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모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한국농어민신문] 

농촌현장서 청년 혁신가·활동가 양성
정부 정책사업 이후 흐지부지 되지 않게
변화·혁신 이어갈 수 있는 장 만들어야

농촌지역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활력은 둘째 치고, 이대로 가면 유지도 어렵다는 위기감이 큽니다. 그동안 여러 형태의 농촌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일반농산어촌개발, 향토산업, 6차산업 등 지역특화 산업 육성,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이 규모가 큰 사업들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 정책사업을 통해 특화 자원의 브랜드화나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성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활력을 이어가는데 한계가 큽니다. 정책 사업이 종료되면 그 동력을 이어가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의 의미와 과제에 주목합니다.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은 지역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지역주민이 농촌활력을 위한 다양한 혁신활동이 이뤄지는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100개 시군에서 지역이 주도하는 농촌활력 혁신 사업을 추진해 가고 있습니다. ‘사업에서 활동으로’ 실행방식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화(비지니스 플랜)에서 사회적·지역적 활동으로, 전문가에서 활동가로’ 실행역량을 갖추는 것이 특징입니다.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을 통해 농촌현장에 많은 청년 혁신가와 활동가들이 양성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과 주체가 부족한 현실에서 지역 내외의 청년 등 주민들이 사업과 활동을 스스로 발굴하고, 정책사업을 활용해 역량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액션그룹’이라는 이름으로 혁신적 활동을 기획하고 사업화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역자원 상품화, 주민자치 활동, 탄소중립 실천 등 매우 다양합니다. 시군마다의 신활력사업 테마를 고려하여,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사단법인·비영리민간단체 등으로 조직을 갖춰 가고 있습니다. 농촌신활력을 이끌어낼 혁신역량으로 기대가 큽니다.

그러나 정책사업이 끝나고 나면, 흐지부지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지역농업클러스터, 향토산업육성사업 등이 대표적입니다. 정책사업 수행주체인 사업단이 유명무실해져 해체되었고, 사업을 통해 싹을 키웠던 실행주체의 활동이 유야무야되어 왔습니다. 소중한 정책사업의 성과가 지역에 남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이렇게 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농촌활력의 혁신활동 역량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세밀하게 준비하고 마련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정부의 농촌 정책사업 어느 하나도 허투루 되지 않게 지역차원의 지원과 관리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일정 기간을 지원하고 종료하는 정부 정책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는 결국 지역의 몫입니다.

첫째, 농촌정책을 통해 양성된 액션그룹들이 농촌활력의 혁신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합니다. 메뉴방식의 고정된 틀의 지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리빙랩 방식의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와 혁신의 동력을 키워가야 합니다. 혁신은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실험의 공간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농촌정책을 통해 만들어지고, 활동 조직과 단체를 지원하는 추진단(조직)이 그 지역의 농촌활력을 선도하는 중간지원조직이 되도록 도와야 합니다. 정책사업의 필요로 만들어진 추진단이 사업이 끝났다고 공중분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립할 수 있는 곳은 자립화하고, 유사 지원조직과 함께 더욱 커진 사업과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농촌 정책사업을 통해 구축한 공간(하드웨어)과 사람이라는 자원(기반)이 농촌활력의 혁신활동의 자원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활용도가 낮은 공간으로 그치거나, 활동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역이 가진 소중한 자원이자 역량입니다. 관리방식으로는 안됩니다. 다양한 실험과 혁신활동이 일어나는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해서 농촌활력의 혁신역량을 지켜나갈 방안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4월말, 전라북도에서는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12개 시군의 추진단 관계자와 활동가 80여명이 모였습니다. 추진주체 육성, 창의적 사업발굴, 혁신적 조직운영 등 실행과제를 논의하는 연속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정책사업 과정에서 자립화를 어떻게 해나갈지, 그리고 사업지원이 종료된 이후를 예비하는 자리였습니다. 6월까지 격주로 세미나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활동주체인 액션그룹의 혁신역량을 키워가는 지지대를 걷어내서는 안된다’는 것을 힘주어 강조하고 있습니다.

‘농촌신활력’이라는 혁신활동과 역량을 키워나가는 노력이 지방자치단체의 교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게 다뤄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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