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농정 전환의 기초 '직불제' 확대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농정공약 1호는 농업직불제 예산 ‘5조원’이다. 지난 2월 4일 한농연중앙연합회가 주최한 대선후보 농정 비전 발표회에 참석한 윤석열 당선인은 “농업인에게는 안정적인 소득과 행복한 삶을 제공하고, 기후변화와 디지털화에 대응해 미래형 농업을 육성해야 한다. 농업직불금 예산을 5조원으로 2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후 농업계는 공익직불제의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고, 농정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20년 5월 도입된 공익직불제는 첫해에 2조3564억원(기본형 2조2769억원, 선택형 795억원)이 지급된데 이어 2021년에는 2조2263억원(기본형)이 지급됐다. 또한 영농규모와 품목별 직불금 분배 구조가 개선되고, 평균 지급단가도 올라 농가소득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공익직불금의 첫해인 2020년 기준 농업 공적보조금 평균 수령액이 375만9000원으로, 2019년 268만8000원보다 40% 늘었다. 1ha당 지급된 평균 직불금도 논은 2019년 129만원에서 2021년 211만원으로 늘었고, 밭 또한 56만원에서 194만원으로 대폭 상향됐다. 

특히 직불금 수령액 십분위수 및 지니계수를 활용해 분석해보니 중소농에 대한 지급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쌀 대농에 직불금이 편중되는 현상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또한 공익직불제에 대해 ‘만족한다’는 비율이 82.8%로 높고, 소농직불제 도입, 논·밭 직불금 형평성 개선, 지역사회 유지, 환경·자연경관 보전에 기여 등도 매우 긍정적인 평가로 조사됐다. 

하지만 보완과제도 산적해 있다. 재정당국이 공익직불을 도입할 당시 정부예산을 2024년까지 2조4000억원으로 묶어 놨다. 또한 농가소득 중심인 기본직불에 치중돼 있고, 공익기능과 연계되는 선택직불은 기존 직불제를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기본직불 지급 대상에서 빠진 농가들의 민원도 계속 제기됐다. 정부가 공익직불제를 도입할 당시 지급 대상으로 2017~2019년 기간 중 1회 이상 직불금이 지급된 농지, 2016~2019년 기간 중 1회 이상 직불금을 받은 농업인으로 제한,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속출한 것이다. 실제 논과 밭의 경지면적이 2021년 154만7000ha였지만, 기본형 직불금이 지급된 면적은 108만3000ha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현행 공익직불 예산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불합리한 기준 탓에 직불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경작자를 구제하는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특히 청년농직불, 식량안보직불, 탄소중립직불, 조건불리직불 등 다양한 선택직불제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의 농업예산 중에서 직불금 비중이 17%로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현실도 지적했다.  


#선택이지만, 공익직불 운명 좌우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국민 체감할 성과 도출 ‘숙제’

지역특성 반영 프로그램 마련
환경·생태 등 세부활동 유형화
지자체 책임·역할도 강화해야

공익직불의 법률인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농업농촌공익직불법)’ 제1조는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 소득안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직불금을 통한 ‘공익기능’이 강화되도록 방향타를 잡아야 한다는 제언에 대해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공익직불제가 도입될 당시 정부예산 2조4000억원에 맞추다보니 농가소득 보전 중심의 기본직불이 주요 골격이 됐다. 환경·생태적인 공익기능에 대한 선택직불이 들러리를 서는 듯 한 체계다. 물론 기본직불도 농가 준수사항을 규정하고 있지만, 당초 제도 도입 취지인 공익기능 증진과 납세자인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선 선택직불을 통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현행 공익직불제의 선택직불은 친환경농업직불, 경관보전직불, 친환경축산직불, 논활용직불 등 기존에 시행됐던 직불제를 단순 분류한 정도에 그친다. 지난 2020년 공익직불 전체 지급액 2조2769억원 중에서 선택형직불이 795억원으로 3.5%에 불과했다.이와 관련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농촌의 공익증진을 위한 선택공익직불제 운용방향’ 연구에 따르면 공익직불제는 생산 중심에서 환경·생태·농업·농촌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농정을 전환하는 핵심수단이다. 또한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선택직불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현재의 선택직불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공익기능을 높이기 위한 선택직불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고 지역 특이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선택직불의 핵심인 환경·생태 관련 활동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세부 활동을 유형화해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보고서는 친환경농업직불, 친환경축산직불, 경관보전직불, 논활용직불 등의 현행 선택직불을 △유기인증 △토양기능 증진 △용수관리 △저탄소농업 △경관보전 등의 프로그램으로 유형화하고, 그 하부에 세부 활동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를 총괄한 김태훈 선임연구위원은 “선택직불은 지역에서 필요하고 원하는 활동을 자유롭게 추진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활동 중심의 선택직불 체계는 참여자들에게 익숙하지 않고 지원조직도 갖춰지지 않았다”며 “농가 설문조사와 계량분석을 한 결과 공동 활동 중심과 활동 묶음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중심의 선택직불에 부합하도록 지자체 책임과 역할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 광역 단위로 사업량을 배분하고 지역별 공모 방식으로 시범적으로 추진하면서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는 예산규모를 추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농·식량안보직불 시급한 과제  

청년직불로 농촌정착 유도
식량·곡물자급률 높일 수 있게
식량안보직불제도 도입을

당장 시급한 현안인 청년농 육성과 식량안보도 공익직불제에서 중요하게 다뤄야할 과제다. 농업·농촌의 청년층 기반이 매우 취약해 미래 농업의 어두운 그림자다.

통계청의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농가 경영주 중에서 40세 미만 청년 가구가 1.2%로 농업부분의 인구절벽이 드러나고 있다. 60대 이상 비율이 73.3%에 달하는 현재의 농가 고령화를 방치할 경우 더욱 심각한 농업 인력난은 물론 농지가 있어도 농사를 짓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농업생산력이 약화되면서 식량안보는 더욱 허약해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청년농을 신규 유입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한 가운데 청년농직불의 도입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창업농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농업 특성상 소득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돼 청년농직불의 영농정착 기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식량안보직불제는 추락하고 있는 식량·곡물자급률의 제고 대책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계속 하락해 2019년 기준 45.8%를 기록했다. 또한 곡물자급률은 이보다 낮은 2020년 기준 20.2%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곡물 파동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를 보면 2021년 2월 116.6에서 계속 급등해 올해 2월에는 140.7를 기록했다. 또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가 지난 3월 195.2(2015년=100)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이에 대응해 밀·콩·옥수수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곡물의 국내 생산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2021년 9월 정부가 밀과 콩의 자급률을 2025년까지 각각 5%, 33%로 높이는 국가식량계획을 세웠는데, 식량안보직불을 통해 해당 작물의 국내생산 기반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 
"국민 공감 얻어야 공익직불제 안착…예산 확보 최우선"

농정의 핵심에 공익직불제가 자리를 잡고 있지만, 예산이 수반되지 않으면 ‘장밋빛 청사진’이 될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직불예산 5조원도 재정당국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안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공익직불은 농업과 농촌의 공익기능 및 가치 확산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며 “국민과 지역민이 공감하는 다양한 공익프로그램 즉 선택직불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농가와 마을별, 지역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전문가 컨설팅 지원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익직불의 성과도 강조했다. 임 교수는 “공익기능이라는 성과가 나와야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고 그래야 지속가능한 제도가 될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농가로 연계되는 성과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생태환경은 물론 자연자원, 생물다양성, 농업문화유산 등의 통계 구축이 기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농무부의 자연자원보존서비스(NRCS, Natural Resources Conservation Service)를 벤치마킹하자고 제안했다. 임 교수는 “NRCS는 농업생명과 농업·농촌 환경을 전담하는 조직”이라며 “농식품부에 NRCS와 같은 공익직불을 총괄하는 ‘국 단위’ 조직을 신설하고, 산하기관과 지자체로 연결되도록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행 공익직불제는 농식품부 식량정책관(공익직불정책과), 농업생명정책관(친환경농업과), 축산정책국 등에 분산돼 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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