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농식품 수출시장 <상>MZ세대, 농식품 트렌드를 주도하다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조영규·최영진 기자]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농식품에 해외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국 농 식품을 시식하는 해외 소비자.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농식품에 해외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국 농식품을 시식하는 해외 소비자.

젊은 층의 소비 열풍이 불고 있다. 소득이 낮아 과거엔 소비의 변방에 머물렀던 젊은 층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은 물론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소비층으로 평가받던 젊은 층이 문화와 연관된 농식품 소비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온라인 기기에 익숙한 이들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구매를 온라인으로 전환시키며, 유통환경을 주도하는가 하면 한국의 청년들은 한국 농식품의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MZ세대가 국내외 농식품 시장에서 변화의 바람을 이끌고 있다.
 

MZ세대가 이끄는 농식품 시장 

우리나라 인구 중 33% 차지
전세계 MZ세대 비율도 비슷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온라인 시장 업고 활동력 확대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한 M(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다. 이들은 전 세계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점차 그 비중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2년 2월 기준 만17세(2005년생)부터 만42세(1980년생)까지 인구는 1723만4388명으로, 총 인구수 5162만5561명의 33.3%를 차지한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주 소통 채널로 활용하고, SNS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 그만큼 전 세계의 농식품 트렌드를 빠르게 습득하며, 이 트렌드에 맞는 농식품에 바로 접근한다. 20~30대를 아우르는 MZ세대가 세계 농식품 시장을 이끌어가는 주체로 나아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SNS에서 새로운 농식품 정보를 공유하고, 관심있는 농식품을 검색하고, 농식품의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온라인으로 그 농식품을 구매하고, 다시 SNS에 자신의 후기를 남기는 현상’이 이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다. 

때문에 유통 방식도 온라인을 선호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2년 1분기 소매유통업계 경기전망지수에서 ‘온라인 쇼핑’이 ‘107’로 기준치 100을 상회했고,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이 선정한 ‘2022년 농식품 유통이슈’ 중 ‘온라인 유통 확대 가속화’가 3위에 올랐다. 온라인 활용에 강점을 가진 20~30대 세대들의 활동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에 설득력이 더해지는 부분이다. 또한, 지난해 11월에 진행된 ‘2021 바이어 온라인 수출상담회’(Buy Korean Food, BKF2021)에서 중국 대표 온라인몰인 티몰과 동남아시아 최대 온라인 플랫폼인 쇼피를 통해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했는데, 티몰 라이브커머스 당시 제품 조회가 105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성행했다. 이 역시 MZ세대가 농식품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는 또다른 예로 해석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기후위기 심각성을 경험한 20~30대들이 친환경적이면서 건강한 소비에 주목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건강식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1990년 이후 출생한 소비자들의 영향으로 2020년 건강식품 판매액이 2019년보다 56%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MZ세대들은 온라인을 통한 유통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지난해 11월 열린 BKF2021 에서 실시된 한국 농식품 라이브커머스 방송 모습.
MZ세대들은 온라인을 통한 유통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지난해 11월 열린 BKF2021 에서 실시된 한국 농식품 라이브커머스 방송 모습.

 

요즘 뜨는 한국 농식품은

한류 영향, K-식품 관심 커져
일본 ‘한국발’ 인기 제품 주목
떡볶이·쌀치즈볼 등 수요 증가
미국 수출액 성장세도 괄목적

해외에서 드라마와 영화 등 한류 영향으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기성세대보다 온라인을 통한 정보교류가 원활하고 친숙해 인기 제품을 접하기 수월하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일본지역본부 도쿄지사에 따르면 일본의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농식품은 떡볶이와 라볶이, 쌀치즈볼, 치즈핫도그 등이다. 특히 최근엔 Z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쿠키와 와플, 뚱카롱(크림이 많이 들어간 두툼한 마카롱) 등 ‘디저트류’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마늘빵과 한국식 토스트, 달고나 등도 일본의 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 제품 반열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 이 같은 제품들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한국발’ 인기 제품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김행남 aT 일본지역본부 도쿄지사 차장은 “일본에서 식품트렌드를 전망하는 보고서에 꼭 ‘한국발’이라는 표현이 들어갈 정도로 한국에서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농식품 인식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20~30대들이 자주 이용하는 OTT(Over The Top,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한국 농식품의 친숙도가 높아진 점도 주효했다. 

미국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한국 농식품 수요가 증가추세다. 대표적인 품목이 떡볶이와 과자류, 컵밥 등이다. 1인가정이 증가하고 있고,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늘면서 ‘한국=트렌디’로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실적에 따르면 최근 과자류의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94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2019년 7200만달러와 2020년 8300만달러에 이은 것으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류의 대표격인 떡볶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수출실적은 1847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27.8% 증가했다. 한류가 성행하기 전인 2019년 떡볶이의 미국 수출실적은 751만3000달러에 불과했다. 

전통식품도 해외시장에서 꾸준히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일본에서는 배추김치뿐만 아니라 깍두기와 부추김치 등으로 확대되고 있고, ‘집밥족’이 증가하면서 고추장 인기도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또한 한국의 전통적인 매운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라면 수요도 늘고 있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만두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지화 된 고추장 수요가 늘며, 핫소스처럼 요리에 뿌려먹거나 요리를 찍어먹도록 액상 형태로 만든 고추장이 출시됐다. 최근에는 국내 식품 기업이 미국 현지에 김치 공장을 최초로 설립하기도 했다.


#AFLO가 말하는 수출시장은?
누적 단원 514명, 24개국 누벼…한국 농식품 수출 ‘신선한 바람’

한국 농식품 수출확대에 젊은 세대도 힘을 보태고 있다. 바로 농림축산식품부와 aT가 2017년부터 운영해온 농식품 청년해외개척단(AFLO)이다. AFLO는 중소 농식품 수출기업과 1:1로 매칭해 수출기업의 신흥시장 진출을 밀착 지원하며, 수출 전문인력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2017년 처음 도입돼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514명의 단원이 선발됐다. 

이들은 해외 현지 마케팅을 통해 대기업에 비해 수출 전문인력이 부족한 영세 농식품 수출기업의 수출영역을 넓히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출국가의 시장조사와 SNS를 통한 현지 마케팅은 물론 해외 바이어를 발굴하는 등 활동영역도 다양하다. 활동 국가는 해마다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선정된 전략국가가 대상이다. 2017년부터 개척단원들이 활동한 국가는 24개국에 달한다. 

특히 이들은 젊은 감각을 활용해 한국 농식품 수출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동시에 단원들 역시 한국 농식품 수출에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11기 AFLO 단원으로 활동한 윤수현 씨는 “AFLO 활동을 통해 한 나라의 정치·사회·경제·문화를 심도 있게 이해하고 느낀 시간이었다”며 “그 속에서 한국 농식품, 더 나아가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것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현재 14기 AFLO 단원으로 활동하는 있는 장지은 씨는 “능동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한국 농식품을 수출하는 일에 작더라도 꼭 의미 있는 변화와 성과를 만들어내고 싶다”고도 말했다. 

청년해외개척단의 이 같은 소회와 계획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aT에 따르면 단원들의 도움으로 한 수출기업은 대만으로 들기름 수출을 성공적으로 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수출국 현지 유통매장에 매칭 기업의 취급품목이 신규 입점된 사례 등 해마다 성과를 내고 있다. 

경북 상주 모서농협의 장성현 과장은 “코로나19로 해외에 나가지도 못하고 바이어도 없었는데, 청년개척단원이 러시아 시장정보를 알려주고 SNS 계정도 만들면서 결국 구매 바이어와 연결이 됐다”며 “그 결과 지난해 11월 러시아로 샤인머스켓을 처음 수출했다. 그동안 샤인머스켓이 해외에서 가격경쟁력으로 수출이 힘들었는데 새로운 수출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장성현 과장은 또 “기회가 되면 청년개척단원을 더 활용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홍삼을 수출하는 한 업체의 관계자 역시 “(청년개척단원이) 바이어를 발굴하고 해외 마케팅 자료를 만들어 수출시장 개척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현주 aT 신시장개척부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내 중소 수출기업들의 비대면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점이 있는데, 청년개척단원들이 SNS 홍보로 판로확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이들은 우리나라 농식품의 잠재적 고객인 동시에 일꾼으로, 지금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농식품 수출이나 산업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육성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영민·조영규·최영진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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