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김관태 기자] 

2월 24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 양파 재배지에서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가 트랙터로 양파를 갈아엎고 있다.
2월 24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 양파 재배지에서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가 트랙터로 양파를 갈아엎고 있다.

저장물량 제 때 소진 안돼
평년대비 70% 가까이 폭락
“정부 대책 미흡” 한목청
고흥
·제주농가 대책 촉구

저장양파 가격이 평년보다 70% 가까이 폭락, 조생종(햇양파) 수확을 앞둔 생산 농민들이 양파 밭을 갈아엎으며 정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양파는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감소 등으로 2021년산 저장 물량이 제때 소진되지 않아 가격이 크게 하락한 상태며, 3월 중하순부터 나올 햇양파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2월 24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 일대 양파밭 3305㎡(1000여평)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차량행진 후 제주도청 정문에서 양파 수급대책 마련 촉구 집회를 진행했다. 양파생산자협회는 하루 전날인 23일에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일대에서 양파 생산자 대회를 열고 양파 밭을 갈아엎었다. 

최근 저장양파 도매가격은 kg당 300원대(가락시장 기준)로 평년가격(1000원대)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저장양파 2만톤에 대한 출하를 5월 이후로 연기하고 출하 연기 물량에 대해 kg당 100원을 우선 지원하는 수급대책을 2월 25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양파 생산 농민들은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는 평가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가 제주도청 정문에서 양파 수급대책 마련 촉구 집회를 갖고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가 제주도청 정문에서 양파 수급대책 마련 촉구 집회를 갖고 있다.

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는 2월 24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언제까지 다 지어놓은 양파를 갈아엎는 일을 반복해야 하느냐. 이는 국가가 농업, 농촌, 농민을 외면하고 포기했기 때문”이라며 “농식품부에서 내놓은 양파 수급대책은 생산자의 요구를 묵살한, 대책 아닌 대책이다. 5월까지 양파가 썩지 않고 있을 리 만무하고 보관 창고비도 안 되는 지원금을 받을 농가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수급조절용 9500톤을 제외한 3만톤을 시장격리하고, 제주 조생양파 180만평 중 30%를 산지폐기 해야 한다”며 “산지폐기 한 양파에 대해 평당 1만2000원을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청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저장 물량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조생 양파 수확이 이달 중순 정도 시작될 예정이라 아직 수확도 안 된 상태에서 가격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식품부에서 발표한 수급대책 외에 산지폐기 등 구체적인 결정사항은 아직 없다”라며 “생산자협의회 등과 협의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도 일단 추가적인 수급대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남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서기관은 “저장양파 출하연기 사업 추진 후 시장 상황을 좀 지켜보고 추가 대책이 필요한지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대책은 단기적으론 3월 조생종 가격 안정을 위한 것이지만, 장기적으론 재배면적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 중·만생종의 수급 상황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6면

제주=강재남 기자, 김관태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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