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민낯을 볼 수 있었다. 공공의료가 전체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병상 기준으로 10%에 불과하지만, 코로나 환자의 70%가 공공병원에 입원해 치료했다. 시민들이 선호하는 민간대형병원들은 극히 일부 병상을 마지못해 제공했고, 이에 정부는 꽤 괜찮은 수가를 제공하면서 민간중소병원을 동원해 그 숨통이 틀 수 있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코로나 양성과 동시에 다른 질환을 갖은 환자들은 입원이나 수술을 위해 119구급차에 몸을 싣고 병원을 찾아 헤매고 있다.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행된 지 상당 기간이 지났고 의료의 기술도 발전해 선진국 못지않은 의료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많은 대형병원이 계속 지어지고 운영되는 상황에서 왜 코로나 환자는 입원할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하는 것일까. 1977년 의료보험이,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이 시행됐지만, 정작 의료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병원은 민간이 개설해 운영했고, 이 기관들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기관이 됐지만, 사실상 민간자본에 의해 운영되므로 경영을 유지해야 하는 영리기관이 됐다. 이는 마치 전 국민 무상의무교육을 실시하면서 대부분의 초등학교를 사립학교로 채운 것과 같다.

의료나 교육은 그 서비스의 성격상 시장의 수요·공급의 논리에 따라 진행되기에는 그 서비스가 왜곡될 소지가 다분한 공공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 대부분과 정치인의 일부도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느꼈다. 의료가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산업의 성격을 뒤로 하고, 우리 사회의 모든 국민의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도모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도록 고쳐가야 한다.

의료기관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의료기관들이 모여 2018년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를 창립했다. 의료기관이 사회적 기능을 하려면 우선 우리 의료시스템에서 전국민주치의제가 필요하다. 모든 국민이 주치의를 갖고 관리를 받으면서 병원과 명의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주치의는 환자가 아플 때 제일 먼저 만나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하면 상급병원을 연결하고 그 환자의 병력을 종합해 관리한다. 또 우리 의료시스템에서 지역의 거점역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의 의원주치의들의 의뢰를 받아 환자를 진료, 입원, 수술하며 지역주민들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의원주치의들과 긴밀한 협조를 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을 수 있으므로 지역 시군구 등 지자체에서는 지역거점병원의 공공성을 파악해 파격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고령화 시대를 맞아 만성질환이 늘어나고 돌봄의 필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에 특히 일차진료를 책임지는 의원과 지역병원이 돌봄, 복지와 협조하는 게 절실하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사회 통합 돌봄에 관여하는 단체와 유기적으로 협조해 효율적인 지역건강 돌봄 체계가 갖추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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