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특위 출범 3주년 기념식 및 좌담회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 슈벨트홀에서 ‘3주년 기념식 및 좌담회’를 열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 슈벨트홀에서 ‘3주년 기념식 및 좌담회’를 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를 정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농어업 정책과 예산을 직접 챙기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약속을 지키려면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특위, 정현찬 위원장)는 출범 3주년을 맞아 지난 20일 프레지던트 호텔 슈벨트홀에서 ‘새 정부 농특위의 역할과 과제’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지난 3년간의 농특위 활동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실질적인 거버넌스 기구로서 농특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농특위 3년, 예견됐던 부진한 ‘성적표’

농특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농정공약이었다. 하지만 정부 출범 23개월만인 2019년 4월 25일에야 늑장 출범했다. 농식품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 등의 인사 난맥과 청와대 내부의 무용론 등이 겹치면서 법 제정이 늦어진 탓이다.

집권 3년차 뒤늦은 출범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고, 농업계는 △실질적인 협치기구로서 현장 농어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것 △대통령 직속기구로의 위상에 맞게 대통령의 관심을 끌어낼 것 △농업의제를 국민적 의제로 만들어 갈 것 등을 촉구했다. 

현장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출범 첫해 농특위는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 틀 전환’이라는 중장기 농정 비전을 제시하고, 전국 9개도를 순회하며 타운홀미팅을 개최, 농정 틀 전환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갔다. 이를 토대로 그해 12월 열린 ‘2019 전국순회 타운홀미팅 보고대회’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 농특위 활동에 힘을 실으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듬해 터진 코로나19 사태와 1년만의 위원장 교체는 개혁 추진의 동력을 급격하게 떨어뜨렸다. 어려운 여건 속에 △농협 선거제도 개선 △농지소유 및 관리 개선방안 마련 △국가 식량계획 수립 등 농정혁신과제 27건을 의결하고 ‘농지전수실태조사 특별법 제정’ 등 16건의 안건을 보고하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현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은 “대통령 직속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위원장이 대통령 독대 한 번 못했다. 농특위에서 제안한 수많은 개혁 의제들은 행정관료들의 탁상행정에 막혀 사장되고, 내용이 변질되기 일쑤였다”고 꼬집었다.

박대조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은 “출범 초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면서 “농업 현안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 부처의 이해를 끌어내지 못했고, 현장과의 소통도 부족했으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도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도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데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고, 범정부적 어젠다도 없었다”면서 “역대 정부가 그랬듯 집권 이후 WTO 개도국 지위포기, RECP 발효, 최근의 일방적인 CPTPP 가입 추진까지 농어업인 홀대가 여전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장관 소속으로 위상 격하 안돼

현재 농특위는 5년 일몰조직으로 존속기한은 2024년 4월까지다. 과거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기구로 만들어진 농특위는 3년 한시기구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기구(부총리급)로 격상돼 2004년 말과 2007년 말 두차례에 걸쳐 운영기간이 연장됐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농림부 장관 직속으로 강등됐고 2009년 말 폐지된 바 있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실적이 저조한 각종 정부 위원회를 통폐합하고,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는 각 부처 소속 위원회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같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양옥희 회장은 “농업·농촌의 문제는 농식품부를 비롯해 기재부, 국토부, 행안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교육부 등 범 부처가 협력해야 할 사안이 대부분인데, 부처 소속기구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구로 전락시켜 폐지하겠다는 것과 같다”면서 “이같은 방침이 현실화할 경우 관련법 개정 과정에서 농업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대조 회장은 “현재 인수위에서 보여주는 농업 홀대가 차기 정부 5년 동안 지속되지 않도록 하려면, 결국 농특위가 농어민들의 목소리를 모아낼 수 있는 구심점이자 대통령의 농정 공약 이행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완석 전국먹거리연대 상임대표는 “기후위기, 농업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식량생산이 가능하려면 농업이 지속가능해야 하고, 그러려면 농민의 삶이 지속가능해야 하는데, 이것은 농민만이 아닌 국민 전체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의미에서 농특위의 역할과 기능은 지금보다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결사항 이행 권한 부여 필요

정현찬 위원장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현장 농어업인의 목소리, 농어업에 대한 여전한 홀대는 농특위의 역할이 미진했던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하지만 기후위기, 식량위기, 지역 소멸 위기의 심화 속에 농특위가 다뤄야 할 과제는 매우 엄중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소멸위기의 농어촌을 자녀 교육과 의료, 문화생활 등 부족함이 없는 삶의 터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교육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더 많은 부처가 농특위에 참여해 머리를 맞대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농특위에는 기획재정부 장관, 농식품부 장관, 해부수 장관, 국무조정실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또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법·시행령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는 높은 위상에도 불구, 각 부처에 의결사항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안인숙 농특위 사무국장은 “현재는 의결사항의 추진 여부에 대한 통제력이 없어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심의·의결 권한이나, 심의·의결된 사항의 집행에 영향력이 부가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정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5월 10일 전에 사임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 위원장은 “대통령 자문기구이자 농정 거버넌스 기구로서 역할에 충실하려면 대통령비서관실과 관련 부처, 국회와 농어민단체와의 정기적인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농어업 현장에 대해 이해가 충분하고, 리더십과 조정력을 두루 갖춘 위원장이 농특위를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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