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사룟값 인상에다 자재비, 인건비 상승 등이 겹치며 축산 현장에서 생산비가 치솟고 있고, 농가 시름 역시 깊어지고 있다.  특히 양돈 농가들은 지난해 양호했던 돈가 시세가 떨어지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룟값 인상에다 자재비, 인건비 상승 등이 겹치며 축산 현장에선 생산비가 치솟고 있고, 농가 시름 역시 깊어지고 있다.  특히 양돈 농가들은 지난해 양호했던 돈가 시세마저 떨어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와 연초에 이어 다시 한번 사료 가격 인상이 예고됐다. 축산물 가격 하락에다,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 등으로 힘겨워하는 축산농가 어려움이 커져만 가고 있다. 사료업계에서도 원료 수급 불안과 물류비 상승, 불안한 국제 정세와 환율 인상이란 여러 악재가 겹치며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축산업계는 농가와 사료업계 모두를 살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계속 인상되는 사룟값, 농가 버틸 재간 없다

A사, 3월부터 인상 예고
지난해 두세 차례 인상 후
올해만 벌써 두 번째
다른 업체도 연쇄 조정 우려

축산업계에 따르면 사료업체 A사가 최근 ‘사료가격 인상 안내’ 공문을 각 지역 사업소와 농가 등에 알렸다. 3월 1일부터 kg당 양돈 54원, 축우 40원, 양계 30원을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선례를 보면 한 업체가 사룟값을 인상하면 다른 업체들도 연쇄적으로 사료 가격을 높였고, 실제 농가들은 벌써 4월 인상을 얘기하는 업체들도 있다고 전한다.

지난해 두세 차례에 이어 올해 들어 1월 인상 이후 다시 사료 가격이 오르면 농가들은 1년 만에 최대 네다섯 차례나 사룟값 인상을 감내해야 한다. 양돈을 보면 사룟값만으로 1년에 kg당 200원가량 인상된 것으로 사육 평균 농가가 사용하는 월 100톤 기준 2000만원 이상의 생산비용 상승을 불러온다. 여기에 축산물 가격은 하락세인 데다, 각종 규제에 따른 시설·자재비 및 인력난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으로 축산 농가들은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적자에 허덕이는 농가들의 하소연도 이어지고 있다. 

2500두 규모의 한 양돈농가는 “우리는 A업체 사료를 쓰진 않지만 우리가 쓰는 업체도 1월에 이어 다시 한번 사료가격을 조정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보통 매달 사룟값이 5000만원 이하로 나왔는데 1월엔 800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여기에 분뇨처리비를 비롯해 기자재 비용이 상당히 올랐고, 인건비도 치솟아 1월에만 2000만원 넘게 적자를 봤다”고 현실을 전했다.

또 다른 농가는 “현재 돈가가 kg당 4000원 초반대인데, MSY(어미돼지 1마리당 연간 출하마릿수)가 20두 미만이면 다 적자다. 국내 MSY 평균이 20두가 안 되기에 많은 농가가 농사 지어 밑지고 있다. 적어도 돈가가 4500원은 넘어야 한다”며 “양돈 현장은 이런데 정부에선 시설 투자 등 규제만 강화하니 정말 돼지 키우기 힘들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료업계도 악재 겹쳐

원료 대부분 수입산 의존
국제 곡물가격 치솟아 막막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남미 작황 악화 소문 겹악재

사료업계에서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3월 인상을 예고한 A사 관계자는 “사룟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사료값은 그대로 둔 채 품질을 낮추면 이는 고객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으로, 결국은 사료와 축산물 품질 저하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사료 가격을 올리더라도 사료 품질을 유지해 우리 고객 농가들이 최상의 축산물을 생산해 판로도 넓히고 더 좋은 값을 받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본다. 당연히 원료비 등이 내려가면 다시 사료비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등 사료업체 원료 구매 비중이 타 업종 대비 월등한 가운데 A사 관계자 전언처럼 사료업계에 악재가 둘러싸여 있다. 사료업계에 따르면 우선 올해 들어 곡물가가 상당히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과 함께 주 원료 수급 지역인 브라질 등 남미 지역에서 라니냐 현상으로 작황이 안 좋다는 관측이 이어지며 계속해서 원료가격이 상승했다.

여기에 미 금리인상 전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원룟값의 바로미터인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주요 배합사료 원료 수출국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확산에 따라 곡물가가 더 인상될 수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세계곡물 가격 동향을 보면 2월 23일 기준 톤당 국제 곡물가는 밀 322달러, 옥수수 269달러, 대두 615달러였다. 1년 전 같은 날 기준 밀은 245달러, 옥수수 218달러, 대두 517달러였다.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개입 소식과 우크라이나의 전국 비상사태 선언으로 흑해 지역의 긴장 고조가 심화돼 주요 곡물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사료업계 한 관계자는 “2월에 수확하는 브라질 등 남미 쪽에서 대두 등의 작황이 너무 안 좋다는 얘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퍼졌고, 이로 인해 원료 가격이 상당히 인상된 데다 미 금리 인상 얘기가 나오니 환율도 지난해 이 시기 대비 10%가량 올랐고 앞으로 더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져 사료업체가 너무 힘든 상황이다. 2년 넘게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비 상승과 아프리카돼지열병에서 회복한 중국의 사료 원료 흡수 등도 이어지고 있다”며 “세계 옥수수 4위, 밀 6위 수출국인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라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농가·사료업체 상생 방안 마련해야
“원료수입 지원 등 정부가 대책 마련을”

축산업계에선 원료 수입 과정에서의 지원 등 실질적인 사룟값 상승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사료 대책은 사료업체와 농가는 물론 소비자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가는 식량안보 대책이라는 것이다. 

사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많은 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사료업계는 정말 힘든 나날이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업체도 많다”며 “농림축산식품부를 넘어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혔다. 

김춘일 대한한돈협회 충북도협의회장은 “사룟값이 치솟으면 정부가 사료구매자금을 저리로 해주는 정책을 펴는데 이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료업체 원료 부담 비용을 낮춰 농가에까지 그 효과가 이어져야 한다”며 “명분도 물가 안정, 농가 보호 등 많다. 곡물 수입 단계에서의 일정 부분 지원 등 원자잿값을 낮춰주면 사료업체도 살고 농가 역시 도움을 받아 소비자에게까지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농가와 사료업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