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조직구성도를 보면, 기획조정, 경제1, 경제2, 외교안보, 정무사법행정, 과학기술교육, 사회복지문화로 분과가 나눠져 있다. 도대체 농업과 농촌 문제는 어디에서, 어떻게 다루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사람 중에도 농업과 농촌을 기본배경으로 활동해 온 사람은 찾을 수 없다.

ㅣ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세계 식량수급 사정이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 가뜩이나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상승추세에 있었는데, 지난 2월에는 전월 대비 3.9% 상승한 140.7포인트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이다. 특히 밀, 옥수수 같은 곡물가격지수가 상승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주요 밀수출국인 점을 감안하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농가의 생산비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농민들이 농사짓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다른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는 ‘신냉전의 도래’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국제관계에서 긴장이 높아지면, 식량과 에너지가 ‘무기’로 돌변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이미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유럽을 상대로 하는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정세로 인한 식량수급의 불안, 그리고 계속되는 국내 농업기반의 약화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게다가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안보의 가장 큰 위협요소를 손꼽으라면, 그 중 하나가 식량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행정부, 입법부가 모두 나서서 앞으로 닥쳐올 식량위기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도 모자랄 판이다. 특히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윤석열 당선인이 구성하고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보면, 도대체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조직구성도를 보면, 기획조정, 경제1, 경제2, 외교안보, 정무사법행정, 과학기술교육, 사회복지문화로 분과가 나눠져 있다. 

도대체 농업과 농촌 문제는 어디에서, 어떻게 다루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사람 중에도 농업과 농촌을 기본배경으로 활동해 온 사람은 찾을 수 없다. 잠깐 농업 관련 기관에서 근무했다고 해도, 기본은 경제관료 출신인 사람 정도이다. 또한 최근 당선인과 주변 핵심참모들의 말속에서도 ‘농’이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인수위원회의 활동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지금까지는 ‘농’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가 인수위원회에서 앞으로 다루게 될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에서도 ‘농’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 5년은 국민의 생존이 걸려 있는 농업기반이 더욱 축소되느냐, 아니면 최소한의 기반을 유지하면서 살려 나가느냐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미 고령화된 농민들은 5년 후가 되면 상당수가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의 ‘2020년 농림어업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가경영주 평균연령은 66.1세였고, 70대 이상이 39.8%에 달했다.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농지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통계청의 경지면적 조사에 따르면, 2021년에만 해도 전년 대비 1만8000ha의 농지가 감소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런 추세라면 5년 이내에 전국의 경지면적은 145만ha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 정도의 경지면적으로는 식량위기가 닥쳤을 때, 사람이 먹는 식량도 자급하기 어렵다. 

이렇게 절박한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단계에서부터 ‘농’을 국정의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래서야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당시에 공약한 것들조차 제대로 이행될지 의문이다. 특히 공약 중에 '농업 직불금 예산을 2배 이상 증액'하는 것처럼 예산과 밀접한 공약이 현실화되려면,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69조는 대통령 취임 선서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할 것을 선서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영화 <변호인>의 명대사처럼, '국가는 국민'이다. 국민은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농업정책을 경제정책에 종속시킬 것이 아니라, 국가의 최우선 정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국방정책을 경제정책에 종속시키지 않는 것처럼, 농업정책도 그래야 한다. 앞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 속에서 최소한 그런 고민의 단초라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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